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연준 금리 인상 확률도 37%
에너지 넘어 서비스가격도 상승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금융시장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금리 인하 기대는 빠르게 후퇴했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다음 행보가 인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미 노동부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2023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월 대비로도 0.6% 상승하며 물가 상승세가 다시 가팔라졌다. ▶관련기사 9면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역시 전년 대비 2.8%, 전월 대비 0.4% 상승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단순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아니라 물가 전반의 압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신호다.
이번 물가 상승의 핵심은 에너지다. 4월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3.8% 상승하며 전체 물가 상승분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휘발유와 연료유는 각각 5%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전년 대비로는 에너지 지수가 17.9% 급등했다.
주거비와 서비스 물가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거비는 전월 대비 0.6% 상승하며 CPI 상승을 견인했고, 항공료는 전월 대비 2.8%, 전년 대비 20% 이상 상승했다. 식품 가격 역시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며 생활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높아진 물가 지표는 시장 기대를 빠르게 바꿔놓고 있다.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가 사실상 사라지고, 오히려 인상 가능성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CME그룹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크게 낮춘 반면, 올해 말까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37% 수준으로 내다봤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노동시장 둔화보다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인플레이션 기대가 계속 상승한다면 금리 인하보다 인플레이션 억제에 초점을 맞추며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12일 “4월 CPI는 예상보다 더 나빴다”며 “연준 목표치 2%를 훨씬 웃돌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관세나 에너지 가격의 영향을 직접 받지 않는 서비스 같은 항목들까지도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적정 수준보다 높다”며 “인플레이션 완화 흐름이 멈췄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체 물가 상승률이 높을 뿐 아니라 근원 인플레이션 흐름도 좋지 않다”며 “모든 설문과 소비자 심리 지표가 가격과 생활비 부담에 대한 불만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부담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반영한다”며 “서비스 물가 상승이 경제 과열 신호라면 연준이 인플레이션 확산을 끊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연준의 정책 결정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연준은 4월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표결에서는 1992년 이후 가장 많은 4명의 반대표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 수장 교체는 정책 방향을 더욱 긴축 쪽으로 기울게 할 가능성이 크다. 미 상원은 이날 케빈 워시 연준 의장 후보자의 연준 이사직 인준안을 통과시켰으며 13일 의장직 인준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상원 인준이 모두 통과되면 워시는 오는 15일 제롬 파월 의장 퇴임 후 취임한다.
워시는 과거 매파 성향 인사로 평가돼 왔으며, 최근 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했음에도 물가 안정에 방점을 두는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금리 인하를 강하게 주장해온 마이런 이사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연준 내 완화 기조는 힘을 잃고 있다. 전문가들은 워시 체제에서 금리 인하 시점이 더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서지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