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전쟁, 중국 도움 필요없다”…시진핑과 세기의 담판

트럼프-시진핑, 14일 정상회담
트럼프 “무역우선…이란, 합의하거나 말살”
‘종전 中역할’ 부상속 美 협상력 약화 경계
“시 주석과 이란전쟁 장시간 대화” 여지도
관세·공급망·대만문제 등 ‘슈퍼의제’ 담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전용 헬리콥터 마린원에 탑승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으로 향했다.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협상 교착 속에 13일 약 9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14일 오전 10시 15분(중국 현지시간·한국시간 오전 11시 15분) 중국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가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하루 앞둔 12일(현지시간) “무엇보다 무역이 논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이란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중국으로 출발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시 주석과) 논의할 것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시 주석에게 이란 전쟁과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그것에 대해 장시간 대화를 할 것”이라며 “그는 내 친구이고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어 “솔직히 말하면 이란이 주요 논의 대상이라고는 하지 않겠다”며 “이란은 우리가 잘 관리하고 있고, 우리가 합의를 하거나 그들이 말살당할 것”이라고 했다. 또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이는 시 주석과의 회담을 앞두고 이란 전쟁 문제로 협상력이 약화하는 상황을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에서 중국 역할론을 공개적으로 부인했지만, 외신들은 이번 회담에서 이란 문제가 핵심 현안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전쟁이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떠올랐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중국과 이란의 관계 문제를 집중 제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대만 문제에 대해 미국의 양보를 요구하는 대신 이란 전쟁의 중재 역할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 최대 수입국으로, 국제무대에서 외교적으로도 이란을 일정 부분 지원해왔다. 미국은 이란산 원유 구매와 위성 이미지 제공 문제 등을 이유로 여러 중국 기업에 제재를 가한 상태다.

이번 회담에서 무역 문제는 최대 의제로 꼽힌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10월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했지만 상호 관세 대부분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다만 희토류 등 일부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 완화가 이뤄지면서 양국 모두 현재의 휴전 국면을 연장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의 무역 관행에 대한 추가 조사도 진행 중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관세 일부를 무효화한 이후 행정부는 새로운 대중 수입관세 부과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펜타닐 문제도 주요 협상 카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합성 마약 단속 강화를 압박하며 지난해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미국은 현재 이를 대체할 새로운 관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번 회담에서 중국 측의 대규모 구매 약속과 기업 계약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보잉 항공기 구매 계약이 주목받고 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농업·항공우주·에너지 협력도 주요 논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선임고문은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5개의 B’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잉(Boeings), 콩(beans), 소고기(beef), 무역위원회(Board of Trade), 투자위원회(Board of Investment)다.

미국은 특히 대두와 소고기 등 농산물 수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투자 분야 협상은 상대적으로 진척이 더딘 상태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현재 중국의 대미 대규모 투자 프로그램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패권 경쟁도 테이블에 오른다. 미국과 중국은 AI 기술 주도권 경쟁 속에서 서로의 기술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업체들이 미국 AI 플랫폼 결과물을 활용해 저비용 경쟁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백악관은 지난 4월 ‘적대적 증류(adversarial distillation)’ 차단 조치를 발표했다.

시장 접근과 기업 인수 문제도 갈등 요소다. 중국이 최근 메타의 20억달러 규모 AI 스타트업 매너스(Manus) 인수 철회를 요구한 것을 두고 외국 기업의 중국 기술 접근을 제한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양 정상의 대면은 지난해 10월 부산 회동 이후 약 6개월 만이며, 베이징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 1기였던 2017년 11월 이후 8년 반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시간으로 13일 밤 베이징에 도착해 14일 오전 10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시 주석 주관 환영 행사에 참석한 뒤 오전 10시 15분 정상회담에 들어간다. 이어 오후 6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국빈 만찬에 참석한다. 15일에는 오전 11시 30분 시 주석과 다시 만나 기념사진 촬영과 우호 행사에 참석한다. 이어 양자 티타임과 오찬 회동 일정도 예정돼 있다. 양 정상은 공식 일정 외에도 14일 오후 중국 톈탄(天壇) 공원 방문 등 친교 일정도 소화할 계획이다. 이틀간 예정된 공동 일정은 최소 6개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전용기에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제임스 블레어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이 함께 탑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과 며느리 라라도 동행했지만,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 여사는 이번에 동행하지 않는다. 정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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