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렌트비 부풀리고 사진 조작하고…보험금 줄줄 샌다 [사기공화국의 민낯]

자동차 보험금 회색지대 만연
사고시 수리과정 ‘과잉청구’ 구조적 누수
정보 비대칭 틈타 청구 단계부터 뻥튀기
입원 중 렌트…정비 사진 연출까지 동원

외산차·전기차 확산에 비용 상승률 가속
검증·제도 미비에 보험료 인상 압력 커져
손해사정 전문성↑, 검증 시스템 강화해야


실제 사고는 있지만 항목을 부풀리는 ‘과잉 청구’가 자동차보험금 누수의 본류로 지목되고 있다. 정비·부품·렌트 업체의 정보 비대칭 속에 부풀려진 청구서가 그대로 통과되면서, 적법과 위법의 회색지대에서 새는 보험금 부담은 결국 대다수 운전자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제미나이를 이용해 제작함]



정비업계 내 만연해 있는 자동차 보험사기 행태가 금융소비자의 보험료 인상의 주류로 지목받는 가운데 자동차 보험금 누수는 정비업체가 페이퍼컴퍼니를 차려 보험금을 빼돌리는 식의 극단적 보험사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사고가 났을 때 소비자가 직접 수리 과정에 개입하는 일은 거의 없다. 부품과 공임, 렌트비를 산정해 보험사에 청구하는 건 정비·부품·렌트 업체의 몫이고, 그 청구가 합당한지를 들여다보는 건 보험사의 일이다. 차주는 차를 맡기고 결과만 통보받는다. 이 청구 단계의 정보 비대칭이 누수의 출발점이 된다. 현행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형사 처벌 대상으로 삼는 건 ‘허위 청구’다. 사고 자체가 없거나 영수증을 조작하는 행위가 적발돼야 처벌이 시작된다.

반면 실제 사고는 있지만 청구 금액과 항목이 부풀려진 ‘과잉 청구’는 회색지대로 묻힌다. 보험사가 손해사정으로 거르지 못하면 부풀려진 금액이 그대로 빠져나간다. 업계가 보험금 누수의 본류로 지목하는 영역이 바로 이 회색지대다.

▶부품비 늘리고, 부분 수리 아닌 묶음 교체 권유=회색지대는 부품·수리·렌트 세 갈래로 새고 있다. 지난해 4개 대형 손해보험사의 물(物)담보 보험금 8조1932억원 가운데 ▷부품비 3조7470억원(전체의 43.3%) ▷수리비(공임·도장) 3조4505억원(39.8%) ▷대차료(렌트·교통비) 7217억원(8.3%)이 이 영역에 해당한다. 5년 증가율은 부품비가 42.9%로 가장 가팔랐고, 대차료가 30.6%, 수리비가 22.7%로 뒤를 이었다. 누수 3종 세트의 양태는 항목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부품 영역은 5년 새 42.9% 늘어 누수 항목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가팔랐다. 대표 사례가 방청제(수리 시 바르는 녹 방지제) 부풀리기다. 한 정비업체는 시중에서 3만원 수준인 차량 백도어 알루미늄 방청 스프레이를 11만8000원에 청구했다. 가격을 부풀리는 건 기본이고 사용 수량을 늘리거나, 수리 부위와 무관한 멀티 파워실란트와 스프레이 언더코팅 같은 소모품을 청구 명세서에 끼워 넣는 방식도 흔하다.

외산차 비중이 늘면서 부품비 자체가 구조적으로 뛰는 점도 누수를 키운다. 보험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외산차 헤드라이트 커버에 충격이 가해졌을 때 커버 부분만 수리하면 약 20만원이지만, 제조사가 부품을 모듈 단위로 묶어 공급한 탓에 모듈 통째로 갈면 약 180만원이 든다. 9배 차이다. 부분 수리할 여지가 있는데도 모듈 교환을 권유하면 청구액은 한 번에 뛴다.

