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노간 법적분쟁 조짐…노조 ‘준주주화’ 우려도 [삼성 파업 리스크]

동행노조, 공정대표의무 준수 촉구
교섭 정보공유·차별대우 금지 요청
주주단체, 파업시 주주권 행사 경고
“노조 요구는 선배당 해당” 지적도


민경권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예고한 총파업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노조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노조끼리의 법적 분쟁으로 번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 소액주주단체도 노조를 향해 파업 강행시 주주 총결집을 통한 주주권 행사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또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는 일종의 ‘선배당’에 해당, 노조의 준(準)주주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동행노조 “교섭 정보 미공유시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동투쟁본부에서 탈퇴한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이하 동행노조)이 교섭 정보 공유와 차별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동행노조는 전날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에 보낸 공문에서 “교섭 정보 공유 및 차별대우 금지 등 공정대표의무 준수 촉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동행노조는 공동교섭단 참여 종료가 교섭대표노조로서 양 노조가 부담하고 있는 공정대표 의무 면제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섭 과정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용과 결과를 공유해야 할 법적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동행노조는 지난 4일 초기업노조·전삼노와 함께 꾸렸던 공동투쟁본부에서 빠지겠다는 의사를 전한 바 있다.

이번 공문을 통해 동행노조는 ▷사측과의 교섭 관련 세부 진행 상황 ▷사측 제시안 및 조합(초기업노조·전삼노)의 수정 요구안 전문 ▷동행노조 의견 수렴 ▷향후 교섭 일정 및 주요 쟁점 사항 ▷초기업노조의 공식적인 사과와 즉각적인 비하 금지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공문 수령 후 합리적 이유 없이 교섭 정보나 상황 공유를 거부하거나 우리 노조 조합원들을 향한 불이익에 대한 발언, 비하 등이 지속되는 경우 노동위원회 시정신청 및 민·형사상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 및 강력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행노조는 오는 8일 정오까지 양 노조의 공식 회신을 요구했다.

2300여 명의 조합원이 가입한 동행노조는 조합원 중 70%가 가전·스마트폰·TV 등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소속이다.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가 반도체 부문 중심의 성과급만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면서 DX부문 직원 사이에서 탈퇴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7만6000명을 넘어섰던 초기업노조 가입자 수는 7만3000명대로 떨어졌다. DX부문 직원 중심의 신규 노조를 설립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백순안 동행노조 정책기획국장은 “노노 갈등이 아닌 정당한 요구를 위한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소외된 DX부문의 의견 반영을 비롯해 공통 복지, 복리후생 분야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초기업노조는 7일 동행노조의 공문에 회신했다. 초기업노조는 공문에서 “초기업 노조가 귀 조합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거나 교섭 정보를 차단한 사실은 없다”며 “노동조합법 및 관계 법령에 따른 공정대표의무를 준수하고 있으며, 향후 교섭 과정에서도 관계 및 절차를 준수하며 조합원 권익 보호를 위한 교섭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교섭 결과 및 주요 내용은 조합원 대상 공식 공유 이전 귀 조합에도 사전에 안내할 수 있도록 하겠다. 기타 교섭 진행 상황 및 주요 사항에 대해서도 공정대표의무 범위 내에서 필요한 내용을 공유하도록 하겠다”면서도 “다만, 조합원 의견 수렴은 이미 지난해 안건 수렴 절차를 통해 진행된 바 추가적인 의견 수렴은 어려운 점 양해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 소액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 및 부당 합의 강행 시 주주들은 온라인 주주플램폿 ‘act’를 통해 결집해 총괄적인 주주권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주주들은 총연대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성과 배분 구조 재설계하고 이해관계자 참여 확대해야”=이런 가운데 이홍 광운대 명예교수는 6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사단법인 ‘이해관계자 경영학회’ 춘계 정기세미나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를 이해관계자 갈등의 대표적 사례로 분석하며 “주주의 잔여청구권 이론에 의하면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정률로 배분받는 것은 일종의 선배당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노조의 ‘준 주주화’를 의미하며,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주의 잔여청구권 이론이란, 주주가 위험 부담을 모두 지지만 잔여분에 대한 청구권을 갖기 때문에 경영자와 근로자를 감시할 수 있고 배당권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 교수는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 성과가 노조뿐 아니라 반도체 순환 사이클, 인공지능 수요 증가, 기업의 장기간의 투자 등에 따른 결과로, 온전히 노조의 기여로만 설명되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배분에 갈등이 생길 경우 계약이론은 잔여청구권을 갖는 소유자(주주)의 의견을 중시한다”며 “이점에서도 노조의 요구는 부당하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한국경제 전반의 이해관계 충돌 구조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주주는 주주가치 훼손에 반발하고 있고, 고객사는 공급 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공급망 다변화를 검토할 수 있다”며“협력사는 일감 단절 위험에 직면하고, 정부 역시 국가 수출과 GDP(국내총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사태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과 배분 구조를 재설계하고 이해관계자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교수는 ▷영업이익률 구간별로 성과급 상한을 늘리는 변동 상한 조정방식 ▷현금과 주식 보상 병행방식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이익 공유 펀드 조성방식 등을 제시했다.

서경원·이정완·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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