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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그룹 블랙핑크. 제니 인스타그램 갈무리.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블랙핑크 인 유어 에리어(Blackpink in your area)’
선언 같은 노랫말로 네 명의 소녀가 등장한 것은 2016년 8월. 그때만 해도 블랙핑크가 향후 10년간 전 세계 대중음악계의 지형도를 뒤흔들 ‘대형 걸그룹’이 되리라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데뷔 10주년을 맞은 블랙핑크는 지금, ‘시대의 구호’를 만들었고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했다.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블랙핑크가 K-팝 업계에 미친 영향은 상당하다. 블랙핑크는 동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으로 K-팝의 영토를 확장한 것은 물론 K-팝 지형도 자체를 다시 쓴 그룹이다. 블랙핑크는 이른바 ‘롱런 챔피언’이다. 기존 K-팝 음원의 전형적인 소비 수명을 뛰어넘으며 시장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5일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에 따르면, 블랙핑크가 발매한 모든 곡 중 지난 10년간 월간 디지털 차트 톱100에 진입한 곡은 총 20곡이다.
가장 많이 오른 곡은 2017년 발매한 ‘마지막처럼’이었다. 이 곡은 무려 16회나 월간 차트 톱100에 올랐고, 2020년 ‘러브식 걸즈(Lovesick Girls)’는 15회나 100위권에 머물렀다.
김진우 써클차트 데이터저널리스트는 “블랙핑크의 곡들은 발매 당월에만 반짝 흥행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해를 넘겨서도 지속해서 차트에 체류하는 곡들이 다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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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룹 블랙핑크가 27일 오후 2시 미니 3집 ‘데드라인(DEADLINE)’을 발매했다. [YG] |
월간 차트 톱400에 오른 블랙핑크의 음원 중 누적 체류 시간이 가장 긴 상위 10곡은 ‘러브식 걸즈’, ‘하우 유 라이크 댓’, ‘뚜두뚜두’, ‘핑크 베놈’, ‘셧다운’, ‘불장난’, ‘마지막처럼’, ‘포에버 영’, ‘휘파람’, ‘붐바야’ 등 10곡이다. 이들 10곡의 평균 50위권 연속 체류 기간은 29주(약 6.7개월). 일반적인 K-팝 걸그룹의 주력 타이틀곡이 차트 50위권 내에 평균 3~4개월 머무는 반면, 블랙핑크의 음원 수명은 기존 걸그룹 대비 약 2배에 육박한다.
특히 2020년 발표작 ‘러브식 걸즈’는 55주 연속으로 50위 권내를 지키며 독보적인 생명력을 증명했다. 2016년 ‘휘파람’, 2018년 ‘뚜두뚜두’, 2020년 ‘하우 유 라이크 댓’ 등 발표 연도 때마다 월간 차트 1위에 올랐다. 블랙핑크의 지난 10년간 연간차트 최고 성적은 2018년 5위(뚜두뚜두 (DDU-DU DDU-DU)다.
디지털 차트에서의 압도적인 롱런이 대중성의 지표라면, 피지컬 음반의 판매량은 팬덤의 결속력과 상업적 실구매력을 측정하는 척도다. 블랙핑크의 피지컬 음반 기록은 K-팝 여성 아티스트의 한계를 깨부쉈다.
연도별 피지컬 음반 판매 추이를 보면, 정규 2집 ‘본 핑크(BORN PINK)’가 출시된 2022년에 연간 기준 가장 높은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앨범은 키트(Kit)와 LP 버전을 합산해 누적 약 3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블랙핑크 역대 단일 음반 중 최고 누적 판매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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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핑크, 유튜브 구독자 1억명 돌파 [유튜브 제공] |
올 2월 27일 발매된 미니 3집 ‘데드라인(DEADLINE)’은 컴백 당일부터 시장의 판도를 다시 한번 뒤집었다.
데뷔 10주년을 기점으로 나온 이 앨범을 통해 블랙핑크의 음악적 정체성은 ‘YG 공식’이라 불리던 전형적인 문법으로부터 과감한 진화를 선택했다. 과거 테디(Teddy) 1인 프로듀싱 체제에서 굳어졌던 ‘EDM-트랩(Trap) 기반의 직관적인 클라이맥스 훅, 비장한 걸크러시’ 구조는 미니 3집 ‘데드라인’에 이르러 글로벌 팝 트렌드와 유기적으로 결합했다.
