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하도급 금지…‘쪼개기 계약’ 제동

정부, 공공 도급 운영 개선안 발표
신기술 분야 등 예외적으로 허용
낙찰률 2%P 올려 임금구조 개선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하도급(2차 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최저 낙찰하한율을 높여 저가 수주에 따른 임금 삭감 구조를 손보고, 도급계약 2년 보장과 고용승계 의무화를 통해 이른바 ‘쪼개기 계약’도 차단한다. <본지 4월 9일자 1면 참조>

저임금과 고용불안은 물론 외주화 과정에서 커진 안전사고 위험까지 줄이겠다는 취지다. 공공 입찰 물량이 큰 만큼 민간 외주 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재정경제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부, 기후에너지환경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기획예산처 등 관계부처와 함께 노동안전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공공부문 도급 운영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관련기사 3면

이번 대책은 발전·에너지·공항·철도·도로·항만 등 6개 분야 584건에 대한 실태조사와 현장 점검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조사 결과 일부 공공기관에서 저가 낙찰에 따른 저임금 구조와 동일·유사 업무 간 임금격차, 단기 계약에 따른 고용불안 문제가 확인됐다.

정부는 우선 공공부문에서 원도급사 직접 수행 원칙을 명문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원칙적으로 하도급은 금지되며, 신기술 활용이나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 발전소 핵심 설비의 정기 점검처럼 일시·간헐적 업무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예외 적용 시에도 사전심사위원회를 통해 하도급 필요성과 단가 적정성을 검증받아야 한다.

저가 수주 구조를 막기 위해 청소·경비·시설물관리 등 일반용역의 최저 낙찰하한율은 현행 87.995%에서 89.995%로 2%포인트 상향된다. 정부는 인상분이 실제 임금으로 이어지도록 노무비를 계약 산출내역서에 별도 명시하고 전용계좌로 지급해 임금 외 용도로 전용하지 못하도록 관리할 방침이다. 또한 급식비, 복지포인트, 명절상여금 등 이른바 ‘복지 3종’을 총인건비 인상률 산정에서 제외해 공공기관의 처우 개선 여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거치며 도급금액이 줄어들고 노동자 임금과 근로조건이 악화되는 사례도 적지 않게 확인됐다. 일부 발주기관 소속 노동자가 월 350만원 안팎을 받는 반면, 원도급 노동자는 290만~310만원 수준, 하도급 단계로 내려가면 200만원대 초반까지 낮아지는 사례가 확인됐다.

고용안정 장치도 강화된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급계약 기간을 2년 이상으로 설정하고 근로계약도 같은 기간으로 체결하도록 유도한다. 도급업체가 바뀌더라도 고용승계를 의무화해 단기·반복 계약 구조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는 정규직 전환과는 별개의 조치지만, 그동안 퇴직금 지급을 피하려고 수개월 단위 계약을 반복하던 ‘1년11개월 쪼개기 계약’ 관행을 차단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하반기 ‘공공부문 적정 도급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신규 계약부터 적용하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도급 관리 수준을 반영할 계획이다.

김영훈 장관은 “공공부문이 모범적 사용자로서 공정한 도급 질서를 확립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민간 부문으로도 공정한 도급 구조가 확산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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