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후 항공기 165대→230여대
조종사 3043명→4100명
시뮬레이터 12대 24시간 가동
1대당 가격 최대 315억원
“양사 규정·절차 통일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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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인천 운북동 운항훈련센터 전경. 조종사 모의비행훈련(FFS) 등 핵심 안전 훈련이 이뤄지는 대한항공의 대표 운항 교육 시설이다. [대한항공 제공] |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올해부터 조종사 훈련체계를 통합하며 ‘안전 운항’ 기반 구축에 본격 나섰다. 양사는 규정과 절차, 훈련 프로그램을 하나로 묶고 정기훈련과 양성훈련을 동일 체계로 운영하며 통합 항공사 출범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김강현 대한항공 운항훈련원장은 지난 15일 인천 운북동 운항훈련센터에서 “양사가 30년 가까이 다른 체제로 운영되면서 훈련 과정과 규정, 절차에 차이가 있었지만, 이를 모두 분석해 통일했다”며 “올해 4월부턴 정비·양성 훈련 프로그램까지 동일하게 적용해 통합 훈련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통합사 운항승무원 기본훈련’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이 함께 참여해 기재별 차이와 운항 절차를 공유하고 비상·보안 상황 대응 훈련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지난 1년여간 운항승무원 온라인 교육 시스템 통합과 비대면 실시간 교육 인프라 구축, 전비행 시뮬레이터(FFS) 훈련 및 평가 프로그램 표준화 작업을 마무리했다.
현재 대한항공이 운영 중인 항공기는 여객기와 화물기를 합쳐 총 165대, 조종사는 3043명이다. 올해 말 아시아나항공과 완전 통합이 이뤄지면 항공기는 약 230여대로 늘고, 조종사 1100여 명이 추가돼 4100명대 규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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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인천 운북동 운항훈련센터에서 김강현 대한항공 운항훈련원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경수 기자 |
조종사 숫자가 크게 늘어나는 만큼 훈련 인프라의 중요성도 한층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의 조종사 훈련 시설은 김포 본사, 제주 정석비행훈련원, 인천 운북 운항훈련센터 등 3곳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김포 본사에는 온라인 강의 스튜디오와 강의실, 비행훈련장치(FTD)가 있고, 제주 정석비행훈련원에는 활주로와 관제탑, 훈련용 항공기까지 갖춘 종합 훈련시설이 마련돼 있다. 2016년 개관한 운북 훈련센터는 최대 규모로 대한항공 조종사 훈련의 핵심 거점이다.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를 대비해 2030년 부천 대장지구에 ‘UAM·항공안전 R&D 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약 1조2000억원이 투입되는 이 센터는 2027년 착공해 2030년 가동을 목표로 하며, 양사가 각각 운영해온 운항훈련센터와 교육·연구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는 핵심 거점이 된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운항훈련시설과 항공안전 연구 인프라가 들어서고, 전비행 시뮬레이터(FFS)는 최대 30대까지 확대돼 연간 2만명 이상의 조종사 교육이 가능할 전망이다. 김 원장은 “신규 기재 도입이 이어지는 만큼 현재 시뮬레이터 규모로는 장기적으로 부족할 수 있어 선제적으로 확충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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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운북동 운항훈련센터에 있는 조종사 모의비행장치(FFS). 실제 항공기와 동일한 환경에서 비정상 상황 대응 등 고난도 훈련이 이뤄지는 핵심 장비. [대한항공] |
안전을 위한 훈련 비용도 지속적으로 투자한다. 대한항공은 2027년부터 5년간 시뮬레이터 기반 정기·양성 훈련 비용만 약 2500억~3000억원 수준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항공기를 활용하는 훈련 비용은 제외한 수치다.
