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신규대출, 작년보다 月26만원 더 낸다

5대은행 주담대 고정금리 상단 7.01%
2022년 10월이후 3년5개월 만에 최고
중동사태로 은행채금리 상방압력 영향
금융위, 이번주 가계대출 관리방안 발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고 금리가 7%를 돌파했다. 3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뛴 영향이다.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 강화를 예고한 가운데 금리 상승 흐름까지 겹치면서 차주들의 이자 부담과 대출 여건이 동시에 악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이달 27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는 연 4.410~7.010% 수준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 고정금리가 7%를 웃돈 것은 2022년 10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상단은 0.780%포인트, 하단은 0.480%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은행이 대출 금리를 산정하는 핵심 지표인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중동 사태 이후 빠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고정형 주담대 금리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27일 기준 연 4.12%로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기 직전인 한 달 전과 비교해 0.548% 포인트 뛰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분간 추가 금리 인하는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보니 시장금리 자체가 오르면서 대출 금리도 줄줄이 오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차주가 감당해야 하는 이자 부담은 확대되고 있다. 실제 이날 기준 30년 만기 고정형 주담대로 5억원을 대출할 때 매월 내야 하는 원리금은 상단 금리로 계산할 때 332만9871원에 달한다. 작년 말보다 현시점에서 돈을 빌린 차주는 월 상환 부담액이 25만7786원 늘어나는 셈이다.

기존 채무자의 부담 가중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고정형 주담대는 5년마다 금리 재평가가 이뤄지는데 2021년 당시 주담대 금리는 연 2%대에 불과했다. 상단 금리인 4% 중반대로 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해도 2%포인트 이상의 금리 상승으로 월 상환액이 50만원가량 뛸 수 있다.

문제는 금리 상승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당장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되고 있어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고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채권금리 역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전쟁 상황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어려울 상황으로 연내 동결이 유력해지고 있다”면서 “유럽 중앙은행과 한국은행 등의 금리 인상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이번주 가계부채 관리 방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예년보다 훨씬 강화된 총량 관리 목표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지적한 다주택자 대출 규제가 강도 높게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가 1%대 초중반 선에서 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담대에는 별도 목표치도 주어질 전망이다. 다주택자 대출 연장 관행을 끊기 위한 방안으로는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의 대출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이와 함께 대출의 자금용도 외 유용에 대한 강력한 단속 의지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하나·농협은행을 대상으로 사업자대출의 용도 외 유용 현장점검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등 고위험 대출 유형을 중점적으로 살펴 필요시 형사처벌도 진행할 방침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으로 금리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중동 사태가 이런 호재를 잡아먹었다”면서 “아무래도 신규 주담대를 받는 차주는 잔금 일정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주담대 금리 변동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이번 규제는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규제 시행 전에 미리 한도를 확보하려는 문의가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은행권의 금리 상승으로 농협·새마을금고·신협 등 상호금융권과 보험사로 대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2월 말 기준 서울 소재 농협의 아파트담보대출 금리는 연 3.5~6.44%, 신협의 개인주택자금대출은 연 3.40~6.80% 수준으로 시중은행보다 금리 상단이 낮게 형성돼 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어 공격적인 영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틈을 타 상호금융과 보험사가 금리 경쟁력을 내세워 틈새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고 했다. 김은희·유혜림·정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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