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승자 탑승 시 차로변경 등 ‘판단형 사고’ 비중 높아
일본, 동승자·주류 제공자까지 처벌…국내는 법안 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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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음주운전 사고 8건 중 1건에서 동승자가 있었으며, 동승자가 있는 경우 사고 양상이 더욱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미나이를 이용해 제작] |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음주운전 처벌이 강화되고 단속 건수도 줄고 있지만, 재범자 비율은 10년째 40%대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음주운전 사고 8건 중 1건꼴로 동승자가 함께 타고 있어 사실상 방조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30일 ‘음주운전 재범사고·동승자 실태’를 발표했다. 경찰청의 최근 10년간(2015~2024년) 음주단속 통계와 경찰청·삼성화재에 접수된 최근 5년간(2019~2024년) 교통사고 통계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소에 따르면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2015년 24만3100건에서 2024년 11만8874건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그러나 음주운전 재범률은 같은 기간 44.4%에서 43.1%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연평균 재범률은 43.9%로, 윤창호법 시행 전인 2018년(44.7%)과 유사한 수준이다. 윤창호법은 2019년 6월부터 단속 기준을 혈중알코올농도 0.05%에서 0.03%로 낮추고 처벌 수위를 최대 징역 5년 또는 벌금 2000만원으로 강화한 제도다.
삼성화재 보험 처리 건 기준으로 음주운전 사고의 12%는 동승자가 함께 탄 상태에서 발생했다. 2명 이상 함께 탄 사례도 2%에 달했다. 같은 기간 경찰청이 집계한 음주운전 사고 7만1279건에 적용하면 동승자가 탑승한 음주운전 사고는 약 8625건으로 추산된다.
동승자가 있는 경우 사고 양상도 더 위험했다. 차대차 사고 가운데 차로변경 충돌 비중은 단독 운전(12.5%)보다 동승자 동반(18.2%)에서 높았다. 신호위반(5.8%→8.1%), 교차로 통행위반(3.3%→6.8%)도 모두 늘었다. 단순 추돌이 아닌 주행 판단이 개입되는 ‘판단형 사고’ 비중이 커진 것이다. 동승자와의 대화나 개입이 운전자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판단을 지연시켜 사고를 더 복합적이고 위험한 형태로 몰고 갔다는 게 연구소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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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유형별 사고 현황. [삼성화재 제공] |
음주운전 방조 행위는 형법상 방조죄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구체적 기준이 없어 실제 처벌은 제한적이다. 최근 5년간 형법상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검거된 인원은 977명으로 동승자 추정치의 11%에 그쳤다. 동승자가 음주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는지, 적극적으로 방조했는지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승자 처벌을 강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는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해외 사례는 다르다. 일본은 2007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동승자뿐 아니라 주류 제공자, 차량 제공자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했다. 음주 사실을 알고 같이 탄 경우 형사처벌과 함께 벌점·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병행하고, 사안에 따라 면허취소까지 가능하다. 처벌 신설 이후 일본은 음주운전 사고와 사망자가 꾸준히 줄었다.
유상용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음주운전 처벌 기준이 강화됐는데도 재범 비율이 크게 줄지 않는 것은 음주운전이 개인 일탈을 넘어 주변 환경과 함께 형성되는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음주운전 방조 행위에 대한 명확한 처벌 기준 마련이 필요하고, 사회적 위험으로 인식하고 참여형 안전 캠페인을 통해 주변인의 제지 문화 확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