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비엔날레 개막…‘비주류·연결’에 주목

‘단조로’ 주제·99개국 111팀 참여
요이, 유일한 본전시 참여 韓 작가
심사위원단 전원 사퇴로 시상식 연기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장. [La Biennale di Venezia 제공]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세계 최대 현대미술 축제인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이 6일(현지시간) 사전 공개를 시작으로 대장정의 막을 올린다.

오는 9일 공식 개막해 11월 22일까지 베니스 자르디니, 아르세날레 일대에서 6개월여간 개최되는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는 ‘단조로(In Minor Keys)’라는 주제로 열린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총감독은 카메룬 출신 큐레이터 코요 쿠오가 맡았으나 지난해 전시 준비 중 암으로 별세하면서 그가 생전에 선정한 큐레이터 자문단이 준비를 이어받았다.

쿠오 총감독이 정한 ‘단조로’라는 주제는 음악의 단조에서 따온 것으로 슬픔, 우울과 함께 위로, 회복, 희망까지 아우르는 감각적·정서적 상태를 의미한다.

쿠오 총감독은 생전에 “우리가 지금의 소음과 혼란 속에서 놓치고 있는 낮은 주파수, 작은 목소리, 감각적 리듬에 귀 기울일 것을 제안한다”며 “이는 비극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존재들, 파편 속에서 회복을 시도하는 이들, 세계를 다시 연결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은유”라고 밝힌 바 있다.

큐레이터 자문단은 설명회에서 “2025년 4월 쿠오 총감독과의 회의에서 다양한 실천과 프로젝트를 살펴보면서 공명, 친밀감, 동시성, 대화를 확인했고 전시를 구성할 모티프를 찾았다”며 “매혹, 씨 뿌리기, 공동체화와 집단성을 불러일으키는 생성적 실천과 같은 개념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주제에 맞게 전시는 거대함, 화려함보다는 미세함, 비주류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마련됐다. 본전시 참여 작가도 111명(팀)으로 2024년 331명(팀) 대비 대폭 줄었다.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하는 요이 작가. [스튜디오 요이 유 제공]


본전시에 참여하는 한국 작가는 요이(39)가 유일하다.

요이는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예일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21년 제주도로 이주한 뒤 해녀들과 교류하면서 바다와 여성, 노동 등을 작품으로 풀어내고 있다.

한국계 미국 작가 마이클 주(60)와 갈라 포라스-김(39)도 본전시에 참여한다.

마이클 주는 한인 2세 작가로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람에 대한 인식과 경계를 탐구해 왔다.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참여한 바 있다.

갈라 포라스-김은 박물관, 미술관 같은 기관에서 계승돼 온 관습과 형식, 유물과 맺는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국가관 전시에는 올해 처음 참여하는 기니, 적도기니, 나우루, 카타르, 시에라리온, 소말리아, 베트남 등 7개국을 포함해 99개국이 참여한다.

한국관은 최빛나 예술감독이 총괄을 맡아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를 주제로 전시한다. 1945~1948년의 해방공간을 현재로 확장해 다양한 주체와 세계가 공명하며 포용적 움직임을 생성하는 장으로 꾸몄다.

대표 작가로는 최고은과 노혜리가 참여해 각각 ‘요새’와 ‘둥지’를 시각화한다.

최고은의 ‘메르디앙(Meridian)’은 수도 설비용 동 파이프를 사용해 한국관을 관통하는 작품으로, 건축의 내부와 외부, 과거와 현재를 매개하는 인프라의 보이지 않는 흐름을 조각이라는 매체로 드러낸다.

노혜리의 ‘베어링(Bearing)’은 4000여 개의 오간자(얇고 빳빳하며 속이 비치는 직물)를 사용한 설치 작업을 선보이며 애도, 기억, 전망, 생활, 기다림, 계획, 나눔, 공유 등의 8개 스테이션을 구성한다.

베니스 비엔날레 포스터. [La Biennale di Venezia 제공]


특히 애도 스테이션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참여해 눈길을 끈다. 한강 작가의 미술 작품 ‘Funeral(장례식)’(2018)은 그가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모티브가 된 꿈에서 본 장면을 조각으로 직접 실현한 것으로, 하얀 눈밭 위에 서 있는 까맣게 타버린 숯 같은 조각들은 제주 4·3 사건의 희생자들을 의미한다.

아울러 농부 겸 활동가 김후주, 작가 겸 가수 이랑, 사진작가 황예지, 예술가 크리스티앙 니얌페타도 한국관 전시에 펠로로 참여한다.

이 밖에도 최재은 작가는 일본관 전시의 협업자로, 조국현 작가는 탄자니아 국가관 초청 작가로 참여한다. 홍은주 작가는 대만관에서 오프닝 퍼포먼스를 한다.

베니스 곳곳에서 펼쳐지는 31개의 병행 전시 중엔 한국 단색화 거장 이우환과 드로잉, 설치 등 다양한 매체의 작업을 하는 윤송이 작가의 전시가 포함된다.

한편 그간 공식 개막일에 황금사자상 국가관상, 최고작가상, 은사자상, 국가관·본전시 특별언급상 등의 수상자가 발표됐지만 올해는 수상자 발표 일정이 다소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이스라엘 작가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며 논란이 커지자 심사위원단이 집단 사퇴하면서 파행을 빚게 되어서다.

비엔날레 측은 황금사자상을 폐지하고, 관람객 투표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관객상을 신설하기로 했다. 시상식도 폐막일인 11월 22일로 연기했다.

1895년 시작된 베니스 비엔날레는 미술전과 건축전을 번갈아 가며 진행한다. 당초 홀수년에 미술전, 짝수년에 건축전을 여는 체제였으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건축전이 1년 연기된 이후 홀수년에 건축전, 짝수년에 미술전으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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