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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들은 비슷한 사업을 따로 추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담당자들도 서로의 사업 존재를 알고 있지만 먼저 “중복입니다”라고 손들지 않는다. 예산이란 한 번 배정되면 줄이기 어렵고, 사업 폐지를 반길 부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점검하는 장치가 기획예산처의 통합 재정사업 성과평가다. 민간 전문가 150명이 여러 부처의 재정사업을 한 자리에 놓고 비교하며 중복 여부와 성과를 따진다. “이 사업, 저 사업과 뭐가 다릅니까?” 내부에서 꺼내기 불편했던 질문이 외부인의 입에서는 거침없이 나온다.
평가자의 다양성은 곧 시각의 다양성이다. 특히 시민사회 대표들이 직접 참여해 납세자의 눈으로 사업을 낱낱이 들여다본다. 국민의 돈이 쓰이는 곳을 국민이 직접 살핀다는 원칙이 제도 안에 살아 있다. 맹점을 발견하는 것은 언제나 안이 아니라 밖에서 들여다보는 눈이다. 평가의 위력은 ‘통합’에서 발휘된다. 재정사업을 하나의 공통 틀 아래 놓고 나란히 세우면, 멀쩡해 보였던 사업들의 겹침이 드러난다. 마치 지도들을 겹쳐 놓으면 같은 길이 두 번 그려져 있음을 발견하는 것처럼. 부처의 경계를 넘어서야 비로소 보이는 낭비,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이 평가의 존재 이유다.
더욱 주목할 점은 평가위원들이 서면 검토를 넘어 현장을 찾아가 두 눈으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찾아간 현장에서는 동일 사업이 부처 세 곳에서 나눠 운영되고 있었다. 각자 근거가 있었지만 한 자리에 펼치자 중복의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설비 안전점검을 위한 두 개 사업이 같은 집행체계를 공유하면서도 예산과 관리는 따로 운영되기도 했다. 결국 통합이 권고됐다. 성과평가가 제대로 작동하면 유사·중복 사업은 정리되고, 절감된 예산은 더 필요한 곳으로 이동한다. 재정혁신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낭비의 관성을 끊는 작은 조정들이 축적될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평가를 통한 예산 조정은 단순한 절감이 아니라 재정이 본래 목적에 더 충실히 쓰게 만드는 재설계 작업이다. 낭비를 더는 것만큼 그 여력을 국민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곳으로 돌리는 일도 중요하다.
평가위원의 역할이 마냥 가벼운 것은 아니다.필자 역시 150인의 한 명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온몸으로 느꼈다. 사업 뒤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묵묵히 일하는 담당 공무원도 있고, 혜택을 받는 시민도 있다. 숫자와 지표만으로는 담기지 않는 맥락들이 늘 존재한다. 감액·폐지를 권고할 때마다 너무 가혹하지 않은지 고뇌했다. 그러나 그런 긴장감이 평가를 살아 숨쉬게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냉정함과 온기 사이의 균형을 잡는 일, 그것이 150인에게 주어진 진짜 임무다.
월급명세서를 꺼내보자. 당신이 매달 내고 있는 세금이 모여 나라 예산이 된다. 그 돈이 어떤 사업에, 얼마나, 어떤 효과를 내며 쓰이는지 일일이 따질 수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따져야 한다. 감시받지 않는 권력이 제 기능을 잃듯, 감시받지 않는 예산은 목적지를 잃고 흘러간다. 통합 재정사업 성과평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150인이 당신 대신 묻는다. “이 돈, 제대로 쓰이고 있습니까?”
정장훈 한성대 창의융합대학 창업트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