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미국인 3명 중 1명 이상이 정치적 견해 차이로 친구·가족·연인과 관계를 끊은 경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발표된 국제학술지 PNAS 넥서스(PNAS Nexus) 2026년 5월호에 따르면, UC 어바인 심리학과 메르트잔 귄괴르·피터 디토 교수팀은 4개의 데이터셋(총 3791명)을 분석한 결과 2025년 4월 기준 미국 성인 37%가 이른바 ‘정치적 이별’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연구에 포함된 다른 시기 조사와 비교해 가장 높은 수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유고브(YouGov)가 자체 패널을 통해 2025년 4월 10~14일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성별·연령·인종·학력·2020·2024년 대선 투표 선택 기준 가중치 적용)에 따르면, 정치적 이별 경험자 중 62%는 친구와의 관계를 끊었다고 답했다. 가족은 40%, 직장 동료는 29%, 연인이나 배우자는 10%였다. 이들 중 56%는 둘 이상의 관계를 잃었다.
친구 관계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이유는 구조적이다. 가족이나 연인 관계와 달리 법적·경제적 구속력이 없어 갈등이 생겼을 때 유지해야 할 외적 이유가 적다. 친밀도는 충분히 높아 정치적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견해 차이가 드러나기 쉽다. 연구에서도 친구와 정치 이야기를 자주 나눌수록 정치적 이별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 등장 이후 급증한 ‘정치적 결별’… 선거철마다 관계 파괴 반복
![]() |
| 연도별 정치적 갈등 발생률. [국제학술지 PNAS 넥서스(PNAS Nexus) 2026년 5월호] |
단절이 본격화된 시점은 2016년이다. 2024년 선거 직전 프로리픽(Prolific)을 통해 953명을 조사한 별도 연구에서 관계를 끊은 응답자의 96%가 2016년 이후라고 답했다. 2016년 대통령 선거가 가장 큰 계기였고, 이후 2018년·2020년·2022년·2024년 선거 시기마다 관계 단절이 급증했다.
여러 기간 동안의 자료를 분석하는 시계열 비교도 이를 뒷받침한다. 2016년 대선 후 14개월 시점인 2017년 10월 조사에서는 해당 선거로 관계를 잃었다는 응답이 14%였는데, 2024년 대선 후 5.5개월 시점인 2025년 4월 조사에서는 18%였다. 기간이 절반도 안 됐는데 비율이 더 올라갔다.
미국 국가선거연구(ANES) 패널 데이터에서도 가족 관계가 정치적으로 손상됐다는 응답이 2020년 33%에서 2024년 39%로 늘었다.
당파적 비대칭도 뚜렷하다. 미국 민주당 지지자의 46%가 정치적 이별을 경험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는 29%에 그쳤다. 무당파는 39%였다. 이 차이는 정치 성향의 강도나 인구 통계적 특성을 통제한 뒤에도 모든 자료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헤어지니 더 밉다… 결별 정당화 심리가 만든 ‘인식 왜곡’
연구가 더 주목하는 것은 정치적 이별이 적대감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는 점이다.
정치 갈등으로 인해 관계를 잃은 사람들은 상대 당 후보에 대한 감정 온도가 100점 만점에 3.64점 더 낮았고, 그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에 대해서는 7.87점 더 낮았다.
자신이 먼저 결별을 선언한 경우에는 상대 당 유권자에 대한 감정 온도가 11.1점 더 낮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결별 결정을 정당화하려는 심리가 상대방 인식을 더욱 왜곡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인식 왜곡도 수치로 확인됐다. 2017년 10월 전화 조사에서 관계를 잃은 민주당 지지자들은 ‘백인 우월주의 신봉자에 동의하는 공화당 지지자 비율’을 동료 민주당 지지자들보다 평균 12.6%포인트 더 높게 추정했다.
관계를 잃은 공화당 지지자들은 ‘미국 내 백인 대부분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하는 민주당 지지자 비율’을 동료보다 14.6%포인트 더 높게 예상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 연구가 정치적 이별의 모든 원인과 결과를 밝혔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종단 연구를 통해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후속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OI: 10.1093/pnasnexus/pgag0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