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올릴 때는 초고속, 내릴 때는 거북이…‘3.2조 설탕담합’ CJ제일제당·삼양사 前 경영진 집행유예, 법인은 각 벌금 2억원 [세상&]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법원 “시장 질서 왜곡”
‘담합 척결’ 법원 첫 판단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한 시민이 설탕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3조원대 규모의 설탕 가격 담합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CJ제일제당과 삼양사 전·현직 임직원들이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인엔 각 벌금 2억원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류지미 판사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 전 CJ제일제당 식품한국총괄과 최모 전 삼양사 대표이사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동시에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를 받은 전·현직 임직원들도 징역형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소속 직원의 위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감독을 기울이지 않았을 떄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법인도 각각 벌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피고인들의 자백과 보강증거를 종합하면 혐의가 인정된다”며 “이 사건은 공정거래법의 기본 취지를 훼손하고 시장 질서를 왜곡한 범행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양형(처벌 정도)이유에 대해 “기업 간 담합은 거래 시장에서 이뤄지더라도 피해가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국제 원가가 공개되는 구조와 대형 수요처의 가격 협상력, 환율 등 외부 요인을 고려하면 담합으로 폭리를 취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고, 회사도 준법교육 강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한 점을 참작했다”고 봤다.

또한 “이 사건으로 CJ제일제당과 삼양사가 폭리를 취할 수 있었다고 보이진 않는다“며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총 책임자인 김 전 총괄과 최 전 대표가 5개월의 구금 생활로 반성 기회를 가졌을 걸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들 업체는 약 4년간 설탕 가격 인상 여부와 시기, 가격 폭 등을 사전에 조율해 3조 2715억여원 규모의 담합을 벌인 혐의를 받았다. 설탕의 원재료인 원당 가격이 오를 땐 설탕가격 인상에 신속히 반영하면서 원당 가격이 하락하면 설탕가격 인하를 과소 반영하는 등 부당히 경쟁을 제한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기간 동안 설탕 가격은 최고 66.7%까지 인상(2023년 10월)됐다가 이후 원당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담합 전과 대비해 55.6% 인상 수준의 높은 가격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제당 3사의 설탕 가격 담합 사건을 수사한 결과, 김 전 총괄과 최 전 대표를 공정거래법위반죄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지난 9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김 전 CJ제일제당 식품한국총괄에게 징역 3년에 벌금 1억원을, 최 전 삼양사 대표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7000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당시 검찰은 “담합을 안일하게 생각하는 시장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후 진술에서 김 전 총괄은 “5개월간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반성했다”며 “회사 최종 결재권자로서 지위 책임의 무게를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최 전 대표도 “구속 직후 책임을 지고 스스로 사퇴했다“며 ”과오가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준법감시체계를 개편하고 여러가지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고 호소했다.

이번 1심 선고는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담합 척결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다. 현재 검찰은 설탕뿐만 아니라 밀가루와 석유, 전분당 등에 대해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10조원대 전분당 담합을 벌인 혐의를 받는 대상, 사조CPK, CJ제일제당 등 3개 법인과 각 사 대표이사 등 전·현직 임직원 등 관계자 총 20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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