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 낮춘다고 범죄 감소 근거 충분하지 않아” 인권위 “신중해야”[세상&]

만 14세→13세 하향 추진
인권위 “효과 불확실”, 유엔도 우려 표명


2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2026 제6차 전원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정부와 정치권이 촉법소년 나이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신중론을 밝혔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은 31일 성명을 내고 “촉법소년 연령을 낮춘다고 해서 소년범죄가 줄어든다는 근거는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처벌 강화보다 교육과 돌봄 체계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소년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인식에 대해서도 “일부 지표만으로 ‘저연령화’나 ‘흉포화’로 일반화하는 것은 현실을 과장 해석할 위험이 있다”며 “10~13세 저연령 범죄는 장기적으로 감소하거나 정체된 흐름이며, 절도 등 가벼운 범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연령 하향의 효과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형사사법 체계에 편입되면 낙인과 사회적 배제로 이어지고 보호와 교육 기회를 잃으면서 장기적으로 재범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촉법소년이 아무런 제재 없이 보호받고 있다는 인식은 사실과 다르다”며 “현행 제도에서도 보호관찰이나 소년원 송치 등 실질적인 제재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위원장은 소년범죄의 원인을 처벌이 아닌 환경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연구에서 빈곤·불평등·가정 위기·방임·학대·지역사회 안전망 부재 등이 소년범죄의 배경으로 지적된다”며 “교육과 복지, 정신건강 지원 등 사회적 대응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국제 기준과의 충돌 가능성도 언급했다. 안 위원장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형사책임 나이를 14세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이미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국가는 이를 낮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국제적 흐름”이라고 말했다.

소피 킬라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 역시 최근 한국의 연령 하향 추진에 대해 “형사 미성년자 나이를 14세 미만으로 낮추는 것은 아동의 최선의 이익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안 위원장은 끝으로 “아동은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받고 성장할 권리를 가진 인격체”라며 “나이를 낮출지보다 아이들이 범죄에 이르게 된 환경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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