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45일 만에 협상 테이블로…운명의 ‘마지막 담판’ 시작 [삼성전자 노사 재협상 주목]

사후조정 돌입, 총파업 직전 최후의 분수령
이마저 파행 시 창사 이래 두 번째 파업
국내 최대 외국계 경제단체도 우려 이례적 표명
법원 판단에 이목…파업 개시 전 가처분 결론


지난달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평택=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김현일·김용훈 기자] 창사 이래 두 번째 총파업 기로에 선 삼성전자 노사가 11일 ‘마지막 담판’ 절차를 개시했다. 노조가 오는 21일 예고한 총파업을 열흘 앞둔 만큼 이번 담판이 총파업 실행 여부를 결정지을 최후의 분수령으로 꼽히고 있다.

총파업이라는 극단적 사태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반도체 사업 경쟁력 저하는 물론 국가 경제와 신뢰도 전반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이날 국내 최대 외국계 경제단체인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까지 이례적으로 나서 우려를 표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와 회사 측은 이날부터 12일까지 이틀에 걸쳐 중앙노동위(중노위) 사후조정 절차를 밟는다. 이로써 지난 3월 27일 노조의 협상 중단 선언 이후 45일 만에 노사가 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됐다.

성과급을 둘러싸고 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최승호 위원장과 이송이 부위원장, 김재원 정책기획국장이 노조를 대표해 사후조정 절차에 참석했다.

이번 사후조정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 재원 규모와 상한선 영구 폐지 여부다. 노사 양측이 기존 고수하던 방침에서 한 발 물러나 일정 부분 양보를 통해 막판 타결에 이를 지가 관심이다.

노조는 그간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연봉의 최대 50%로 설정된 성과급 상한선 영구 폐지를 명문화해달라고 주장하며 총파업 강행 방침을 고수해왔다.

사측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국내 업계 1위를 달성할 경우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쓰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이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지급하는 SK하이닉스보다 높은 보상안이었다.

또한, 기존 성과급 상한선인 연봉의 50%를 초과하는 ‘특별포상’ 지급도 추가로 제시하며 성과급 상한 유지 방침을 고수하던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향후에도 탁월한 성과를 올린다면 특별포상 수준의 보상을 지속하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중노위 중재로 45일 만에 열린 노사 협상이 또 다시 결렬될 경우 삼성전자는 창사 이래 두 번째 파업이라는 중대 사태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앞서 최승호 위원장은 “(사후조정에서) 조합원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망설임 없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혀 여전히 파업의 불씨를 남겼다.

정부와 국내외 산업계는 삼성전자가 총파업이라는 수렁에 빠질 경우 3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극단적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전 자신의 X를 통해 “오늘부터 어렵게 마련된 삼성전자 사후조정이 개시된다”면서 “결단을 내려준 노사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쉽지 않은 조정입니다만 해법은 이미 우리들 가까이 있는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암참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삼성전자에서 상당한 수준의 생산 차질이나 운영 불확실성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공급 부담이 더욱 커지면서 공급 병목현상과 가격 변동성 확대, 조달 안정성, 전반적인 공급망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바라보는 한국에 대한 신뢰도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경쟁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 겸 대표이사는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경쟁력과 기술 리더십, 우수한 인재라는 강점을 두루 갖춘 만큼 공급망 신뢰성과 운영 안정성, 경영 예측 가능성을 강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한국의 장기적인 글로벌 경쟁력 유지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파업으로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40조원 넘게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조 간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점도 협상 타결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앞서 공동투쟁본부에서 탈퇴한 삼성전자노조 동행은 지난 8일 초기업노조 측에 공문을 보내 이번 사후조정에서 다룰 안건을 추가해달라고 요구했다.

핵심 내용은 ‘전사 공통재원(영업이익 기준 최소 1% 이상)의 활용으로 DX·DS 간 불합리한 성과급 구조 개선’이다. DS부문 임직원들의 성과급 혜택을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되자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임직원 처우 개선도 함께 다뤄줄 것을 강조한 셈이다.

이에 대해 초기업노조 측은 “안건 추가는 사측에 ‘불성실 교섭’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고 교섭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며 “2027년 임금교섭에서 전사 차원의 이익 배분에 심도 있는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밝혀 거부 의사를 전했다.

사후조정마저 파행으로 끝날 경우 최종 파업 실행 여부는 사법부 판단에 달렸다. 수원지방법원은 오는 13일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2차 심문기일을 거쳐 파업 개시 전에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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