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질서 대전환 시기 진단
통화정책 넘어 금융안정 역할 강화
비전통금융 정보접근성 제고 필요
원화 국제화·디지털 전환 핵심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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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
“전환기에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물어야 합니다.”
21일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사를 통해 통화정책 중심의 전통적 역할을 넘어 금융안정과 통화제도 혁신, 구조개혁 대응까지 아우르는 중앙은행의 역할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특히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동시에 금융시장 전반의 위험을 선제적으로 포착하는 ‘조기경보 체계’ 구축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신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한은 별관에서 열린 제28대 한은 총재 취임식에서 “오늘날 세계경제 질서는 지정학적 갈등과 AI 기술 혁명으로 대전환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서 “중동전쟁에 따른 공급충격으로 물가와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만큼, 신중하고 유연한 통화정책 운영을 통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조를 반영하듯 시장에선 신 총재를 ‘실용주의적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평가하는 시각이 많다.
신 총재가 한은 역할의 확대를 주문한 것은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관세정책으로 촉발된 통상 갈등이 무역구조의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고, 중동지역 긴장은 다시 한 번 에너지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AI 기술은 지난 몇 년 사이에 산업의 지형을 변화시켰고, 앞으로도 경제성장과 생산성, 노동시장 등 경제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적으로도 인구구조 변화, 양극화 심화,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 문제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세계경제의 변화와 맞물려 어떻게 전개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정책 수단 재점검과 정부와의 정책 공조, 시장과의 소통 강화를 통해 정책 유효성을 높이겠다고 예고했다.
통화제도 측면에선 원화 국제화와 디지털 전환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외환시장 24시간 개장과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 구축을 통해 원화 거래 인프라를 개선하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 활용도를 높여 디지털 금융환경에도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신 총재는 국제결제은행(BIS) 근무 당시 중앙은행의 신뢰를 토대로 한 토큰화된 화폐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신 총재는 “원화 국제화와 지급결제 혁신, 거시건전성 체계를 ‘삼각 축’을 이뤄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정부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총재는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 과제에서도 ‘싱크탱크’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이창용 전 총재가 강조해 온 구조적 문제 대응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신 총재는 “경제구조가 달라지면서 경제현실과 경제주체들의 인식 사이에 괴리가 커질 경우 통화정책의 파급경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구조적 요인은 통화정책과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통화정책 운영의 중요한 일부”라고 말했다.
한편, 신 총재는 취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 “청문회 과정이 순탄치 않아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검증은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으로 앞으로는 총재로서의 임무 수행을 통해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유혜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