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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전쟁 관련 대국민 연설 화면이 나오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김유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타격의 데드라인을 2~3주로 설정하면서 오히려 국제유가 상승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시장 내 투심 저변에 불안감이 점증하고 있다. 특히 코스피 낙폭이 아시아 주요 증시를 크게 웃돌며 ‘한국만 급락’ 흐름이 재현되고 있다.
남은 시간 동안 충돌이 거세지는 것은 물론 2~3주 후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는 사실상의 장기화 수순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게임이론(Game Theory)’을 이용해 이러한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기존 10%에서 15%로 올라갔다고 분석했다.
3일 코스콤에 따르면 전날 아시아 주요국 주요 지수 대비 코스피 지수 낙폭이 두드러졌다. 2일 코스피는 종가 기준 4.47% 하락했고, 일본 니케이225(-2.38%), 대만 가권지수(-1.82%), 홍콩 항셍지수(-0.70%), 중국 상해종합지수(-0.74%) 평균 낙폭(1.41%)의 3.17배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차이를 한국의 에너지 구조에서 찾는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구조상 유가 변동이 기업 비용과 환율에 빠르게 반영된다. 이는 이익 전망과 밸류에이션에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연설에서 “앞으로 2∼3주”에 걸쳐 이란에 대해 “극도로 강력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시장 우려는 더 커지는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출구전략의 시그널링 ▷확전 위협 극대화 두 가지 관점에서 해석했다. ‘2~3주’라는 타임라인을 공식화하며 미국이 무한정 전쟁을 지속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협상 중에 최대한의 파괴력을 과시함으로써 상대의 양보를 끌어내는 전형적인 ‘최후통첩’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은 이를 ‘게임이론’을 이용해 분석하고 전쟁의 향후 양상을 수치로 제시했다. ‘게임이론’은 여러 경제 주체나 국가 등이 서로의 선택에 영향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분석하는 이론이다. 단순히 한 주체의 판단이 아니라 상대방의 전략과 반응까지 고려해 행동을 결정한다는 점이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선(先) 휴전·후(後) 협상’ 모델의 가능성을 30%에서 45%로 올려 잡았다. 모든 시나리오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이 승전을 선언한 이후 일방적으로 종전할 가능성도 10%에서 15%로 높였다.
전쟁이 마무리될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시장의 불안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미국이 종료 시점을 못 박은 만큼 이란은 그 시점까지 버티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양측 모두 단기간 내 성과를 내기 위해 충돌 강도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종전의 ‘형태’다.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고 철수하는 경우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전쟁이 끝날 경우, 에너지 공급 불안과 유가 부담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불완전한 종결 구조는 ‘선 휴전·후 협상’ 시나리오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 휴전 이후 협상이 지연될 경우, 공급 차질과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시장 부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방적 중단’ 가능성은 10%에서 15%로 상향했는데, 이것이 이번 연설의 가장 중요한 변화”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선언 후 일방적 철수’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호르무즈 봉쇄가 해제되지 않은 채 미국만 빠지는 시나리오가 여기에 해당한다”며 “이란이 미국의 타임라인을 역이용해 시간을 벌 경우,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하는 새로운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당사국들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쟁에 참전하지 않으면서 연료 부족을 겪는 나라들은 호르무즈에 가서 직접 석유를 가져가라”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유가 상승의 장기화가 인플레이션을 필연적으로 초래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징후가 지표로 나타나는 순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는 급속도로 후퇴하게 되고 증시의 상향 추세를 받치고 있던 유동성도 끊긴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공습 종료 이후 협상 국면으로 전환, 전면적 합의 보다는 부분 합의와 점진적 해협 봉쇄 완화가 당사의 기본 시나리오”라며 “치솟은 에너지 가격과 누적된 공급 차질이 정상화되는데 시차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정치 리스크가 유가와 금리 하락 기대를 끌어 내리면서 투심이 불안한 흐름을 지속할 가능성도 커졌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유가와 금리의 하락 기대감과 정치 리스크의 충돌”이라며 “2월 말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은 어느새 5주차를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대로 잘 풀리지 않고 있을 때 예측 불허의 언행이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은 곧 시장의 변동성을 자극 중”이라며 “주식과 채권 가격 모두 상승세에서 연설 이후 하락 전환한 것은 변동성의 확대 국면 속에서 여전히 헤매고 있는 투심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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