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오투자 7배 회수…구광모 회장의 지원이 큰 동력”

김동수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 인터뷰
美 타임지 랭킹에 국내 CVC 중 유일 등재
올들어 ‘아셀렉스’ 지분 매각 1.1억달러 회수
신사업 시너지낼 기업 발굴·그룹 가교役 담당
앤트로픽 등 AI 스타트업 3사 엑시트 계획


김동수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부사장)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타클래라 사무실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LG그룹의 벤처투자 성공비결을 전했다. 김현일 기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 ‘미국 최고 벤처캐피털(VC) 회사’ 350곳을 추려 발표했다. 여기에 대기업이 설립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은 단 7곳만 포함됐다.

그중 한국계 회사로는 유일하게 LG그룹이 출자한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이름을 올렸다. 2018년 5월 출범 이후 불과 7년 만에 거둔 쾌거였다.

출범 원년부터 실리콘밸리에서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이끌어온 김동수 대표(부사장)는 “출근 첫날 사무실에서 저와 비서, 이렇게 둘이서 일을 시작했다. 오전 내내 서류에 사인하고 오후에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며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8년 전 삼성벤처투자 미주지사장(부사장)을 그만두고 LG그룹에 합류한 그는 현재 20명의 직원들과 함께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유망 스타트업들을 발굴하며 그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CVC의 성공 조건을 묻는 질문에 “결국 톱(최고경영자)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구광모 회장이 워낙 큰 관심을 갖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원하고 있는 점이 큰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7년만에 아셀렉스 지분 매각…앤트로픽·몰로코·마키나락스 추가 엑시트 준비

김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올 들어 좋은 소식이 있었다”며 연초 거둔 엑시트(투자금 회수) 성과를 처음 공개했다.

2019년 약 1500만달러(약 225억원)에 사들였던 미국 항암치료제 개발사 아셀렉스의 지분 전량을 최근 매각해 7년 만에 약 7배에 달하는 1억1000만달러(약 1656억원)를 회수한 것이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굉장히 자리를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며 LG테크놀로지벤처스의 높아진 위상에 자부심을 보였다.

실제로 최근 각종 글로벌 콘퍼런스에서는 김 대표를 연사나 패널로 부르는 일이 잦아졌다. 지난 23일에는 전 세계 CVC 수장이 한자리에 모이는 ‘GCV 서밋 2026’에도 연사로 무대에 올랐다.

출범 9년차에 접어든 올해 투자 성과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지고 있다. 김 대표는 AI 모델 ‘클로드’의 인기로 최근 몸값이 불어난 앤트로픽을 비롯해 몰로코(AI 기반 광고 설루션), 마키나락스(제조 특화 AI 서비스)에 대해 올해 엑시트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3개사 모두 올해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상장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실제 엑시트에 성공하면 LG테크놀로지스의 투자 역량도 한층 더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투자한 덱스메이트의 로봇.


투자 30%이상이 AI기업 …“그룹사업과 시너지 극대화”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계열사 5곳(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LG유플러스·LG CNS)이 출자한 4억3000만달러(약 6475억원) 규모의 펀드로 출발했다. 2021년 LG에너지솔루션과 LG이노텍이 추가로 참여하며 현재 펀드 운용 규모는 8억9000만달러(약 1조3400억원)로 늘어났다.

김 대표는 “재원이 충분히 있기에 지금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며 올해 로봇을 비롯해 AI 데이터센터 냉각, 에너지저장장치(ESS), 바이오 등 LG그룹의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의 열 관리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 만큼 칩 쿨링(반도체 냉각) 분야를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의 참전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AI 추론용 칩시장도 눈여겨보는 대상이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투자한 금액은 총 4억2000만달러(약 6325억원)에 달한다. 그중 약 31%가 AI기업으로 향했다. AI 분야 중에서도 피지컬 AI기업 지분 확보가 늘었다. 지난해 5~6월엔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와 스킬드 AI에 투자를 단행했다.

LG그룹의 미래 사업과 시너지를 낼 만한 기업들을 골라 본사에 소개하고 가교 역할을 하면서 그룹 내부에서도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이달 국내 기업 최초로 투자한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제작사 덱스메이트는 LG CNS와 손잡고 물류·제조 기업들을 위한 로봇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각 요소마다 좋은 기술을 갖고 있는 여러 기업을 먼저 발굴해서 투자하고 (계열사와) 협력이 잘 되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구 회장, CEO들보다 더 긴 안목으로 기술트렌드 주목”

구광모 회장은 지난 2024년 6월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투자한 피규어 AI의 실리콘밸리 본사를 직접 찾아 휴머노이드 로봇시장 현황 및 기술 트렌드를 점검했다. 이 자리에는 김 대표도 함께했다.

김 대표는 “당시 구 회장의 방문으로 계열사들이 LG테크놀로지벤처스의 투자에 더 관심을 갖게 됐을 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 내에서도 LG가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알릴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현업에 있는 분들은 당장의 업무 때문에 실리콘밸리에서 진행하는 미래 기술투자에 관심을 갖기 어렵다”며 “구 회장이 계열사 CEO들보다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술 트렌드를 바라보고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구 회장은 현지 조직문화를 LG그룹에 이식하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구 회장으로부터 실리콘밸리의 혁신적인 문화가 LG그룹에도 퍼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이곳에 와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LG테크놀로지벤처스 사무실에는 계열사에서 파견된 직원들도 함께 근무하고 있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의 직원이 21명인 것에 비해 사무실 공간을 넉넉히 잡은 것도 계속 한국에서 직원들이 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본사와 가교 역할을 하는) 사업 개발팀 직원들이 여기에 와서 투자팀과 함께 일하도록 했다. 덕분에 직접 스타트업들을 보며 이곳 혁신 문화도 빠르게 파악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목표를 묻는 질문에 김 대표는 “스타트업 투자만 하고 있는데 욕심을 부리자면 ‘레이트 스테이지(Late-stage, 사업 모델이 성숙해 상장을 바라보는 기업에 대한 투자)’로 범위를 넓히고자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샌타클래라(미국)=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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