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엔진의 변신은 무죄…데이터센터 붐에 제2의 특수 오나 [비즈360]

고부가 선박 엔진 호황에 수익성 개선
AI 데이터센터발 수혜에 증설 사이클 도래 기대
병목 현상에 납기 짧은 중속 엔진 부상
수요 급증 흐름에 생산능력 확충 검토 전망


HD현대중공업 선박엔진 공장 전경. [HD현대중공업 제공]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국내 주요 조선 엔진업체들이 액화천연가스(LNG)선 호황을 넘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인프라 수혜를 받고 있다. 최근 고부가 선박용 물량 확대로 호실적을 내고 있는 가운데, 데이터센터용 발전 엔진이 부상하며 업계 전반에 걸쳐 증설 사이클이 도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18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6% 늘었고, 특히 영업이익률은 21%로 20%를 상회하는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한화엔진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514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0.5% 증가했다. 1분기 조업일수 감소에도 LNG선 등 선박용 이중연료(DF) 엔진 수요가 늘며 고수익 제품 비중이 확대된 결과로 풀이된다.

전력 병목 현상 심화…중속 엔진 대안 부상


업계는 기존 선박 엔진의 호황에 더해 육상 AI 데이터센터발 전력난 수혜까지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5년 485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950TWh로 불과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 것으로 봤다. 여기에 전 세계 주요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난 5년간 연평균 27%씩 성장했고, 향후 3년간 17%의 추가 성장이 예상되나 물리적 인프라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의 핵심인 대형 가스터빈은 GE 베르노바, 미쓰비시중공업, 지멘스 에너지 등 주요 글로벌 업체들의 납기가 이미 2029년 하반기 수준까지 밀려있다. 미국 현지의 신규 발전원 계통 연계 역시 평균 4~8년이 걸리는 등 심각한 병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상대적으로 납기가 짧고, 가혹한 환경에서도 장기간 운영이 검증된 중속 엔진을 여러대 묶어 데이터센터에 직접 전력을 공급하는 ‘온사이트(현장) 발전’ 방식이 대안으로 주목된다. 발전 시설을 데이터센터와 함께 건설하면, 기존 대형 발전소-육상 데이터센터 체제에서 송배전 과정 시 발생하는 막대한 전력 손실도 피할 수 있다.

수요 급증에 생산능력 확충 검토


실제로 선도 업체인 핀란드 엔진업체 바르질라는 최근 미국 데이터센터향 엔진 공급 계약을 연달아 수주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독자 기술을 갖춘 HD현대중공업이 시장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미국 에너지 개발업체 에이페리온 에너지 그룹(AEG)과 20메가와트(MW)급 ‘힘센(HiMSEN)’ 엔진 기반 발전 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총 공급 규모는 684MW, 계약 금액은 6271억원 규모로 HD현대중공업이 체결한 발전용 엔진 계약 중 최대 규모다.

데이터센터향 엔진은 주로 18~25MW급 고출력과 100% 가스 가동이라는 까다로운 스펙을 요구하는데, 현재 국내 엔진 업체 중 이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설비를 자체 제작할 수 있는 곳은 HD현대중공업이 유일하다. HD현대중공업이 2000년 독자 개발한 힘센엔진은 전 세계 선박 추진·발전용 중속 엔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다.

현재 엔진기계 사업부는 연간 3기가와트(GW) 수준의 캐파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룹 내 선박 수주 물량 대응만으로도 부하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회사는 최근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데이터센터 발전 엔진 수요 급증에 따라 캐파 확충 옵션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데이터센터 전력난 장기화시 증설 가능성


한화엔진 역시 지난해 4월 중속 엔진 시장 재진입을 목표로 생산능력 증설을 단행한 바 있다. 현재 선박 기준 약 40척 수준인 180대 규모의 중속 엔진 캐파를 확보했으며, 2026년 4분기 25대 인도를 시작으로 2027년 풀가동에 돌입해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등에 납품할 예정이다.

다만 한화엔진은 아직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대형 고출력 가스 엔진 라인업을 자체 생산하지 않고 있어 관련 수요에 대한 단기 수혜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IBK투자증권은 이와 관련해 “단기적인 추가 증설은 어려울 수 있으나, 데이터센터 전력난이 장기화되고 4행정 엔진 수요가 충분히 뒷받침된다면 장기적으로는 한화엔진의 증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조선사들이 해양 구조물 건조 기술을 활용해 부유식(플로팅) 데이터센터로 사업 기회가 늘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부유식 데이터센터는 해수를 냉각수로 직접 활용해 비용을 아끼고, 부지 확보 과정의 마찰을 피할 수 있어 또 다른 대안으로 꼽힌다. 삼성증권은 “부유식 데이터센터는 아직 상용화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전력 인프라 공급 속도로 인해 조선사들의 데이터센터 관련 사업 기회는 확장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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