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AI 시대 진짜 승부수는 데이터 설계”

정 부회장 서울대 건축학과 특별강연
AI 1조 예산 절반 아키텍처 구축 집중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공개강연에 연사로 참여해 강연하는 모습. [정태영 부회장 페이스북]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온라인 시대가 가속화될 수록 ‘건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집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지난 6일 서울대학교 건축학과-해안건축 공개강연 시리즈에 연사로 나서 ‘건축과 건축학적 사고의 확장’을 주제로 2시간 동안 열띤 강연을 펼쳤다.

이날 정 부회장은 “(경영자는) 질서를 만드는 사람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정의했다. 이어 바우하우스(Bauhaus),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주세페 테라니(Giuseppe Terragni) 등 거장들이 고수했던 질서와 비례, 모듈화와 시스템의 원칙이 비단 건물뿐 아니라 기업 운영 전반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건축적 원칙은 현대카드의 상품 체계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현대카드의 모든 상품은 규격화된 모듈형 시스템 안에서 설계되어 일관된 라인업을 유지한다. 조직 구조 역시 예외는 아니다. 본부와 팀의 구성 방식부터 칸막이를 허물고 부서 간 인력을 유연하게 이동시키는 시스템까지, 조직도 전반이 정교한 건축적 설계 아래 작동하고 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의 경영 철학으로 ‘아키텍트 오브 체인지(Architect of Change, 변화의 설계자)’를 강조해 왔다. 2024년 1월 선포된 이 슬로건은 상품과 브랜딩, 디지털 영역을 넘나들며 카드업의 새로운 룰을 설계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현대카드는 이 철학을 바탕으로 가장 먼저 상품 체계 전면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지난 15년 넘게 지속해 온 건축적 투자는 실질적인 자산으로도 증명된다.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은 현재 13개국에 걸쳐 디자인·쿠킹 라이브러리 등 서울의 랜드마크가 된 브랜드 공간을 포함해 약 50개의 글로벌 건축 프로젝트를 보유 중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현대카드의 인공지능(AI) 추진 전략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정 부회장은 “자체적인 거대언어모델(LLM)을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진짜 승부수는 ‘데이터 아키텍처(Data Architecture)’에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의 최소 단위를 정의하고, 조직 전체가 일관된 문법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기초 설계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카드는 총 1조원 이상의 AI 투자 예산 중 절반에 달하는 약 5000억원을 이 아키텍처 구축에 집중 투입했다. 또한 2년 내에 LLM이 경영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에 대비해 7개의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2년 뒤면 LLM이 재무 분석, 법무, 인사 업무까지 처리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활주로를 닦아야 하듯, 기술이 도달할 미래 지점을 위해 지금 가장 단단한 기초 공사를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