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뺏겼지만 가자로 간다” 韓활동가, 李대통령에 띄운 편지

[가자로 향하는 천개의 매들린호(TMTG)]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로 가는 구호선단에 참여하는 한국인 활동가 해초(김아현)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전 세계 전쟁과 학살에 귀 기울여 달라”며 가자지구로 향하는 자신의 여권만료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15일 국내 팔레스타인 인권단체 ‘가자로 향하는 천개의 매들린호’(TMTG) 한국지부에 따르면 해초는 이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난해 추석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에 탑승해 이스라엘 감옥에 구금됐고, 대통령님과 대한민국 국민께 빠른 석방을 도와달라고 요청드린 적 있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먼저 “늦었지만 감사하다. 대통령님과 시민들의 신속하고 단호한 목소리 덕분에 무사히 한국으로 귀국할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난해 가자지구로 향하는 배를 탔다가 이스라엘군에 나포돼 사흘 만에 추방됐던 해초는 다시 구호선단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달 11일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 지중해 바다에 있다”고 알린 해초는 “팔레스타인은 올해로 78년째 식민점령당하고 있고 가자지구는 오랫동안 봉쇄됐다. 민간인들이 사는 거주지역임에도 매일 같은 폭격과 이동권의 제한으로 인해, 현재 지상 최대의 감옥이라는 슬픈 별명으로 알려져 있다”고 소개하며 “가자지구로 다시 항해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곳에 꼭 닿아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다”면서 “팔레스타인과 대한민국은 식민 지배라는 서글픈 역사를 공유한다. 유엔과 앰네스티는 이미 팔레스타인에서 ‘대량학살(제노사이드)’이 일어나고 있다고 규정했고, 휴전 협상을 진행했음에도 이스라엘은 번번이 폭격과 침략을 멈추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여권 효력을 되살려달라는 요청도 이어졌다.

해초는 “지금 한국 외교부에 의해 여권이 취소됐다”며 “외교부는 항해를 막기 위해 불법적인 행정절차를 거쳐 무리하게 제 여권을 만료시켰다. 이는 국내법에도 위반되지만 국제법으로는 심각한 이동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해초와 TMTG,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정부의 여권반납명령 및 여권효력정지 조치가 인권침해라며 ‘유엔인권이사회 특별절차’에 지난 14일 진정서를 접수했다. 유엔 특별절차는 인권침해 상황을 조사 및 감시하고, 성명 및 권고 등을 통해 인권 침해 상황에 개입하는 독립 조직이다.

외교부는 가자 지구는 여권 사용 제한 지역이며 출국할 경우 테러 등으로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이 침해될 위험이 크다고 보고 지난달 말 해초에게 여권 반납을 명령했다. 해초 측은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했으나 지난 4일 기각됐다.

그는 “외교부의 이런 전례 없는 처사를 그대로 둔다면 국제 시민사회의 비판과 질타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여권이 만료된 상태로 팔레스타인에 도착했을 때, 제 개인에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도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초는 이 대통령을 향해 “우리 땅에서 일어난 전쟁과 학살을 기억하고 또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해 오셨다”면서 “세계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학살, 차별에 귀 기울이고 팔레스타인과 세계 곳곳의 작은 목소리 곁에 서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여권법이라는 시민 이동을 제한하는 법을 재고하고 한국 시민이 세계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평화를 지지해 달라”며 “마지막으로 저의 평화항해를 멈추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가자지구 구호선단은 전 세계 각국의 시민과 정치 인사들이 탑승하는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이다.

지난 항해에 세계적인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과 유럽의회, 미국의 국회의원들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항해에는 약 2000명을 태울 100여 척의 배들이 출항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TMTG 한국지부는 지난해 12월 9일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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