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소풍 안간다” 지적에 부글부글 교사들…‘사고나면 결국 교사 책임’ [세상&]

李 “책임 안 지려 학생 기회 빼앗아선 안돼”
교사들 “사고 나면 형사책임은 결국 담임 몫”
안전요원·예산보다 면책 장치 요구 커져
교육부 “법령 개정 추진…구체 내용 논의”


수학여행시 사고가 났던 제주도 버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구더기 생기지 않을까 싶어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고 언급하며 최근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을 가지 않는 것을 지적한 것과 관련해 교사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교사들은 ‘체험학습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 책임이 교사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1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요새 소풍도 잘 안 가고 수학여행도 안 간다고 한다”며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수업의 일부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안전사고 우려와 관리 책임 부담 때문에 현장체험학습이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며 “책임을 안 지려고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은 안 하는 게 좋겠다”고 최근 현장체험학습을 가지 않는 학교를 언급했다.

“안전요원 없어서 체험학습 못 가는 것 아니다”…구조적 문제 지적한 현장


교사들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현장과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장체험학습의 교육적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현재 ‘사고 발생 시 책임이 교사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는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한 충청권 중등교사 A씨는 “안전요원이 없어서 현장체험학습을 못 가는 게 아니다”라며 “사고가 나면 법적으로 누가 책임지는지부터 정해지지 않는 구조가 문제”라고 말했다.

현장 교사들이 체험학습을 꺼리는 배경에는 실제 형사처벌 사례가 있다. 2022년 강원 속초 현장체험학습 중 초등학생이 버스에 치여 숨진 사고와 관련해 당시 담임교사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교단에 ‘현장체험학습 사고가 곧 개인 형사책임’이라는 인식을 남겼다.

서울권 교사 B씨는 “아이들에게 체험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교사가 있겠느냐”며 “문제의 본질은 안중에 없이 단편적인 해결책만 거론한다”고 언급했다.

교사들의 반발은 ‘안전요원 배치’ 대책에도 향하고 있다. 일부 교사들은 안전요원은 이미 과거 수학여행에도 배치됐고,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법적 책임 주체가 안전요원인지 교사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교사 커뮤니티에서는 “교육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원인을 명확히 설명했어야 했다”, “안전요원은 있는데 사고 책임은 교사가 진다”, “노란 조끼를 입은 인력이 있다고 문제가 해결되느냐”는 식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실태조사에서도 교사들의 불안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전교조가 전국 분회장 7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현장체험학습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을 운영했다는 응답은 53.4%에 그쳤다. 비숙박형만 운영했다는 응답은 25.9%, 교내 체험활동 중심이라는 응답은 10.8%였다. 모든 형태의 현장체험학습을 사실상 중단했다는 응답도 7.2%였다.

교사들의 이런 인식 속에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학교 현장 체험학습의 위축 문제와 관련해 “교사의 법률적 책임 및 면책 영역에 있어 불합리한 부분은 없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현장 체험학습과 관련해 교사, 학부모, 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공개적 토론 과정을 통해 수렴하라”며 교육부와 법무부에 이같이 주문했다고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강원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강원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 관련 2심 재판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강원교총이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


교육부 “현장체험학습 시 안전사고 예방 위한 방안 5월 발표”


교육부는 이같은 현장체험학습 관련 민원 대응에 나섰다. 최은옥 교육부 차관은 지난달 30일 오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5개 교원단체와 함께 현장체험학습 지원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5개 교원단체는 교사노조연맹, 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좋은교사운동,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이다.

특히 이번 간담회에서는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를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적 보안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 외에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학교 현장을 밀착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폭넓게 논의했다.

최 차관은 “그동안 소풍이나 수학여행 하면 가장 먼저 즐거운 학생의 얼굴이 떠올랐는데 이를 위해 뒤에서 묵묵히 헌신하셨던 선생님의 노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이 됐다”며 “지금까지 주신 의견을 바탕으로 정부에서도 현장체험학습 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좀 더 세밀하게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교사들이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 없이 학생들과 함께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 역시 자신의 SNS에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안전사고와 관련해 교사에게 무거운 책임이 부과됐고 학교에서의 현장체험이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이어 5월 중 교사의 면책권 강화를 위한 법령 정비, 보조인력 배치 확대, 체험학습 업무 경감, 매뉴얼 간소화 등을 담은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여러 의견을 수렴해 5월 관련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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