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동기比 22.3%↑…사잇돌대출 11배↑
포용금융 실행 속도 높이며 실적 개선
우대금리 확대 등 정성적 변화도 뚜렷
“기회비용 등 고려하면 실적 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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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국민은행 직원이 22일 인천 연수구 KB희망금융센터에서 유선으로 채무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김은희 기자 |
#1. 사회초년생 A씨는 100만원 내외의 소액 신용대출을 여러 건 보유하고 있었는데 4건의 만기가 한 번에 도래했다. 이직 한 달차에 신용도까지 낮아진 탓에 만기연장을 못해 20일가량 연체했다. 상환 의지가 강했던 그는 KB국민은행의 채무조정을 통해 만기일시상환대출을 장기분할상환대출로 대환했고 의무상환비율도 15%에서 5%로 낮출 수 있었다.
#2. 서울 종로 일대에서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는 정승희 엘샌드위치 대표는 지난해 10월부터 신한은행의 자영업자 대상 경영 컨설팅 프로그램인 ‘신한 SOHO사관학교’를 6주간 수강했다. 브랜딩과 마케팅 등 실전 노하우를 매장에 적용하며 운영 방식도 바꿨다. 겨울 비수기에는 따뜻한 스프를 도입해 매출을 끌어올렸다. 정 대표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일 매출이 10%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포용금융이 서민 경제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채무조정부터 자영업자 컨설팅까지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맞춤형 지원이 확대되면서 포용금융이 단순한 정책 구호를 넘어 실질적인 금융 서비스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특히 금융 취약계층의 재기와 성장을 동시에 겨냥한 프로그램이 늘며 금융의 역할도 ‘지원’에서 ‘회복·자립’으로 확장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1분기 서민금융 상품인 새희망홀씨를 9877억원 공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8075억원) 대비 22.3%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의 포용금융 확대 기조에 맞춰 새희망홀씨 취급을 적극적으로 늘린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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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신한 SOHO사관학교 중급과정 39기’ 수업에 참여한 자영업자 수강생이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모습. 현재까지 1150명이 넘는 자영업자가 이곳을 거쳤다. [신한은행 제공] |
새희망홀씨는 저소득·저신용자에게 연 최대 10.5% 금리, 3500만원 이내에서 제공하는 무보증 신용대출이다. 정부가 제시한 전체 은행권의 연간 공급 목표인 5조1000억원 중 20%가량을 5대 은행이 3개월 만에 채워 넣은 것이다.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상품인 사잇돌대출의 경우 규모 자체는 작지만 올해 1분기 취급액이 전년 대비 무려 11배 넘게 늘었다. 1~3월 중 5대 은행이 총 177억2000만원을 내줬는데 이는 작년 1분기(16억3000만원) 대비 987.1% 증가한 수치다.
사잇돌대출은 신용등급이 낮아 일반 신용대출이 어려운 이들에게 공적 보증을 바탕으로 제공한다. 시중은행 기준 최대 2000만원 규모로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2금융권에서 취급됐으나 정부가 중·저신용층에 대한 중금리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은행권도 적극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자체 민간 중금리대출도 농협을 제외한 4대 은행을 기준으로 1분기 중 5838억원이 공급됐다. 작년 동기(7388억원)보다는 감소했지만 2022년 1885억원, 2023년 3811억원, 2024년 5670억원 등 이전 수년과 비교해 확대 흐름은 굳힌 분위기다.
지난해 말 포용금융 확대를 선언한 금융권이 올해 들어 이를 실행에 옮기며 실적으로도 입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수치로는 드러나지 않는 정성적 변화도 상당하다. 일단 우대금리 확대를 통해 소비자 비용 부담을 낮추거나 각종 상담 채널을 열며 접근성을 넓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일례로 주요 은행은 새희망홀씨 금리를 0.3~0.5%포인트, 많게는 1.0%포인트까지 내렸고 사잇돌 등 중금리대출의 금리 상한을 3.5%포인트 낮추거나 아예 개인 신용대출 금리가 7%를 넘지 못하게 하는 상한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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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컨설팅이나 연체 채무자를 위한 채무조정 지원도 포용금융의 깊이를 더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기존 재정적 지원 중심의 포용금융이 개개인의 금융역량 강화와 재기까지 함께 챙기는 쪽으로 범위와 방식이 바뀌어나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정책 기조와 맞물려 선한 금융을 실천한다는 취지로 포용금융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면서 “그 과정에서 회사가 감수하는 기회비용이나 서비스 제공에 드는 인건비 및 전문성 비용, 금융 안전망 강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 절감까지 생각하면 효과는 실적 그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금리 상품 공급을 늘리는 등의 포용금융 확대가 금융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는 남아 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리스크 증가로 인한 수익성 압박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도 “지속 가능한 포용금융 모델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은희·유혜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