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공급망 재편 겨냥 펀드 출범 추진
국부펀드·민간 끌어들여 1조달러 투자 구상
“원조 아닌 무역”…AI·첨단기술 동맹 강화
투자 규모 현실성엔 의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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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로 생성한 친환경-초소형-반도체-화학-반응 이미지.[KAIST 제공]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위한 다국적 투자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대외원조 자금을 활용해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중국을 견제하면서 동맹 중심의 인공지능(AI)·첨단기술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6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팍스 실리카(Pax Silica) 펀드’ 출범을 추진하며 2억5000만달러(약 3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배정할 계획이다. 국무부는 의회와 협력해 관련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 펀드는 단순 재정 투입이 아니라 ‘마중물’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무부는 1조달러(약 1500조원) 이상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국부펀드와 민간 투자자 참여를 유도해 대규모 투자 컨소시엄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제이컵 헬버그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은 최근 워싱턴D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팍스 실리카를 기반으로 한 다국적 컨소시엄 투자 규모는 1조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며 “일본 소프트뱅크와 싱가포르 테마섹 등이 창립 멤버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2억5000만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컨소시엄에는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스웨덴 등도 참여할 전망이다. 한국과 일본, 영국, 호주, 인도 등은 이미 팍스 실리카 연합체에 포함돼 있다.
국무부는 이번 펀드를 통해 “핵심 신기술 투자와 함께 미국 및 글로벌 기업에 새로운 상업적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외원조 자금을 활용하는 방식에 대해선 “원조가 아닌 무역이라는 정책 기조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 우선’ 전략과의 정합성을 강조했다.
이는 기존의 보조금 중심 산업정책에서 나아가, 동맹국 자본과 민간 투자를 결합한 ‘글로벌 공급망 블록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반도체와 AI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중국을 배제한 투자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1조달러라는 투자 규모의 현실성에 대해선 의문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는 유엔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전 세계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가 1조6000억달러 수준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단일 컨소시엄 투자로 1조달러를 조성하는 구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출된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서는 미국 정부 자금이 ‘레버리지’ 역할을 하며 글로벌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동맹국 간 기술 협력과 투자 연계가 실제로 얼마나 속도를 낼지에 따라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성패가 좌우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