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확대, 마약 거래 위축 기대”
“마약사범, 더욱 교묘해질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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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로폰을 소지하고 있던 중년 남성이 지난 1월 경기도 고양시 소재 모텔에서 체포되는 장면. [유튜브 ‘카광’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가장 어두운 음지에서 활동하는 마약사범. 이를 잡기 위해서는 수사관도 음지로 들어가야 한다. 신분을 감춘 채 음지에서 하는 위장수사는 지금까지 제도 바깥에서 이뤄졌는데, 최근 법이 개정되며 위장 수사의 길이 열렸다. 내년 5월 시행이 예상되는 가운데 개정안 통과의 효과가 벌써부터 체감되고 있다. 지난 1분기 마약사범의 검거율이 증가했고, 위장 수사에 덜미를 잡혔다는 마약 사범의 목소리도 전해지고 있다.
26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경찰의 위장 마약수사로 덜미를 잡힌 마약사범의 사례가 연이어 전해지고 있다. 40대 A씨는 최근 투약자를 찾아 강원도에 갔다가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A씨는 소셜미디어(SNS)에서 함께 투약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보고, 해당 장소에 갔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온라인에서도 이 같은 위장수사로 검거됐다며 도움을 청하는 사례도 있다. 게시글 작성자는 “SNS에서 낯선 사람이 먼저 연락을 해왔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마약 거래 얘기로 이어졌다”며 “결국 응했고, 그 자리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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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찰청 마약수사2계가 검거한 3개국 연계 조직의 마약 전달 장면. 2023년 4월 대구의 한 주차장에서 총책의 지시를 받은 한국인 국내 유통 책임자가 자신의 차 안 필로폰을 가리키고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 |
이어 “알고 보니 처음부터 수사관이 신분을 숨기고 접근한 것이었다”며 “완전히 결백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유도 당했다는 생각에 너무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기회제공형’ 위장수사다. 투약할 의도를 이미 갖고 있는 대상에게 기회만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제도 바깥에서 이뤄져 일선 수사관들도 제한적으로, 소극적으로만 할 수 있었던 수사다.
지난 4월 위장수사를 제도화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경찰도 위장수사의 명확한 범위를 정하고 있다. 이번 법 개정으로 수사관은 위장 신분으로 마약류 매매·소지·광고·수수·운반·수입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를 위한 신분증 등 문서 및 전자기록 변경도 법원의 허가를 받아 할 수 있다.
경찰은 마약범죄 위장수사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위장수사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TF는 구체적으로 위장수사 시 수사관의 면책 범위를 어디까지 넓힐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논의 중이다.
법 개정과 함께 경찰의 마약 사범 검거도 탄력을 받고 있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11일 “지난달 마약류 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경찰이 지속 추진했던 위장 수사 제도 도입도 본격화됐다”며 “올해 1분기 검거 인원은 전년 동기 대비 26% 늘었고, 같은 기간 동안 온라인 마약 사범 검거 인원도 48% 증가하는 등 성과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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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5년 온라인 마약류 사범 검거현황. [경찰청 제공] |
실제 위장 마약수사의 주 무대인 온라인 마약 거래의 검거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 경찰청의 ‘온라인 마약류 사범 검거 현황’에 따르면 검거된 인터넷 마약류 사범은 ▷2021년 2545명(전체 마약사범의 24%) ▷2022년 3092명(25%) ▷2023년 4505명(25.3%) ▷2024년 4274명(31.6%) ▷2025년 5341명(40%)로 크게 늘고 있다.
이처럼 위장수사 제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일선 마약 수사관들은 ▷위장 수사의 확대 ▷마약 거래 위축 ▷수사비 확대 지원 등을 예상하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기존 위장 수사는 구매자 위장으로 한정됐다. 주로 수사관이 구매자로 위장해 거래를 시도하다 판매자를 체포하는 방식. 하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이보다 더 확대된 위장 수사를 펼칠 수 있을 전망이다. 현행법상으로는 마약류 판매 광고만 해도 처벌되는데, 앞으로는 수사기관이 마약류 광고를 게시하고 판매자로 위장하는 형식의 수사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투약 및 구매 의사가 있는 마약사범에 대한 ‘덫’을 놓는 것이다.
경찰 마약 수사관은 “기존에는 어려웠던 반복 거래를 통한 신뢰 형성 등으로 마약 말단이 아닌 상선까지 접근하는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사관이 활동할 수 있는 면책 범위가 넓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위장수사가 확대되면 경고 효과도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마약이 있는 곳에는 경찰도 있다’는 인식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 다른 마약 수사관은 “앞으로는 거래 시에 판매자든 구매자든 훨씬 더 긴장하게 될 것”이라며 “상대방이 경찰일 수 있다는 생각에 거래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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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크웹 등을 통해 국내에 마약을 유통한 일당의 드라퍼가 좌표에 숨겨놓은 필로폰. 해당 사건 일당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2계가 검거했다. [서울경찰청 제공] |
위장수사 시 마약 매매가 가능해지며 일선 수사관들 사이에서는 수사비 지원 확대도 기대되고 있다. 현재 마약 수사관 개인당 월 약 20만원의 수사비가 지원된다. 추가 수사비가 필요한 경우 관련 결재를 받기 위해 시간을 다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매매가 가능해지며 현장 수사의 애로사항도 많은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 마약 수사관은 “현재는 체포한 마약사범을 통해 관련자를 추가로 검거할 때는 거래를 빌미로 불러내는데, 이때 의심을 피하기 위해 빠른 현금 확보가 필수적이다”라며 “현재는 팀원끼리 수사비를 모으거나 사비를 쓰고 보전받고 있어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마약 거래가 더욱 교묘하게 음지로 숨어들 우려도 있다. 마약 수사관은 “수사기관이 다가갈수록 더욱 숨어드는 게 마약 범죄”라며 “경찰의 위장 수사가 깊어질수록 마약 범죄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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