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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승혜 ‘우주로 간 스누피’. [홍승혜, 롯데뮤지엄. 제공=국제갤러리]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오늘도 나는 노래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움직인다는 건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무엇보다도 ‘유기적인’ 상태이기 때문이다.”(홍승혜 작가)
홍승혜 개인전 ‘이동 중(On the Move)’이 오는 6월 14일까지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개최된다. 지난 2023년 서울점 전시 이후 3년 만에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작가의 개인전이자, 부산점에서의 첫 전시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작가가 천착해 온 ‘이동성’에 주목해 작업의 변모 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디지털 세계로 진입한 이후 전개해 온 기하학적 이미지의 움직임에 관한 보고서”라고 설명했다.
1997년 컴퓨터 화면의 기본 단위인 디지털 픽셀을 사용하며 시작된 연작 ‘유기적 기하학’에서 감지되던 환영적 움직임은 플래시 애니메이션인 ‘더 센티멘탈 1’(2002)을 기점으로 실제적인 시간성과 리듬을 획득하기 시작했다. 이후 작곡 프로그램 개러지밴드로 만든 소리에 맞춰 포토샵으로 생성한 인물 픽토그램을 안무한 영상 ‘나의 개러지밴드’(2016), 작가가 연출한 퍼포먼스 ‘연습’(2021), 직접 퍼포머로 참여한 ‘사일런트 배틀’(2024)에 이르기까지 움직임은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감각으로 자리해 왔다.
전시에서 소개되는 ‘우주로 간 스누피’(2019)는 만화 ‘피너츠’ 속 캐릭터 스누피의 우주 여행을 상상하며 캐릭터의 모습을 단순한 도형의 구성으로 치환한 작품이다. ‘불빛’(2021)은 정지된 조각의 분위기와 감각을 전환시키는 장치로 기능하는 빛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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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승혜 ‘움직이세요’. [홍승혜, 국제갤러리] |
관객에게 함께 움직이기를 권하는 듯한 ‘움직이세요’(2022)와 2023년 국제갤러리 전시 ‘복선伏線을 넘어서 II(Over the Layers II)’에서 전시장 공중에 매달린 무용수 조각들과 결합해 무도회의 분위기를 연출했던 ‘서치라이트’(2023)도 만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소통 수단인 이모티콘에서 착안해 인간의 감정을 간결한 도형적 언어로 풀어낸 ‘표정 연습’(2025)도 전시된다.
홍승혜의 영상은 간결한 도형들이 느린 호흡으로 움직이는 절제된 형식을 취하는데, 이는 화면 속 시각적 이미지의 움직임을 “음표를 배열하듯 공간에 맞는 형식을 구축”하는 작가의 방법론과 맞닿아 있다.
기하학적 이미지의 움직임이 평면을 넘어 입체적으로 확장되는 작업도 있다. 환영적 움직임이 느껴지는 평면 작업 ‘유기적 기하학’(2014)과 가변적 조각 작품 ‘액자형 부조’(2026)가 소개된다.
디지털 환경 속 움직이는 이미지에 익숙해진 동시대 관람객에게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컴퓨터 화면 안에서 도형이 움직이기 시작하던 순간에 느꼈을 작가의 환희와 모니터 안팎을 넘나들어 온 여정은 오히려 신선한 울림을 선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