미 대법원 “인터넷 사업자, 이용자 저작권 침해 책임 없다”… 엔터 업계 ‘비상’

-9대 0 만장일치 판결… “단순 서비스 제공만으론 배상 책임 물을 수 없어”-소니 뮤직 등 음반사 측 10억 달러 손해배상 소송 패소

대법원
미 연방대법원 전경[AP=연합 자료]

미국 연방 대법원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에게 이용자들의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한 포괄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불법 다운로드 등 온라인 저작권 침해에 대응하려던 음악·영화 제작사들의 법적 대응이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미 대법원은 25일(현지시간)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음반사들이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콕스 커뮤니케이션(Cox Communications)’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재판관 9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콕스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콕스 측에 10억 달러(약 1조 3,400억 원)의 배상 책임을 물었던 원심 판결은 뒤집혔다.

■ “알고도 방치했나” vs “감시 의무 없다”**

사건의 발단은 콕스 커뮤니케이션 이용자들이 인터넷 망을 통해 수십만 건의 유료 음원을 불법으로 공유하면서 시작됐다. 소니 뮤직 등 저작권자들은 콕스가 이용자들의 불법 행위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해당 계정을 차단하거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저작권 침해를 방조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에서는 콕스가 저작권 침해 행위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해 거액의 배상 판결을 내렸으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 대법원 “ISP는 ‘저작권 경찰’ 아니다”

다수 의견을 집필한 클래런스 토마스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일부 이용자가 저작권을 침해할 것을 알고도 대중에게 일반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사실만으로는 해당 기업을 저작권 침해자로 간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콕스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했을 뿐, 이용자들에게 저작권 침해를 유도하거나 독려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토마스 대법관은 “불법 계정의 서비스를 해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ISP에 책임을 묻는 것은 기존 저작권법의 범위를 과도하게 확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과거 ‘그록스터(Grokster)’나 ‘냅스터(Napster)’ 사건에서 소프트웨어 자체가 저작권 침해를 목적으로 설계되었다고 판단해 책임을 물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판결이다.

■엔터 업계 “도둑질 방관한 격” 반발

판결 직후 음악 및 영화계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의 미치 글레이저 회장은 “콕스가 조직적인 도둑질을 알고도 방조했다는 압도적인 증거가 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와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측은 이번 판결이 온라인상의 불법 복제물을 근절하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반면, 콕스 측은 “인터넷 사업자는 저작권 경찰이 아니다라는 점을 확인해 준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 만약 반대의 판결이 나왔다면, 대학, 병원, 카페 등 공공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모든 사업자가 이용자의 개별 행위로 인해 막대한 소송 위험에 처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은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기술 플랫폼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를 두고 벌어진 중대한 법적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생성형 AI 등 신기술 관련 저작권 분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황덕준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