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헝가리 오르반 16년 집권…·美·러 ‘전략 흔들’ 우크라·EU ‘안도’

개표율 97.74% 기준 야당 티서 138석 차지…개혁 드라이브
오르반, 패배 인정…티서당 마자르 대표 “EU·나토의 강력한 동맹 될것”
트럼프·푸틴 후원에도 패배…EU·우크라 “민주주의 회복” 환영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12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12일(현지시간) 치러진 헝가리 총선에서 야당 티서당이 3분의 2 의석을 확보하며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16년 장기 집권이 막을 내렸다. 미국과 러시아에 밀착해온 오르반 체제가 붕괴되면서,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은 안도하는 반면 미국과 러시아는 외교 전략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헝가리 국가선거위원회에 따르면 개표율 97.74% 기준 티서당은 전체 199석 중 138석을 확보했다. 반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피데스당은 55석에 그쳤다.

티서당은 장기 집권의 폐단을 청산하겠다며 개헌 요건인 3분의 2 의석, 즉 ‘133석’을 목표로 제시해왔다. 정치·사회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이른바 ‘매직 넘버’를 넘어선 138석을 확보하면서, 정권 교체를 넘어 강력한 정책 추진 기반까지 마련하게 됐다.

오르반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결과가 어떻든 우리는 야당에서 조국과 헝가리 국민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며 패배를 인정했다.

티서당을 이끄는 페테르 마자르 대표는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승리 연설을 통해 “우리는 함께 헝가리를 해방했다”고 선언했다. 그는 앞서 권위주의 통치로의 회귀를 막기 위해 총리 임기를 두 차례로 제한하는 제도 도입을 공약한 바 있다.

티서당 대표 페테르 마자르가 12일(현지시간) 헝가리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후 부다페스트에서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EPA]


외교 노선에서도 변화가 예고된다. 마자르 대표는 헝가리가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강력한 동맹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총선은 오르반 총리가 미국·러시아와 밀착하며 대러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 등 EU 정책에 제동을 걸어온 점에서 사실상 미·러와 EU 간 ‘대리전’ 성격으로도 주목받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결과가 오르반 총리를 지원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오르반을 공개 지지하고 JD 밴스 부통령을 헝가리에 보내 선거 지원에 나섰지만, 이란 전쟁을 둘러싼 부정적 여론 속에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르반의 패배는 트럼프의 ‘마가(MAGA)’ 진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오르반을 반이민·기독교 중심 민족주의의 상징적 모델로 평가해왔다.

반면 EU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오르반은 그간 EU의 구조적 약점을 활용해 영향력을 행사해왔으며,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약 900억유로 규모의 EU 지원을 차단하는 데도 관여해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오늘 밤 헝가리에서 유럽의 심장이 더 강하게 뛰고 있다”고 밝혔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헝가리 국민이 EU 가치와 유럽 내 역할의 중요성을 보여준 결과”라고 평가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유럽 민주주의의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유럽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협력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EU는 그동안 사법 독립성과 법치주의 훼손을 이유로 헝가리에 대한 지원금을 동결해왔다. 시장에서는 이번 정권 교체를 계기로 동결 자금이 해제되고, 중장기적으로 유로화 도입 논의도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마자르 대표는 첫 해외 방문지로 폴란드를, 이어 오스트리아와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하겠다고 밝히며 “헝가리 국민이 받아야 할 EU 자금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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