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로봇·드론 ‘고부가 접착제’
“LG화학이 안 만들면 더 이상한 일”
컨버팅 기술, 고객 수요 맞춤형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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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화학 제공] |
“접착제라고 하면 시중에 파는 본드를 떠올리죠? 하지만 저희가 만드는 건 자동차·반도체·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산업용 스페셜티입니다.”
황지영(사진) LG화학 전자소재개발3담당은 지난 12일 서울 마곡 LG화학 첨단소재연구소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일반 소비자에게 접착제는 여전히 본드 이미지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다르다. 자동차와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배터리, 드론, 로봇까지 첨단 산업 전반에서 제품 성능과 생산성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2005년부터 전자소재 외길을 걸어오며 100여건의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황 담당은 특허를 통한 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스페셜티 접착제는 단순히 붙이는 소재가 아니라 고객사의 공정과 성능을 바꾸는 설루션”이라며 “LG화학이 접착제 사업을 안 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범용 석유화학이 위기인 가운데, LG화학은 전자소재 사업을 미래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접착제 사업 역시 차세대 스페셜티 사업으로 육성 중이다. 자동차 전장용 소재를 넘어 반도체, AI, 광통신, 드론, 방산, 휴머노이드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황 담당은 “접착제는 제품군이고 자동차·반도체는 산업 영역”이라며 “자동차에 쓰이는 접착 기술도 AI 데이터센터나 드론, 로봇 등 다른 산업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담당은 접착제 사업의 가치를 높은 진입장벽에서 찾았다. 소수 플레이어만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고수익 영역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은 한번 채택한 소재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 접착제 하나를 변경하면 제품 신뢰성과 내구성 검증을 다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 경쟁력의 핵심으로는 ‘컨버팅(converting)’ 기술을 제시했다. LG화학은 단순 배합을 넘어 ▷소재 합성 ▷포뮬레이션 ▷가공 ▷분석 등 4가지 기술 축을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 액상뿐 아니라 필름·시트·파우더 등 다양한 형태로 구현하는 컨버팅 기술을 더해 고객 맞춤형 설루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황 담당은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소재를 바꾸고 공정을 단순화하는 것이 스페셜티 접착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 확산은 접착제 시장 성장의 대표적 배경으로 꼽힌다. 내연기관차보다 모터·배터리·전장 부품이 크게 늘어나면서 접착제 사용처도 함께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한 대에 들어가는 접착제의 총 무게만 수십킬로그램(kg)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의 컨버팅 기술 역량이 빛을 발하는 대표 사례가 전기차 모터용 ‘발표 절연지’다. 기존에는 액상 에폭시를 별도로 떨어뜨려 접합해야 했지만, LG화학은 절연지에 접착제를 미리 코팅해 열처리 과정에서 발포·접착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했다.
방열 접착제 역시 핵심 성장 분야다.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AI 데이터센터 등에서 열 관리 중요성이 커지면서 관련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LG화학은 현재 배터리용 방열 접착제 ‘TRU7’을 양산 중이며, 후속 제품군 개발도 진행 중이다. 단순 성능 개량뿐만 아니라 고객 요구에 맞춘 최적화 제품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은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