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수소철도 밸류체인 구축…‘게임체인저’ 노린다

1.8조 투자로 수소 확대 앞장
수소추출기·충전소·트램까지
‘생산~활용’ 통합 인프라 구축


현대로템 수소전기동력차. [현대로템 제공]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현실화되면서 수소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모빌리티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완성차를 넘어 철도·선박 등 대형 운송수단까지 수소 전환이 확산되는 가운데 현대로템이 차량과 인프라를 아우르는 ‘통합 패키지 전략’을 앞세워 현대자동차그룹 수소 브랜드인 ‘HTWO’(에이치투)의 핵심 플레이어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단순한 철도차량 제조사를 넘어 수소 생산부터 저장·운송·충전·활용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 구축자’ 역할을 맡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수소 전략이 차량 중심에서 에너지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이를 현실화하는 엔지니어링·인프라 역량을 담당하는 구조다.

핵심은 ‘패키지형 사업 모델’이다. 현대로템은 기존 철도차량 공급에 머물지 않고 수소 생산부터 저장·운송·충전까지 이어지는 인프라까지 함께 구축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소형 수소추출기를 통해 천연가스나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고순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으며, 고정식·이동식 수소충전소와 수소출하센터 구축을 통해 생산된 수소를 운송·공급하는 체계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수소출하센터는 수소를 튜브트레일러로 충전소에 공급하는 유통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현대로템은 차량 공급을 넘어 수소 에너지의 생산과 활용을 연결하는 ‘인프라 사업자’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철도 분야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현대로템은 수소트램을 시작으로 수소 하이브리드 열차, 준고속·고속 열차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실증을 통한 상용화 기반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디젤 기반 동력체계를 수소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철도 산업의 탈탄소 전환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실증 단계도 마쳤다. 수소전기트램은 울산 실증 노선에서 운행을 완료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대전 2호선 등 국내 최초 상용화 사업도 진행 중이다. 향후 울산, 성남, 제주 등으로 확대 적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는 단순 기술 개발을 넘어 실제 시장 형성 단계로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같은 확장은 현대차그룹 내 역할 분담과도 맞물린다. 현대차가 수소차 등 ‘수요처’를 담당한다면, 현대로템은 이를 뒷받침하는 ‘공급·인프라 축’을 맡는 구조다. 수소 경제가 본격화될수록 차량만으로는 경쟁력이 제한되는 만큼 생산부터 충전까지 연결된 생태계 구축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투자 역시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향후 3년간 1조8000억원 이상을 수소와 우주 등 신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과거 대비 4배 이상 늘어난 규모로, 수소를 핵심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의지와 맞닿아 있다.

올해 1월 조직 개편에서도 이러한 방향성은 강화됐다. 현대로템은 수소 사업을 로봇·인공지능(AI)과 함께 신사업 축으로 재편하며 기술 고도화와 사업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무인항만로봇, 물류 자동화 시스템 등과 결합해 ‘지능형 수소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AI 수소 시티’를 구축하는 초대형 사업인 새만금 프로젝트를 계기로 현대로템의 역할은 한층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급 수전해 플랜트에서 생산된 수소를 트램·버스 등 교통수단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현대로템이 수소트램 등 철도 기반 모빌리티 공급과 함께 충전 인프라 및 운영·유지보수 체계 구축을 맡는 ‘도시교통 인프라 실행사’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새만금에서 현대차가 수소 생산과 차량 기술을 담당하고, 데이터센터와 로봇이 수요를 창출하는 구조라면, 현대로템은 이를 실제 이동으로 구현하는 마지막 고리다.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를 교통수단에 직접 적용하는 실증형 도시라는 점에서, 향후 글로벌 수소 도시 모델의 레퍼런스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기술과 실증을 넘어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사업 성과 확보가 과제로 꼽힌다. 대전 2호선 수소트램 34량(약 2934억원)과 울산 장생포선 사업 등 일부 계약이 성사되긴 했지만 아직 시장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만큼의 상용화 실적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차량 공급에 그치지 않고 충전·유통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 경쟁력을 갖춘 만큼 초기 시장 선점에 성공할 경우 단기간 내 수조원대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로템은 수소트램 실증과 국내 노선 사업을 기반으로 차량과 인프라를 동시에 구축하는 ‘패키지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레퍼런스를 확보할 경우 글로벌 철도·수소 인프라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수소, 무인화, AI, 로봇, 항공우주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핵심 기술 확보와 사업화를 가속화하겠다”며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우주발사체 핵심 기술 확보와 차세대 추진체 개발을 추진하고, 수소·철도·친환경 모빌리티 사업을 확대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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