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 접수 두자릿수에 그쳐
당일 연기금 등 7억4600만원 순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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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입구에 세워진 황소상.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지윤·문이림 기자] 한국거래소(KRX)가 사상 초유의 ‘공시 번복’ 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배상 절차에 착수했다.
거래소는 내부적으로 신뢰 회복 차원에서 법원 소송 시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을 배상하겠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접수 초기 신청 건수는 당초 예상보다 저조한 두 자릿수 수준이며, 거래소는 전체 배상액 규모가 최대 1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지난 16일부터 코스닥 상장사 에스씨엠생명과학의 관리종목 재지정과 관련한 투자자들의 손해배상 신청을 접수받고 있다.
대상은 지난달 17일 에스씨엠생명과학 매수 또는 매도 과정에서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이며, 오는 5월31일까지 신청 받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거래소는 사전 배상방식을 택했다. 투자자들이 소송까지 갈 경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하는 만큼, 소송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모든 손해를 사전 배상하겠단 것이다. 자본시장의 ‘심판’ 격인 거래소가 스스로 과실을 인정한 만큼, 분쟁을 빠르게 매듭짓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다만, 아직까지 배상 신청 접수는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접수 시작 후 신청 건수는 두 자릿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수많은 피해자가 속출했을 것이라는 우려에 비하면 이례적이다. 거래소는 내부적으로 전체 배상 비용이 10억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직 외부로 번진 법적 공방은 없는 상태다. 통상 이런 사태의 경우 개별 민사 소송이나 금융감독원 분쟁 조정 신청으로 이어지기 마련이지만, 현재까지 접수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 3월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거래소는 장 마감 후 코스닥 상장사 에스씨엠생명과학에 대해 관리종목 해제를 공시했다.
거래소 담당자는 에스씨엠생명과학의 2025년 감사보고서 중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규모가 기존 130억원에서 4억원으로 급감하고, 당기순이익이 흑자(2억원)로 돌아선 점을 들어 관리종목 지정 해제 조치를 했다.
관리종목에서 해제되려면 법차손 자체가 이익으로 전환돼야 하지만, 실적이 극적으로 개선되자 이를 지정 해소 사유로 오인한 것이다.
이튿날인 17일, 관리종목 해제 소식에 거래가 정상화됐다고 판단, 투자자들의 수요가 집중됐다. 이에 주가는 개장하자마자 28.05% 폭등했고, 상한가까지 찍었다.
하지만 검증과정에서 거래소가 해제 조치에 오류가 있음을 확인하고, 오후 2시28분경 장중 시정조치에 나섰다. 장중 시정조치가 내려지자 주가는 수직 낙하하며 결국 전일 대비 5.73% 하락 마감했다. 거래소의 실수가 하루 사이 주가를 극과 극으로 몰아넣으며 투자자들은 유례없는 변동성에 노출된 것이다.
특히 이날 개인투자자들은 약 4억9800만원, 외국인 투자자들은 2억3500만원을 순매수하며 피해가 컸다. 반면 연기금 등은 7억4600만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연기금 등은 지난달 3일부터 16일까지는 약 1억2600만원을 순매도 하는데 그친 반면, 이날 거래소가 오판하며 주가가 급등한 사이 대규모 차익을 실현했다.
개인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거래소는 사고 직후 배상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손해배상 기준안을 마련했다. 또 ‘시장 조치 협의체’를 가동해 중요 공시사항에 대해 부팀장, 팀원간 크로스체킹 시스템을 가동했다.
거래소는 이번 사태를 초래한 임직원에 대한 사후 처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거래소는 지난주 내부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당 직원에 대한 인사 처분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공시 번복 사태를 겪은 에스씨엠생명과학은 풍전약품을 합병, 지난 24일 상호를 풍전약품으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