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맥 먹던 곳에서 한 표” 투표소로 변한 갈빗집·태권도장에 유권자들 몰려 [세상&]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시작
투표소 된 자동차 대리점, 갈빗집
‘첫 투표’ 高3 학생 “많이 떨렸다”
다리 수술한 환자도 택시 타고 ‘한표’


3일 오전 8시께 경기 광명시 소하동 상상초월돼지갈비식당 앞에 사람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길게 서 있다. 김서현 수습기자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병원에 사정해서 택시 타고 투표하러 왔어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의 막이 오르자 전국 1만4288곳 투표소에 유권자들이 몰리고 있다. 일부 투표소에는 문이 열리기도 전에 대기 줄이 만들어졌다. 결연한 표정으로 투표소를 찾은 환자부터 생애 첫 표를 행사하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나온 고등학교 3학년 학생 등 다양한 얼굴의 유권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제1투표소에 방문한 김모(65) 씨는 목발을 짚고 택시에서 내리고 있었다. 그는 손목의 환자 팔찌를 보이며 “최근에 다리 수술을 해서 병원에 입원 중이다”라며 “다리를 굽히기가 힘드니 대형 택시를 불러서 왔다. 마음에 안 드는 게 많아 꼭 한 표 던져야겠기에 왔다”고 말했다.

3일 오전 8시께 서울 마포구 서교동 제1투표소를 찾은 김모 씨. 최근 다리 수술 후 입원 중 택시를 타고 투표소를 왔다. 이영기 기자


생애 첫 투표를 한 학생들 표정에는 들뜬 기색이 묻어났다. 이날 오전 8시10분께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2동 제2투표소를 찾은 19살 김모 군은 “첫 투표라 많이 떨렸지만 투표하지 못한 친구들에게 자랑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는 새로 당선될 경기도교육감이 학생들의 입시 부담을 덜어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이야기했다.

이날 평소 시민들이 자주 오가던 공간은 투표소가 됐다. 이날 오전 8시께 경기도 광명에 있는 상상초월돼지갈비는 이날은 ‘소하2동 제4투표소’가 됐다. 이 식당은 10년째 지역 유권자들의 투표를 책임지는 곳이다. 평소 식당의 주연이었던 식탁들은 구석으로 밀려났다. 그 자리엔 투표함과 기표소가 설치됐다.

3일 오전 6시께 서울 강서구 화곡제8동 제5투표소. 원래 태권도장이지만 선거 때마다 투표소로 운영된다. 이우중 수습기자


평소 이 식당에서 갈비와 ‘소맥(소주+맥주)’을 즐긴다는 김진태(63) 씨는 “여기서 뉴스를 보며 정치 얘기를 떠들었는데 오늘은 투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건영(46) 씨는 “집 앞이기도 하고 평일 점심엔 5000원 백반도 팔아서 평소에 자주 오는 식당이다”라며 “선거 때마다 식당이 투표소로 변하는 모습은 늘 색다르다”고 했다.

아이들이 뛰어놀며 배우던 태권도장도 이날은 엄숙한 투표소가 됐다. 서울 강서구의 화곡 제8동 제5투표소의 태권도장에 차려졌다. 도장 바닥에는 흠집을 막기 위한 방수 비닐이 덮였고, 거울은 모두 가려져 있었다. 외관은 일반 투표소와 다를 게 없었지만 바닥에 깔린 매트 때문에 걸을 때마다 푹신한 느낌은 숨길 수 없었다.

투표소를 찾은 김모(82) 씨는 “화곡동이 서울에서 낙후된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당선자는 이걸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동차가 사라진 자동차 대리점도 있었다. 이날 경기 부천 심곡본1동 제2투표소는 기아자동차 심곡대리점에 차려졌다. 전시용 차량이 빠진 자리에는 기표소와 투표함 등 투표 시설이 설치됐다. 대리점 외부 유리창도 모두 하얀색 천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3일 오전 7시20분께 경기 부천시 기아자동차 심곡대리점. 대리점의 1층에는 심곡본1동 제2투표소가 마련됐다. 윤승현 수습기자


이날 최창순(70) 씨는 “찍고 싶은 사람 얼른 찍으려고 친구들 데리고 일찌감치 나왔다”며 “물가가 안정되고, 경제가 살아나서 국민 편하게 해 주는 게 제일”이라고 말했다.

가족 단위로 투표소에 나온 유권자들도 있었다. 이날 오전 7시께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1동 제3·4 투표소가 마련된 발산중학교 투표소로 나온 박경식(75) 씨 부부는 새벽 4시부터 눈을 떠 “아침 예배를 드리고 공원 청소 근무까지 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오전 7시30분께 아내, 두 딸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이영달(53) 씨는 “딸들이 같이 투표하자고 약속해서 가족 모두가 투표하러 왔다”며 “일찍 나온 김에 산책도 하고 간만에 가족끼리 다 같이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는 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투표소 1만4288곳에서 치러진다. 사전투표와 달리 지정된 투표소에서 참여해야 한다. 투표소 위치는 각 가정으로 발송된 투표안내문이나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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