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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태조 이성계의 ‘왕지(王旨)’(1398) . [국립중앙도서관]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600여 년 전 조선 시대 태조 이성계가 내린 ‘왕지(王旨)’가 최초로 공개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025년 고문헌 기증 자료를 선보이는 ‘위대한 유산전: 기증으로 빚은 우리의 이야기’를 개최한다. 지난해 26명(처)가 기증한 1795책 중 대표 자료 45종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자료는 1398년(태조 7년) 조선 태조 이성계가 이지대를 경상우도 수군첨절제사(종3품)로 임명하며 발급한 ‘왕지(王旨)’다. 왕지는 조선 초기에 임금이 4품 이상의 문무관 벼슬아치에게 주던 사령을 말한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가 고려 말의 명망 높은 학자였던 이제현의 증손자 이지대에게 국가의 중책을 맡겼음을 알 수 있다.
이용희, 이신희 씨가 기증한 이번 ‘왕지’는 현재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이지대 왕지’(1416년)보다 18년이나 앞서는 사료로, 조선 초기 인사 행정 및 직제 연구의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유물이 기증을 통해 처음으로 빛을 보게 됐다.
이 밖에 강순애 씨가 기증한 ‘예수셩교 요안복음젼서’, 윤예슬, Hans-Dieter Pruss 씨가 기증한 ‘고문진보’, 동작문화재단이 기증한 ‘조선태평기’ 등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고문헌과 함께 자료에 얽힌 기증자 26명의 사연도 조명한다.
고진완 씨는 일제강점기 경성부립도서관에 재직했던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일제의 조선 수탈 기록이 담긴 5만분의 1 지도 100점을 기증했다. 그는 “선친께서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독립운동을 지원하며 모으신 자료”라며 기증의 의미를 밝혔다.
“시장 골목 좌판에서 핏자국 묻은 낡은 고문진보 한 권을 우연히 구매했다”며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기증한 윤예슬 씨의 사연도 소개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숭고한 나눔을 실천한 기증자들의 뜻을 기리고자 11일 오후 2시 ‘2026년도 고문헌 기증자 명패 제막식’을 개최한다. 지난해 자료를 기증한 24명(처)의 기증자와 가족, 지인 등 100여 명이 참석하는 가운데, 기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패를 영구히 게시해 국가 차원의 예우와 감사를 표할 예정이다.
‘위대한 유산전: 기증으로 빚은 우리의 이야기’ 전시는 내년 3월 21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고문헌실에서 볼 수 있다.
현혜원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과장은 “한 개인이 평생 수집하고 소중히 간직해 온 귀중한 자료를 대가 없이 국가에 기증하는 일은 숭고한 결단”이라며 “기증된 고문헌은 단순한 옛 책이 아니라 우리 역사의 빈 곳을 채우고 미래 세대에 전할 위대한 유산”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