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중미 월드컵 ‘초비상 보안체제’ 가동

“39일간 78번의 슈퍼볼 열리는 상황” 

NYNJ Stadium, May 7, 2026, in East Rutherford, N.J
북중미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포드의 NYNJ스타디움[AP=연합]

미국·멕시코·캐나다가 공동 개최하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개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보안 작전에 돌입했다. 48개국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지는 데다 중동 정세 불안, 정치적 폭력 위험, 인공지능(AI) 기반 허위정보 확산 우려까지 겹치면서 보안에 관한한 유례 없는 상황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AP가 전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미국·멕시코·캐나다 3개국, 16개 도시에서 열린다. 참가국은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됐으며 총 경기 수는 104경기에 달한다. 대회 규모와 개최 지역 범위 모두 역대 최대 수준이다. 월드컵 보안 업무를 총괄하는 앤드루 줄리아니 백악관 월드컵 태스크포스(TF) 총괄은 “미국에서 39일 동안 78번의 슈퍼볼이 열리는 것과 같다”며 “보안 측면에서 미국 역사상 이런 여름은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정부 “현재까지 신뢰할 만한 위협은 없어”

미국 정부는 현재까지 월드컵을 겨냥한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위협적인 정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충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변을 둘러싼 정치적 폭력 증가, AI를 활용한 허위정보 유포 가능성 등이 복합적인 위험 요소로 꼽힌다.

이번 대회는 연방정부 보안 등급상 슈퍼볼과 동일한 수준의 특별 경호 체계가 적용된다. 대통령 취임식이나 전당대회 바로 아래 단계의 최고 수준 보안 행사로 분류돼 연방·주·지방 정부 간 공조가 의무적이다.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월드컵 기간 해외에서 약 700만 명이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각국 정상들의 경기 관람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이 경호 업무를 맡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경기장을 방문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웨인 멀린 국토안보부 장관은 최근 의회에서 “현재 위치에 대해 매우 자신감을 갖고 있으며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비밀경호국 인력이 정원보다 약 860명 부족한 상태라면서도 “복잡한 작전이 되겠지만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 FBI, 2년 전부터 준비…합동상황실 운영

연방수사국(FBI)은 약 2년 전부터 월드컵 보안 계획을 수립해왔다. 뉴욕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 연말 타임스스퀘어 볼 드롭 행사 등 대형 이벤트에서 얻은 경험을 반영했으며, 최근 뉴욕 이스라엘 데이 퍼레이드 등을 통해 실전 점검도 마쳤다.

아밋 카치아-파텔 FBI 뉴욕지부 특수요원은 “우리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준비한다”고 말했다. 경기 당일에는 개최 도시마다 연방·주·지방 사법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합동작전센터(Joint Operations Center)가 가동된다.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위협 정보를 수집하고 대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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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보안당국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뉴욕 FBI지부의 월드컵 합동상황실[AP=연합]

●FEMA, 개최도시에 8억7500만 달러 지원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개최 도시들의 보안 비용 지원을 위해 총 6억2500만 달러를 배정했다. 여기에 드론 탐지 및 무력화 시스템 구축을 위해 추가로 2억5000만 달러가 투입된다. 총 지원 규모는 8억7500만 달러(약 1조2000억원)에 이른다.

다만 존 코언 전 DHS 고위관리는 연방정부가 지난해 계획 수립 단계에서 충분히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최 도시들과의 위협 정보 공유 역시 최근에야 본격화됐다고 평가했다.

●최대 위협은 드론…”잠 못 이루게 하는 존재”

보안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위협 중 하나는 드론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이후 드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등에서 핵심 공격 수단으로 활용되며 위협성이 크게 부각됐다.

제시카 티시 뉴욕 경찰청장은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단 하나의 위협이 있다면 드론”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경기장과 팬존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했다. FBI는 침입 드론을 탐지하고 무력화하기 위한 다양한 대응 수단을 준비했다.

실제로 보안 현장에는 ▲그물을 발사해 드론을 포획하는 요격 드론 ▲수상한 물체를 탐지하는 로봇견 ▲대형 이동식 X선 검색 차량 ▲수천 대의 AI 기반 감시 카메라 등이 투입된다.

●AI 가짜영상 대응도 핵심 과제

AI를 활용한 딥페이크 영상과 허위정보 확산 역시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당국은 적대 국가나 조직이 AI 기술을 이용해 폭발 사고나 테러 발생을 조작한 영상을 유포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카치아-파텔 FBI 요원은 “만약 특정 경기장에서 폭발이 발생한 것처럼 보이는 AI 생성 영상이 퍼지더라도 현장 인력이 즉시 사실 여부를 검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월드컵 보안에는 민간 기술기업들도 대거 참여한다.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경찰은 AI 분석기업 페레그린 테크놀로지스와 협력해 경찰 데이터와 공개 정보를 분석, 잠재적 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탐지할 계획이다.

텍사스 댈러스 경찰은 최근 1억2000만 달러 규모의 기술 현대화 사업을 완료했다. 이를 통해 실시간 통역 기능이 탑재된 바디캠을 활용해 해외 방문객들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드론 방어업체 포템(Fortem)은 국토안보부와 수백만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하고 침입 드론에 그물을 발사하는 쿼드콥터 요격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보안이 얘기되지 않는 것이 성공”

줄리아니 TF 총괄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미국의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줄 기회라고 평가했다.그는 “우리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면 월드컵 기간 누구도 보안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이 성공의 기준”이라고 말했다.

AP는 이번 북중미 월드컵이 경기장 안팎의 치안·대테러·사이버 위협 대응 능력을 총동원해야 하는 미국 역사상 가장 복잡한 보안 작전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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