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시간 운동장 축구 금지’…민원에 학생들은 운동도 못한다 [세상&]

부산 34%, 서울 16%…대도시 중심 ‘운동장 폐쇄’
안전 우려·민원 부담에 “아무것도 안하는게 상식”


초등학생의 체육활동이 학교 현장에서 잇따라 제한되고 있다. 안전사고 우려와 학부모 민원 부담이 커지면서다. 사진은 기사를 분석해 AI가 제작한 그림. [제미나이로 제작]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초등학생의 체육활동이 학교 현장에서 잇따라 제한되고 있다. 안전사고 우려와 학부모 민원 부담이 커지면서다. 정부가 초등 저학년 신체활동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오히려 운동장 문을 닫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22일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초등학교 스포츠 활동 금지 현황’에 따르면 전국 6189개 초등학교 가운데 312개교(5.04%)는 정규 수업시간 외 축구·야구 등 스포츠 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 편차도 컸다. 부산은 전체 303개교 중 105개교(34.65%)가 운동장 스포츠 활동을 제한해 비율이 가장 높았다. 서울도 605개교 중 101개교(16.69%)가 금지 조치를 시행 중이었다. 과밀학급이 많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운동장 이용 제한이 두드러졌다.

아이들의 운동회 역시 과도한 민원으로 인해 ‘눈치보기’가 일상이 됐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그려 초등학교 벽에 붙인 벽보가 화제였다. 아이들이 붙인 벽보에 “운동회 소음으로 주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소음이 발생할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경기도 성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운동회를 한다면서 붙여둔 사과문. [SNS 갈무리]


학교 현장에선 운동장을 막는 이유로 ‘책임 부담과 민원 위험’을 원인으로 꼽았다. 운동장처럼 통제가 쉽지 않은 공간에서 축구나 야구를 하다 사고가 나면 학교와 교사가 곧바로 책임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아이들이 말랑한 공으로라도 하게 해달라고 하지만 혹시라도 다치는 학생이 생겨 민원이 들어오면 학교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교사들 사이에선 운동장을 열어놨다가 사고가 나면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불안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 B씨 역시 “요즘 축구나 운동과 같은 야외활동 자체를 못하게 하는 학교가 많이 늘고 있다”며 “민원이 들어오면 결국 이 행사를 진행하는 교사 책임이 되는데, 아무것도 안하게 되는 이 현실이 미래엔 상식으로 바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교육 당국의 정책 방향과도 배치된다. 교육부는 학생 체력 저하에 대응하기 위해 2028학년도부터 초등 1~2학년 신체활동 시간을 현행 80시간에서 144시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교육과정은 신체활동 확대 방향으로 개편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선 체육활동이 민원과 안전 우려에 가로막히는 셈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이와 관련한 대정부 질의에서 “저학년 신체활동 확대를 위해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는 시대착오적”이라며 “시도교육청과 긴밀히 협의해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 수 있도록 현장 점검과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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