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청 실무 주무관, 법정 증인심문에서 스스로 자인
국내법상 투입되는 초기 자본금 학교법인 회수 불가
서울 덜위치 외국인학교, 본교 대출금 회수 과정서 프랜차이즈 비용 등이 배임 및 횡령 혐의로 형사처벌 받은 전례 있어
‘300점 만점’ 재원 계획 눈감아줬나… 인천경제청·평가위원 검증 실패 또는 결함 은폐 의혹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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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2월 영국 위컴애비스쿨을 방문한 모습.[인천시 제공] |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하 인천경제청)이 추진하고 있는 영종국제도시 미단시티의 핵심 앵커 시설인 ‘영종 국제학교’ 설립 사업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3월 영국 위컴애비스쿨(Wycombe Abbey School)을 영종 국제학교 설립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며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그러나 인천경제청은 공모 과정에서 제안서 제출 마감기한을 연장해주고 제출서류 요건을 완화해 주는 등 여러 가지 위법성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 법정 공방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영국 명문 사학 유치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숨겨져 있던 ‘중국 사기업 프랜차이즈’의 실체가 법정 증언을 통해 밝혀지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공모 사업의 주체인 인천경제청 스스로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의 치명적인 결함을 자인하는 꼴이 되면서, 선정 취소는 물론 실무 관계자들의 징계와 전면적인 감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분위기다.
법정서 터진 도화선… ‘영국 본교 투자금 0원, 출처는 중국 프랜차이즈 협력업체’
지난 5월 22일 영종 국제학교 공모에서 탈락한 후순위 학교 측이 인천경제청을 상대로 제기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취소 소송’ 증인심문에서 사업의 판도를 뒤흔들 사실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인천경제청 국제학교 업무 담당 신모 주무관은 원고 변호인 측의 질문에 결정적인 증언을 했다.
신 주무관은 “위컴애비스쿨이 제안서상 부담하기로 한 초기 자본금 2500만 달러(한화 약 380억 원)의 출처는 영국 본교가 아닌 BE에듀케이션”이라고 말했다.
신 주무관의 증언은 영국 위컴애비스쿨 본교가 영종 분교 설립에 직접 투자하는 금액이 사실상 단 한 푼도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심지어 제안서에는 ‘향후 학교 운영 중 손실이 발생할 경우에도 BE에듀케이션이 이를 전액 부담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초기 자본금을 투입하겠다는 ‘BE에듀케이션’은 2003년 중국 상하이에서 유학원으로 출발해 2015년 영국 위컴애비와 브랜드 계약을 맺고 중국과 홍콩에서 5개 학교를 운영 중인 중국계 사기업이다.
결국 이번 사업은 영국 학교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영국 학교의 ‘이름’만 빌려온 중국 사기업의 프랜차이즈 학교를 유치한 꼴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내법 정면 위반 의혹… “수익 회수 불가능한데 380억 기부? 편법 회계 뻔해”
이 같은 구조는 현행 국내법(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 및 사립학교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거나 무력화할 소지가 다분하다.
국내법상 외국교육기관은 결산잉여금을 해외 본교로 송금할 수 없으며 청산 절차를 거치지 않고는 다른 회계로 전출할 수 없다.
우리나라 사학재단처럼 한 번 학교 설립에 출연한 기본재산은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다.
과거 서울 덜위치 외국인학교가 본교 대출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프랜차이즈 비용 등을 명목으로 자금을 빼돌리다가 배임 및 횡령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례가 이를 증명한다.
여기서 심각한 모순이 발생한다. 영국 본교와 무관한 중국 사기업이 회수가 불가능한 380억 원을 영종 국제학교 설립에 ‘순수 기부’할 리 만무하다는 점이다.
국제학교 전문가들은 “BE에듀케이션이 설립 자금을 대고 학교 운영 권한과 공동 대표자 자리까지 요구한 것은 명백한 투자 행위”라며 “국내법상 투자금 회수가 막혀 있기 때문에 이들이 향후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학교 운영 과정에서 불법적인 회계 조작이나 우회적인 방법으로 잉여금을 편법 전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학교 부지와 시민 혈세 1500억 원에 달하는 건축비가 투입되는 영종 국제학교 설립 공공 사업이 자칫 중국 사기업의 불법 회계 놀이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300점 만점 ‘재원 계획’ 눈감아준 인천경제청… ‘특혜 및 의도적 은폐’ 의혹
원고 측은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된 이상, 인천경제청의 1차 서류 심사와 외부 평가위원회의 심사 과정 전체가 원천 무효 수준의 중대한 하자를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경제청 공모지침서 제14조에 따르면 신청 학교법인은 분교 설립에 필요한 ‘자기자본 규모, 설립준비금 및 운영자금 조달 계획’을 직접 제시해야 한다. 이 항목은 전체 평가에서 무려 300점의 배점을 차지하는 핵심 지표다.
지침의 취지대로라면, 평가 대상은 ‘학교법인의 재정 능력과 책임성’이지 제3의 중국 사기업이 아니다.
본교가 아닌 외부 사기업에 재정 책임과 운영 손실을 떠넘긴 위컴애비 측의 제안서는 1차 사전 심사 단계에서 즉각 배제되거나 최하 점수를 받아 탈락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인천경제청은 지난 2월 제안서를 접수한 후 이를 검증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그대로 통과시켰고 3월 열린 외부 평가위원회 역시 이 치명적인 결함을 걸러내지 않은 채 300점 만점을 주어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를 두고 원고 측은 인천경제청과 심사위원들이 심각한 ‘직무유기’를 저질렀거나, 특정 학교를 밀어주기 위해 결함을 의도적으로 은폐·묵인해 주었다는 이른바 ‘덮어주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공모지침서 제11조에는 사업 제안서와 부속서류의 적정성을 사전에 심사한 뒤 평가위원회에 상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이 1차 심사를 담당하고 외부 평가위원들의 2차 심사를 거쳐 최종 확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천경제청은 제안서 접수 이후 외부 평가가 진행되기 전까지 제출 서류와 재원 조달 계획의 적정성을 검증할 책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를 걸러내지 못한 채 평가위원회에 상정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송도 해로우스쿨 사태 ‘판박이’… 인천경제청 국제학교 정책 감사해야
이번 영종 국제학교 위컴애비스쿨 사태는 2년 전 국내 현행법 저촉 문제로 양해각서(MOU)가 해지되며 전면 무산됐던 송도국제도시 ‘해로우스쿨’ 유치 논란과 구조적으로 ‘판박이’라는 지적이다.
당시에도 영국 본교가 아닌 홍콩의 에이전시(AISL)가 몸통으로 나서면서 법적 걸림돌을 넘지 못했다.
동일한 실패를 겪고도 또다시 중국계 프랜차이즈 기업에 안방을 내주려 한 인천경제청의 행정에 대해 지역 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원고 측 관계자는 “인천경제청 담당 직원의 법정 증언을 통해 공모 과정의 위법성과 부실 심사가 명백히 입증됐다”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함과 동시에, 시민 혈세 1500억 원이 걸린 공공 사업을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 간 인천경제청의 국제학교 유치 정책 전반에 대해 상급 기관의 대대적인 감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지난 4년 사이 송도 해로우스쿨 유치 후 국내 현행법 위반으로 무산, 영종 국제학교 유치 방식 논란 등으로 인천 국제학교 유치 사업이 총체적으로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국제학교 최종 결정권자인 유정복 시장은 이에 대한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그러다가 6·3 민선 9기 인천시장 선거가 다가오자, 갑자기 국제학교 행정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여 선거를 위한 ‘치적쌓기’가 아니냐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