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조선 등에 업고 한화 ‘톱5’ 첫 입성

자산총액 149.6조원, 재계 5위 등극
10년 만 자산 3배 껑충, 6계단 상승
방산·조선 호황에 비약적 성장 달성
3세 체제 가속, 전문·효율성 극대화



김승연(가운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관(왼쪽) 부회장이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의 상업용 세계 최대 공동수조를 방문해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한화 제공]


한화그룹이 방위산업 호황에 힘입어 재계 5위로 올라섰다. 그룹의 모태 사업이자 미래를 견인하는 방산이 최근 대외 여건 변화와 맞물리며 체급을 한껏 키웠다. 1년새 순위가 2계단이나 뛴 데 이어, 이제는 4위인 LG그룹을 자산 기준 약 37조원의 차이로 바짝 추격 중이다.

3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자산총액은 149조605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7위에서 두 계단 상승했다. 이는 전년(125조741억원) 대비 19% 늘어난 수준으로 기존 5위, 6위였던 롯데와 포스코를 단숨에 뛰어넘었다. 10년 전인 2016년과 비교하면 11위에서 5위로 6계단 오르고, 자산 총액은 54조7000억원에서 약 3배 불어난 셈이다.

▶10년 만에 자산총액 3배 늘어…적기 투자로 체급 키워=한화그룹은 방산·조선·화학·태양광 등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비약적인 성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적기 투자를 통해 방산·조선 호황에 제대로 올라탄 덕이다. 여기에 아워홈 등 계열사 편입으로 인한 효과도 일부 더해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전쟁 등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하면서 방위산업 수요가 증가하며 한화를 비롯해 주요 방산 기업을 보유한 기업집단들의 자산총액 순위가 상승했다.

앞서 2015년 한화는 삼성그룹의 방산 계열사 2개를 사들여 탄약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기동·대공무기, 레이더 등 종합 방산회사로서의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이어 2022년 방산 산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집중시키고, 202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편입하며 조선 해양 방산도 품었다.

2024년 말에는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호주 방산 업체 오스탈 지분까지 확보하며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 재건) 추진에 탄력을 얻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글로벌 안보 수요 확대로 이어지며 방산 해외 수출이 폭증하고, 조선업에서는 수주선가 상승 등 우호적인 업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그룹 방산사업의 중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같은 안보 환경 변화 속에서 유럽·중동 등으로 수출을 넓히고 있다. 그 결과 2025년 연결기준 방산부문 매출은 10조원을 넘었고 영업이익도 2조원을 돌파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정학적 불안에 수요 급증…방산·조선 호황 지속=한화그룹은 방산·조선 등 주력 사업 위주의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방산은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방공체계, 유도무기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등 검증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춘 만큼 수주 기회가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세계 안보 환경 변화와 군사비 지출 증가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 상향 합의 등으로 중장기적인 기대감도 나온다.

아울러 방산 부문과 관련해 최근 인수설이 꾸준히 제기되며 육·해·공에 이어 포·탄 패키지까지 확장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풍산의 탄약사업부 인수를 검토했지만 이를 중단한 바 있다.

매각가에 대한 입장차로 협상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각에서는 양측이 전략을 가다듬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방산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풍산의 155㎜ 포탄을 공급받아 K9 자주포를 해외로 수출하고 있는데, 이를 인수하면 포와 탄을 아우르는 화력 체계 구축이 가능해져서다.

조선 해양 방산과 관련해선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 등과 관련해 그룹사 차원에서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최근 캐나다 앨버타주 정부와의 포괄적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한화에너지·한화오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파워 등 주요 계열사가 전략적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캐나다자동차부품협회(APMA), 한화오션과 함께 군용 차량 및 특수목적 산업차량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MOU를 체결했다.

화학 부문의 경우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시황이 계속 나쁘지만, 국내 산업 전반의 구조재편에 따른 수급구조 개선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태양광 사업과 관련해선 미국의 중국산 태양광 수입규제 강화,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확대에 따른 태양광 발전 수요 성장세 등 우호적 요인이 있단 평가다.

▶3세 경영체제 전환 본격화=한편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을 정점으로, ㈜한화와 김동관 부회장을 비롯한 김승연 회장의 2세들이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를 통해 그룹 전반의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2024년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 공개매수, 고려아연이 보유한 ㈜한화 지분 인수를 통해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율이 22.15%(보통주 기준)로 상승한 가운데, 지난해 김승연 회장의 ㈜한화 지분 증여로 3세들의 지배력도 확대됐다.

이와 함께 올해 1월 ㈜한화는 방산·우주항공, 조선·해양, 에너지·케미칼, 금융 부문이 속한 존속법인과 테크·라이프 부문을 분리하는 인적분할을 결정했다. 이는 사업 성격별 자본배분 효율성을 높이고 의사결정 속도를 제고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3세 경영체제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3남 김동선 부사장이 이끌 신설 지주사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칭)는 오는 7월 출범할 예정이며, 장남 김동관 부회장의 방산·에너지 사업 집중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고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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