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내 학대, 광범위하고 폐해도 심각
‘절연’이 방법…가족 개념 재정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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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아기를 방치해 굶겨 죽인 엄마, 술에 취해 가족들을 두들겨 패는 아빠, 사채빚에 비관해 동반 자살한 가족….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이같은 비극적인 사건들이 뉴스로 전해지지만, 사실 가족간 비극은 일부 특별한 사람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훈육이란 이름으로 매를 들거나 잦은 비아냥으로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예쁘다며 괜히 오래 쓰다듬는 부모나 친지 등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이미 가정 폭력의 피해자다.
미국의 영향력 있는 편집자인 에이먼 돌런은 신간 ‘가족 해방’에서 “우리 인간의 가장 무서운 악행은 전쟁터나 감옥이 아닌 수백만의 가정에서 매일 일어난다”고 단언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 받아온 학대를 고백하면서 어떤 가족과는 ‘절연’만이 자신을 해방시키고 삶을 변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보통 가족과의 절연을 불행한 일로 여긴다. 이에 피해자가 학대에서 벗어나도록 돕기보다 화해와 용서만을 해답으로 제시한다. 실제로 심리치료사들은 가족 간의 화해를 이끌어내는 다양한 기법은 배우지만, 해로운 가족과의 결별을 돕는 법은 배우지 않는다. 또 피해자들이 의존하는 책과 유튜브,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내면의 긍정성을 끌어내라고 촉구하며, 그들의 고통을 억누르고 억지 용서와 화해를 강권하며 학대자를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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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침묵으로 응수하기엔 가족 폭력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2019년 ‘미국정신의학 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미국인 4명 중 1명은 어린 시절 어떤 형태로든 학대를 경험했고, 이들은 우울증, 중독, 비만, 제2형 당뇨병, 뇌졸중, 자살 등을 겪을 위험이 상당이 컸다. 특히 유년기에 신체적·심리적 학대 및 방임을 겪은 사람은 일반적인 사람보다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2배, 성적 학대 경험자는 3배 높아졌다. 두 가지 이상 학대를 경험하면 자살 시도 확률이 5배까지 커졌다.
이와 함께 학대의 경험을 가진 사람은 복합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겪을 수도 있다. 이는 일반 PTSD와 달리 뇌의 해마와 전전두엽 구조를 변형시켜 자신의 정체성을 무너뜨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어렵게 만든다. 영국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복합 PTSD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부모나 보호자에 의한 것이거나 트라우마를 유발한 사람과 여전히 연락을 유지하는 경우 훨씬 더 심각해진다.
저자는 학대로부터 살아남은 생존자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선 절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절연은 단번에 이뤄지는 극단적인 방식이 아닌, 점진적이고 세심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이전과 달리 생존자가 자신의 요구를 우선시할 수 있고 ▷학대자가 그 규칙을 따르며 ▷학대자와 생존자 사이 힘의 균형을 바꾸는 등의 규칙을 정할 수 있어야 생존자가 자존감을 회복할 수고 저자는 봤다. 하지만 이 규칙이 실천되지 않으면 절연밖에 방법이 없다.
생존자는 절연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과 유대감을 나눌 공동체가 없다는 생각에 슬픔을 느낄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가족의 개념을 재정립하라고 권한다. 즉 유전자 기반이 아닌, 내가 직접 선택해 깊은 유대를 맺을 수 있는 ‘로지컬 패밀리(Logical Family)’ 같은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라는 것이다.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격언은 가족 내 학대가 점점 심해지는 현대 사회에선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듯하다.
가족 해방/에이먼 돌런 지음·김은지 지음/복복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