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야 받는’ 장기요양보험 지출 75% 급증

고령화에 10조9000억→19조1000억
경증 관리 빠진 ‘사후 돌봄’ 구조 문제
일본은 예방중심 설계, 중증화 억제 효과



장기요양보험 지출이 5년 만에 75% 늘어 19조원대에 진입했지만 제도는 여전히 중증 이후에야 지원이 시작되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 경증 단계에서 악화를 막는 예방 기능이 사실상 부재해 재정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장기요양보험 지출은 2021년 10.9조원에서 2022년 13.3조원, 2023년 14.5조원, 2024년 16.2조원, 2025년 17.4조원을 거쳐 2026년 19.1조원으로 확대됐다. 5년 만에 약 75% 증가한 규모로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지출 확대 흐름이 뚜렷하다.

같은 기간 고령화 속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00년 7.2%에서 2020년 15.7%, 2025년 20.3%로 상승했으며, 2050년에는 40.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요양 수요도 함께 늘면서 의료보장 적용인구 대비 장기요양 인정자 비율은 2015년 7.0%에서 2018년 8.8%, 2021년 10.7%, 2024년 11.2%로 꾸준히 증가했다.

문제는 제도가 여전히 ‘사후 대응’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현행 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 또는 노인성 질환자를 대상으로 1~5등급과 인지지원등급을 부여해 급여를 제공한다. 그러나 일상생활이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된 이후에야 본격적인 지원이 이뤄지는 구조로, 경증 단계에서 상태 악화를 막는 예방적 관리 기능은 제도 내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와 달리 일본은 예방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했다. 2000년 도입된 개호보험은 ‘요개호(1~5등급)’와 함께 경증 단계인 ‘요지원(1~2등급)’을 별도로 운영하며 예방급여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노인의 기능 저하를 늦추고 중증 상태로의 이행을 사전에 차단하는 구조다. 이 같은 차이는 재정과 성과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일본 후생노동성 분석에 따르면 예방급여 도입 이후 1000명을 1년간 추적한 결과 요개호 상태로의 악화자 수는 15.5% 감소했다. 이에 따른 개호비용도 4억9000만엔에서 4억2000만엔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추세에서도 변화가 확인된다. 일본 개호보험 인정자 중 요개호(중증) 비중은 2013년 72.2%에서 2018년 71.8%, 2023년 71.5%로 감소한 반면, 요지원(경증) 비중은 같은 기간 27.8%에서 28.2%, 28.5%로 확대됐다. 예방 중심 개입이 중증화를 억제하는 효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재원 구조에서도 차이가 있다. 일본은 보험료 50%, 국고 25%, 지자체 25%로 비용을 분담하고 있으며, 65세 이상 보험료는 2000년 월 2911엔에서 2025년 6225엔으로 두 배 이상 상승했고 2040년에는 9200엔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국은 장기요양보험료율이 2026년 기준 소득 대비 0.9448% 수준이며, 보험료 수입의 약 20%를 국고에서 지원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예방 중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2025년 5394억원, 55만명 → 2026년 5894억원, 57만6000명) 등 기존 사업과 장기요양보험 간 연계를 강화하고, 초기·경증 단계에서 건강관리와 생활지원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 통합지원’ 제도를 시행하며 예방적 관리 체계 구축에 나섰지만, 제도 간 연계는 아직 초기 단계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지역 기반 통합 돌봄 모델을 정교화하는 것이 향후 과제로 꼽힌다.

국회예산정책처 손동희 분석관은 “급속한 고령화 속에서 장기요양보험은 이미 ‘19조원 시대’에 진입했다”면서 “지금처럼 중증 이후에 대응하는 구조를 유지할 경우 재정 부담은 더욱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방적 관리 강화와 초기 단계 개입 확대를 통해 제도의 지속가능성과 노년기 삶의 질을 동시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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