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변기칸서 ‘금괴’ 전달했다…피싱 수거책 10명 무더기 검거 [세상&]

증권사·검찰청 사칭으로 약 15억원 편취
3단계 나눠 수거 후 상품권·가상자산 세탁

화장실에 금괴를 숨기는 연출 이미지. [AI로 제작]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동남아 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아 증권사와 검찰 등으로 사칭한 피싱 수거책 10명이 검거됐다. 이들은 수사를 피하기 위해 수거를 3단계로 나누고, 화장실 변기 칸에서 돈과 금괴(골드바)를 전달하는 등 범죄 수익을 숨기기 위해 치밀하게 움직였다. 이들이 가로챈 피해액만 약 15억원이다. 피의자 가운데는 70대 금은방 사장도 포함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최근 해외 피싱 조직의 국내 수거책 10명을 무더기로 검거해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은 전기통신사기피해환급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다.

증권사·검찰청 사칭 후 ‘3단계 수거’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가 검거한 증권사 사칭 피싱 조직의 수거책이 사용한 위조 신분증. [서울경찰청 제공]

이번 검거된 이들은 증권사로 사칭한 조직과 검찰청으로 사칭한 두 조직이다. 증권사를 사칭해 피해자들을 속인 조직은 실제로 활동하는 유명 주식 유튜브 채널을 도용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네이버 밴드로 투자자들을 모은 뒤 수익률 500%를 보장한다고 유인했다. 이 과정에서 조직원들은 ‘해당 투자는 비밀 프로젝트’이므로 금융감독원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투자금은 현금으로 받아야 한다고 조건을 걸었다.

수거책들은 치밀하게 움직였다. 1차 수거책들은 피해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피해자 주거지 부근으로 찾아갔다. 이들은 증권사 직원처럼 보이기 위해 정장 차림과 위조한 증권사 직원 신분증을 보여주며 신뢰를 쌓았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가 검거한 증권사 사칭 피싱 조직이 허위로 만든 출자증서. [서울경찰청 제공]

현금으로 투자금을 받은 후엔 허위의 출자 증서를 작성해 교부했다. 또 허위로 개설한 증권사 투자 앱을 보여주며 투자금이 입금된 화면을 보여줬다. 이 같은 방식으로 현금을 받으면 인근에 대기하던 2차 수거책에게 전달했다.

2차 수거책은 강남의 상품권 업자인 3차 수거책과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접선했다. 3차 수거책은 피해금을 받아 이를 상품권으로 교환한 후 피싱조직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세탁했다.

경찰은 1차 수거책들에 대한 첩보를 입수해 올해 2월 말께부터 3월 초께까지 이들을 검거했다. 1차 수거책을 검거한 경찰은 곧 인근에서 피해금을 받기 위해 대기하던 2차 수거책과 3차 수거책까지 모두 검거했다. 해외로 도주하려던 2차 수거책 1명도 지난 7일 인천공항에서 모두 검거했다.

경찰은 피해자 5명으로부터 총 3억8520만원을 편취한 수거책 일당 7명을 검거했고, 피해금 3억6520만원을 현장에서 압수해 피해자들에게 즉시 돌려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가 검거한 검찰청 사칭 피싱 조직의 위조 신분증과 편취 골드바. [서울경찰청 제공]

또 다른 피싱 범죄 조직의 수거책들도 검거됐다. 검찰을 사칭해 겁을 주고, 돈을 빼앗은 일당들이다. 해외에 거점을 둔 이들은 검찰을 사칭하며 “계좌가 범죄에 연루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피해자들에게 겁을 줬다. 그러면서도 남은 자산은 보호해 주겠다고 했다.

이들은 피해자가 골드바를 구매한 후 검찰청 직원에게 전달하면 자산을 지킬 수 있다고 안내했다. 검찰청 직원을 사칭한 수거책은 피해자에게 골드바를 가로챘다.

일당은 미리 피해자의 자산 규모를 파악한 후 그에 맞게 골드바 구매를 유도했다. 피해자가 골드바를 구매하면 1차 수거책이 즉시 접선해 골드바를 가로챘다. 이를 전달 받은 2차 수거책은 3차 수거책이 운영하는 금은방 업장 내 공용 화장실 변기칸으로 골드바를 운반했다. 70대인 3차 수거책은 골드바 세탁 수수료(18%)를 받고 골드바를 가상자산 ‘테더’로 환전해 피싱 조직에 전송했다.

경찰은 위와 같이 피해자 3명으로부터 총 11억8000만원 상당의 골드바 6개를 가로챈 수거책 3명을 검거해 전원 구속하고 약 4억8000만원 상당의 골드바 2개를 현장에서 압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줬다.

또 진화한 피싱…철저한 분업, 금은방 세탁

피싱 범죄는 날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검거된 범죄 조직처럼 분업이 더 철저해지고 있다. 1차 수거책들은 피싱 조직의 사전 지시에 따라 철저히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행동하며 피해자들과 신뢰를 쌓고 돈을 가로챈다.

그 이후 2·3차 수거책들 역시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폐쇄회로(CC)TV가 없는 외진 골목길, 화장실 등을 접선 장소로 이용했다. 특히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자금 세탁 방식은 최근 금은방 업자를 중간에 끼는 방식으로도 변화하고 있다. 이번 사건처럼 골드바를 이용해 세탁하는 사례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가 검거한 증권사 사칭 피싱 조직의 수거책이 사용한 위조 신분증. [서울경찰청 제공]

피싱 범죄 조직의 표적은 이번에도 50~60대 중장년층이었다. 범죄조직은 이들이 피싱 범죄에 대한 최신 정보에 밝지 않고, 스마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노렸다. 경찰은 해당 연령대의 피해자들이 한번 현혹되면 증권사·검찰청을 사칭한 이례적인 요구에도 쉽게 응할 위험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향후 경찰은 수거책들에게 지시를 내린 상선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세탁 업자인 3차 수거책들의 휴대전화 등을 분석해 자금 세탁 경로를 파악하고 이를 추적해서 환수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금융기관, 검찰청 등이 현금이나 골드바를 요구하는 경우는 100% 사기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또 경찰은 수거책 가담자에 대한 경고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텔레그램, 인터넷 등에서 단순 고액알바 등으로 소개되는 일자리는 실제로는 사기 피해금을 수거하는 범죄행위가 대부분이다”라며 “이에 현혹돼 가담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되므로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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