이날 현장에서는 조종사 훈련 장비가 단계별로 소개됐다. 개인이 컴퓨터로 항공기 시스템과 절차를 익히는 P3D 장비부터 조종실 그림을 붙여 절차를 반복 숙달하는 ‘마크업’, 시각 화면과 모션 기능은 없지만 실제 항공기와 유사한 시스템을 구현한 비행훈련장치(FTD), 그리고 실제 비행과 가장 가까운 훈련이 가능한 전비행 시뮬레이터(FFS)까지다. 대한항공은 현재 P3D 21대, FTD 10대, FFS 12대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운북 훈련센터에는 총 12대의 FFS가 배치돼 있다. 이 가운데 11대는 대한항공 소유, 1대는 진에어 소유다. 나머지 1대는 제주 정석비행훈련원에 있다. 이날 기자들에게 공개된 기종은 보잉 737과 에어버스 A220 시뮬레이터였다.
FFS는 엔진 고장, 조류 충돌, 기내 여압 상실 같은 실제 비행 중 발생 가능한 비정상 상황을 가장 정교하게 재현하는 장비다. 실제 항공기로는 수행할 수 없는 고위험 훈련을 안전하게 반복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시뮬레이터는 모두 최고 등급인 ‘레벨 D’ 인증을 받은 장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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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활주로에 각 항공사 비행기들이 주기되어 있다. 영종도=임세준 기자 |
이 장비들은 가격부터 압도적이다. 1대당 가격은 최소 200억원에서 최대 310억원 수준이다. 가장 최근 도입한 보잉 787 시뮬레이터는 약 315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훈련 비용도 만만치 않다. 장비 사용료와 교관 비용 등을 포함하면 시뮬레이터 1시간당 약 100만원이 들어간다. 통상 한 세션이 4시간인 만큼 조종사 2명이 한 차례 훈련받는 데만 약 400만원이 소요된다.
운항훈련센터는 이런 고가 장비를 24시간 멈추지 않고 돌린다. 시뮬레이터 1대당 하루 5세션씩 운영된다. 김 실장은 “조종사가 밤이라고 비행을 안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훈련센터도 밤새 멈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조종사 양성 과정은 생각보다 길다. 신입 조종사는 먼저 약 한 달 반 동안 지상 이론교육(그라운드스쿨)을 받고, 이후 조종석 절차 훈련과 FFS를 활용한 정상·비정상 기동 훈련, 승무원 자원관리(CRM) 훈련 등을 거친다. 이 과정을 마치면 면허를 취득하고, 실제 항공기로 운항 경험을 쌓는 과정(OE)에 들어간다. 전체 양성 과정은 최소 6개월 이상 걸린다.
입사 후 곧바로 부기장이 되는 것도 아니다. 대한항공은 기본적으로 비행시간 1000시간 이상을 가진 경력 조종사를 채용한 뒤, 신입 기본 과정과 제주 정석비행훈련원 훈련, 기종 양성 과정을 거쳐야 정식 부기장이 될 수 있다. 입사 후 정식 부기장으로 비행기에 오르기까지 대략 8개월에서 1년가량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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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운북동 운항훈련센터에 있는 ‘조종사 모의비행장치(FFS)’에서 운항승무원들이 비정상 상황을 가정한 모의 비행 훈련을 수행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
이후 소형기에서 최소 2년 이상 경험을 쌓고 대형기로 전환한다. 부기장 경력은 통상 10~13년 정도 이어지며, 이후 기장 승급 기회가 주어진다. 다시 소형기 기장 과정을 거쳐 2~3년가량 경험을 쌓은 뒤 대형기 기장으로 올라가는 구조다. 조종사 한 명을 장거리 노선에 투입할 수 있는 기장으로 키워내기까지 사실상 10년 넘는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정기 훈련 방식도 눈에 띈다. 대한항공 조종사는 6개월마다 정기 훈련과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과거에는 훈련 후 심사를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첫날부터 곧바로 심사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실제 라인 운항 상태에서 어느 부분이 약한지를 먼저 확인한 뒤, 둘째 날 그 취약점을 집중 보완하는 훈련을 한다는 설명이다. 평가 방식은 5점 척도이며, 대한항공은 모든 조종사가 4점 이상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비용 절감과 유류비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조종사 훈련 등 안전과 직결된 비용은 축소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김 원장은 “통합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 기준의 일원화”라며 “훈련은 비용이 아니라 필수 투자로, 시뮬레이터와 정기 훈련은 법적 의무인 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줄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