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서 첫 ‘원청 사용자성’ 인정…하청노조 교섭 확산 예고

충남지노위, 4개 기관 모두 인용…“안전·인력 배치에 실질 지배력”
노란봉투법 첫 판정…원청 교섭 책임 현실화·후속 사건 줄줄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지난달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이른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 이후 처음으로 노동위원회가 공공기관의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하청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첫 사례로, 향후 산업 전반에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3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전날 오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상대로 제기된 교섭요구 사실 공고 관련 시정 신청 사건 심판회의를 열고 4건 모두 인용 결정을 내렸다.

충남지노위는 “해당 공공기관들이 하청 근로자의 안전관리와 인력 배치 등에서 실질적인 지배·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지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들 기관은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를 공고하고 교섭 절차에 나서야 한다.

이번 판정은 지난달 10일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24일 만에 나온 첫 노동위 판단이다. 개정법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 사용자로 인정하고 교섭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법원 판례를 통해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된 사례는 있었지만, 개정법 시행 이후 노동위원회가 이를 공식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위는 원청이 근로시간, 작업 일정, 작업 환경 등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통제할 수 있는 경우 사용자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기존 판단 기준을 적용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교섭 의제에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포함된 점이 사용자성 인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공공기관이라는 점은 변수로 작용했다. 정부 예산과 법령에 따라 근로조건이 결정되는 구조상 임금 등은 개별 교섭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제 교섭 범위는 안전관리 등 일부 의제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동계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원청 책임이 명확해졌다는 입장이다. 공공연대노조는 “모든 공공기관이 자회사와 용역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즉각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경영계와 공공기관들은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확대될 경우 교섭 부담과 법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노란봉투법 관련 판단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교섭 절차 관련 이의제기는 150건을 넘었으며, 포스코·인천국제공항공사·KB금융 계열사·쿠팡CLS 등 주요 사업장을 둘러싼 후속 판단도 예정돼 있다.

이번 판정이 ‘첫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경우, 원청과 하청 간 교섭 구조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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