전기차·하이브리드 같은 친환경차 비중이 늘어나는 점도 변수다. 전기차 배터리는 하단에 가벼운 충격을 받았을 뿐인데, 전체를 갈면 3000만원 이상이 들 수 있다. 고가 부품 비중이 커질수록 청구 단계의 검증 부담도 무거워진다.


▶사진 한 장으로 보험금 청구 얼마든지 부풀려=수리비 영역에선 ‘사진 연출’이 핵심 수법으로 지목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고와 직접 관련 없는 인접 부위까지 손상이 있는 것처럼 연출해 판금 작업을 진행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경우가 있다”며 “실제로는 손상되지 않은 부위인데 작업 사진을 통해 수리가 이뤄진 것처럼 꾸미고, 이 사진이 보험금 청구의 핵심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견인-정비-렌트 업체가 뒤로 리베이트(사고차를 특정 업체로 보내주는 대가로 주고받는 수수료)를 주고받으며 사고차를 같은 라인 안에 묶어두는 행태도 반복적으로 적발된다. 견인업체가 특정 정비소로 차량을 유도하고, 그 정비소가 다시 특정 렌트업체와 연계해 청구 금액을 부풀리는 구조다.

렌트비 영역에서는 소비자를 직접 기망하는 사례가 두드러진다. 지난 2월 경남 거제의 한 운전자는 자동차 사고 직후 렌트업체 권유로 약 8일간 렌트카를 빌렸지만, 그 기간 중 5일은 정형외과에 입원해 운전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렌트 대신 교통비(렌트비의 35%)를 선택했다면 약 73만원을 현금으로 받을 수 있었지만, 업체가 이를 안내하지 않아 입원 기간 5일치 교통비 약 45만원조차 챙기지 못했다.

수리비 대비 렌트비가 비정상적으로 부풀려진 사례도 있다. 한 BMW 차주는 가벼운 앞범퍼 도장 사고에서 수리비가 203만원이었는데, 렌트비는 그 4배에 가까운 756만원(25일치)이 청구됐다. 정비업체가 차량을 인근에 장기 방치해 렌트 기간을 늘렸을 가능성이 의심됐다. 또 다른 소나타 차주는 사고차를 한강공원 주차장에 11일간 방치한 뒤 정비소 입고 일자를 앞당겨 약 100만원의 렌트비를 허위 청구하다 적발됐다.

▶이해관계에서 막혀…부품 재고부터 차근차근=전문가들은 회색지대를 좁힐 방향성은 이미 마련돼 있다고 본다. 정비 영역에서는 시간당 공임 산정을 소비자물가나 임금상승률 같은 객관적 지표에 연동해 정비업계-보험업계 간 분쟁을 줄이자는 안,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미손상 수리기준의 법제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부품보다 20~35% 저렴한 품질인증부품의 활성화 등이 수년째 제언돼 왔다. 예컨대 범퍼 교환율이 10%만 줄어도 약 870억원의 수리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어느 하나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제성이 부재한 권고 수준에 머물거나, 이해관계자 간 충돌로 표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품질인증부품이 대표 사례다. 정부가 인증한 부품인데도 “왜 OEM을 안 써주느냐”는 소비자 반발에 부딪혀 정착되지 못했다.

천지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방향성은 다 정해져 있는데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다 보니 추진이 어렵다”며 “강제성이 없어서 실질적으로 현실화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상대적으로 이해관계가 덜한 부분부터 차근차근 밟아 나가는 것도 방법”이라며 부품 재고 관리를 우선 거론했다. 외산차·전기차 부품 재고가 부족해 수리가 지연되면 렌트비까지 함께 부풀려지는 구조인데, 이 영역은 자동차관리법 차원의 규제로 정부가 충분히 풀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청구 단계의 검증을 강화하는 안도 함께 거론된다. 보험사 손해사정 인력의 전문성을 끌어올리고, 작업 사진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천 위원은 “방향성은 사고로 손상된 부분만 복구해 주는 게 맞는다”며 “부품 단위 수리가 모듈 단위 교환으로 옮겨가는 흐름에서 무엇이 진짜 누수인지 가려낼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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