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집도, 살 집도 없다’ 매물 6000건 급감

정부 ‘세 낀 집’ 출회 유도에도 매물 증발
집주인 “더 오른다” 관망세, 물건 회수
매물 잠김 심화에 성북·서대문도 상승세
대출 규제에 15억 이하 아파트 수요집중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주택 매수자에게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를 세입자가 있는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한시 유예한다고 발표한 12일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 [연합]



#. “집을 팔러 왔던 손님이 매물 잠김으로 집값이 오를테니 나중에 양도소득세분까지 더한 값에 팔겠다면서, 매물을 거둬갔다. 매물이 없다.” (용산역 인근 J공인중개사 대표)

#. “당초 세 낀 집을 팔려고 매물을 내놨으나, 이사 가려던 아파트의 가격이 오르고 매물이 없어 지켜봐야 한다. 결국 내놨던 집도 다시 회수했다” (성동구 아파트 보유자 K씨)

서울 아파트 시장에 매물이 말라붙고 있다. 정부는 ‘매물 잠김’을 우려해 연말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모든 ‘세 낀 매물’의 실거주 의무를 유예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매도자(공급)와 매수자(수요) 모두 움직임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집을 내놨던 이들은 규제 강화 예고에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매물을 거두고, 매수자는 대출한도규제로 제한된 가격대로만 몰리면서 ‘내 집 마련’ 경쟁이 치열하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전보다 서울 아파트 매물 6000건 급감=18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 매물 수는 6만2394건으로 집계됐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마지막 날인 9일 6만8495건에서 6000건이 급감한 것이다.

다주택자의 막바지 절세 매물이 나오던 한달 전(4월 18일, 7만5647건)보다는 1만3000건 이상 쪼그라들었다.

서울 내 선호입지 대단지 아파트들에서도 매물이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이날 기준 서울 강동구 둔촌동의 올림픽파크포레온은 한 달 전과 비교하면 매물이 1067건에서 555건으로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마포구 아현동의 마포더클래시도 93건에서 45건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서초구 잠원동의 메이플자이는 539건에서 253건으로 53% 감소했다.

시장에선 이같은 매물 급감이 거래가 복잡해진 데 따른 것으로 본다. 실제 ‘세 낀 매물’이 나와도 최대 2년까지 ‘대기’ 해야 한다. 또 세 낀 매물을 사면 향후 임차인에게 전세퇴거자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현재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이 1억원 한도로 제한돼 오히려 ‘빈 집’ 매수가 자금자금조달에 용이하다.

용산구의 H공인중개사는 “세 낀 매물을 사는 매수자는 또 세입자가 나올 때까지 살 집을 따로 구해야 한다”며 “전셋집도 부족해 구하기 어려운데 나중에 임차인에게 퇴거자금까지 돌려줘야 하니, 매도인이 팔려고 해도 살 이가 없다”고 전했다.

‘살 집’을 찾는 실수요자도 매물이 없어 대기하긴 마찬가지다. 예비신부 H씨는 “신혼집으로 중저가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는데 시장에 나왔던 매물도 다시 들어가고 있다”며 “중개사가 집을 보기로 한 당일날 전화 와 집주인이 매물을 내려 못 본다는 통보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다주택자 세일 끝났다”…집값, 상승 조짐=매물이 줄면서 집값은 오르고 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의 ‘5월 둘째 주(11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28% 상승해 직전 주 상승률 0.15%의 두 배에 가까운 오름폭을 보였고, 하락세를 이어가던 강남구도 단번에 0.19% 상승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막판 고가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의 급매물이 활발하게 거래됐던 강남구가 ‘상승전환’ 했다”며 “마지막 다주택자 ‘바겐세일’에 맞춰 거래가 다수 발생하고 매물이 다시 감소함에 따리 호가가 상승한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주택담보대출한도 6억원을 꽉 채워 매수할 수 있는 15억원 이하 아파트로도 수요자가 몰리면서, 해당 주택들의 값도 밀려 올라가고 있다. 정부가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한 2월 이후 서울에서 팔린 아파트 81.6%는 15억원 이하의 중저가 아파트로 집계됐다. 6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23.6%, 6억~9억원 구간은 28.7%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중위권 이하 지역들의 아파트값 상승 기세가 한층 강해졌다. 5월 둘째주 성북구(0.54%)가 종암·돈암동 대단지 위주로 가격이 크게 오르며 상승률을 직전 주의 2배로 키웠다. 서대문구(0.20%→0.45%)도 2014년 3월 둘째 주(0.46%) 이후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고, 강서구(0.30%→0.39%), 종로구(0.21%→0.36%) 등이 뒤를 이었다. 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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