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자가 거주 1주택의 함정


“애 학원이라도 좀 더 선택지가 많은 곳으로 가고 싶었던 것뿐인데….”

40대 A씨는 중학생 아들 교육을 위해 경기도의 학군지 중 하나인 평촌으로 이사했다. 보유한 광명 집은 세를 주고 본인도 전세계약을 했다. 투기 목적은커녕 그저 아이 교육을 신경 쓰고 싶었을 뿐인데 ‘비거주 1주택’ 규제가 언급될 때마다 ‘전세자금대출 연장이 안 되면 어쩌나’ 한숨이 나온다.

그간 주택 규제의 안전지대처럼 여겨졌던 ‘1가구 1주택자’도 앞으론 거주 여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12일 모든 ‘세 낀 매물’을 연말까지 팔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마지막 날인 지난 9일까지는 다주택자의 세 낀 매물만 팔 수 있었는데 ‘매물 잠김’ 우려가 나오자 비거주 1주택자의 매물 출회 유도에 나선 것이다. 현행법상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선 주택 매수 후 4개월 내 전입해야 하지만 이런 실거주 의무 규제를 일시적으로 풀어줬다.

하지만 이 ‘규제 완화’를 시장에선 ‘규제 예고’로 읽고 있다. 거주하지 않고 보유만 이뤄진 집에 대해선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가 예고되는 등 ‘자가 거주 1주택자’를 제외하곤 규제를 높일 것이란 언급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A씨가 시름에 잠긴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주택 수요를 실거주로만 몰아가면 민간 임대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기존에 전월세를 살던 무주택자가 (세 낀) 물량을 가져가기 때문에 전월세 공급도 줄지만 수요도 줄어드는 것이라 총량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셋값은 이미 무섭게 오르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평균가는 6억8147만원(KB부동산)으로,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다. 서울의 전셋값이 오를 것이란 전망(132.4)도 ‘전세대란’으로 기록된 2020년 12월 이후 가장 높다.

왜 이럴까. 시장이 덧셈과 뺄셈만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세 낀 매물을 매수한 무주택자가 전월세를 살던 이라면 총량에 문제가 없겠지만 부모로부터 독립한 1인가구거나 신혼부부라면 수급은 미스매치가 발생한다.

수요는 예측이 어렵다. 서울의 인구수는 2016년 993만명에서 올해 4월 기준 930만명 정도로 줄었지만 가구 수는 급증했다. 2016년 391만가구이던 서울 가구수는 가장 최근 집계인 2024년 432만가구로 오히려 늘었다. 인구가 줄어도 집을 구하는 ‘단위’는 더 분화되고 많아진 것이다. 서울의 1인가구 비중은 39.9%에 달한다.

혼인 증가도 전세 수요를 끌어올린다. 2024년 서울에서 혼인 건수는 4만2500건이었지만 지난해엔 4만9400건으로 더 늘었다.

‘자가 거주 1주택자’로 가득 찬 세상은 장밋빛일까. 민간 임대가 급격히 위축되면 직장이 멀어져도 인근에 전세를 구하지 못해 긴 출퇴근을 감내하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 자산이 부족한 신혼부부는 주거 선택지가 공공임대로 제한될 수 있다. 타 지역으로 대학 진학 시 살 곳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쩌면 이는 이미 현실이 됐는지도 모른다. 결혼을 앞둔 30대 후배는 “서울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집을 보고 있는데 우리 자금으론 10평대밖에 못 가더라”면서 “결혼하더라도 한 명은 본가에서 생활하다가 주말에 원룸 신혼집에서 만나야 할 것 같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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