자신들의 가장 강력한 사운드 이정표이자 소리 브랜딩인 ‘블랙핑크 인 유어 에리어’를 상징적으로 남겨두면서도, 그 위에 하드스타일 테크노, 신스팝, 레트로 힙합 등 이질적인 장르를 얹어 사운드의 세련미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이 앨범은 컴백 당일 한터차트 기준 128만7614장을 팔아 치웠다. K-팝 걸그룹 사상 최초로 발매 첫날 100만 장 돌파의 신기원을 세웠다. 일주일간의 판매량은 177만4577장. 종전 에스파의 ‘마이 월드(My World)’가 세운 169만 장 기록을 경신, K-팝 걸그룹 역대 초동 1위에 올랐다. 4월 기준으로는 199만589장(써클차트 집계)이 팔렸다. 블랙핑크 브랜드가 지닌 여전한 상업적 파괴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블랙핑크 음반 판매량 3위는 180만6928장을 팔아치운 ‘디 앨범(THE ALBUM)’이다. 2020년 발매한 첫 정규앨범이다. 이어 2019년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가 85만5873장, ‘스퀘어 업(SQUARE UP)’이 62만8617장 등이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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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핑크 일본 도쿄돔에서 월드투어 ‘데드라인’(DEADLINE) [YG엔터테인먼트 제공] |
블랙핑크의 글로벌 지배력을 언급하며 빼놓을 수 없는 지표는 미국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의 성적이다. 블랙핑크가 해외 차트에서 두각을 보일 때쯤 나타난 변화는 노랫말에서 영어 비중이 늘었다는 점이다.
김진우 데이터저널리스트는 “2019년을 기점으로 영어 가사의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가 확인된다”며 “이는 블랙핑크의 본격적인 글로벌 활동과 맞물려 북미나 유럽 같은 주류 팝시장과 블랙핑크가 동기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변화”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9년 미니 2집 ‘킬 디스 러브’는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24위로 데뷔했다. 블랙핑크의 이 차트 첫 입성이다. 이를 시작으로, 2020년 정규 1집 ‘디 앨범’이 2위를 기록하며 정상을 조준했다.
마침내 2022년 정규 2집 ‘본 핑크’가 1위에 오르며 K-팝 여성 그룹 역사상 최초의 이정표를 세웠다. 전 세계 걸그룹을 통틀어서도 2008년 이후 14년 만에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대(大)위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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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블랙핑크의 런던 웸블리공연 |
이 시기를 기점으로 K-팝에서 소위 ‘돈 벌어주는 팬덤은 보이그룹에게 있다’는 공식이 완전히 깨지게 됐다. 최근 ‘데드라인’ 역시 이 차트 8위로 데뷔, 통산 5번째 빌보드 톱10 진입 앨범을 보유하게 됐다.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의 지배력은 더욱 정교하다. 2018년 ‘뚜두뚜두’(55위)를 시작으로 두아 리파와의 협업곡 ‘키스 앤드 메이크 업(Kiss and Make Up)’(93위), 셀레나 고메즈와의 협업곡 ‘아이스크림(Ice Cream)’(13위)을 지나, 2025년 ‘뛰어(JUMP)’가 28위, 2026년 ‘고(GO)’가 63위로 진입했다.
블랙핑크는 ‘핫 100’ 차트에 통산 11곡을 진입시키며 케이팝 여성 아티스트 중 최다 진입 기록을 완전히 새로 수립했다. 스트리밍 중심의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에서는 ‘뛰어(JUMP)’가 발매 첫 주 1위를 차지하며 그룹 통산 3번째 글로벌 정상 깃발을 꽂았다.
깐깐하고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도 블랙핑크는 전무후무한 발자취를 남겼다. 오피셜 앨범 차트에서 ‘본 핑크’로 1위를 차지하며 K-팝 여성 그룹 최초의 영예를 안았다. 신보 ‘데드라인(DEADLINE)’ 11위에 진입, 통산 4번째 차트인 음반을 기록했다. 오피셜 싱글 차트에서는 ‘뛰어(JUMP)’가 최고 18위, ‘고’가 44위로 진입하며 통산 12번째 진입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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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핑크가 12일(현지시간) 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캡처] |
블랙핑크가 구축한 글로벌 팬덤의 결속력은 스타디움 투어를 통해 천문학적인 경제적 부가가치로 치환됐다.
2022~2023년까지 이어진 ‘본 핑크 월드 투어(BORN PINK World Tour)’는 총 66회 공연을 통해 총 181만5183명의 관객을 모았다. 미국 투어 박스오피스 집계 전문 매체인 투어링 데이터에 따르면, 총 박스오피스 매출은 무려 3억3180만 달러(한화 약 4500억 원)다. 전 세계 여성 그룹 역사상 가장 높은 월드 투어 총매출액이자, 아시아 아티스트 및 전 세계 보컬 그룹을 통틀어 역대 1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특히 2023년 8월 1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Allegiant Stadium)에선 단 한 회 공연만으로 1142만9130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당시로서는 전 세계 그룹의 단일 공연 매출 중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다만 이 기록은 최근 방탄소년단이 ‘아리랑’ 월드투어에서 회당 평균 1210만 달러(한화 약 182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며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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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핑크가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
2025~2026년 ‘데드라인’ 월드투어는 지난해 7월 5일 한국 고양종합운동장을 시작으로 미국 소파이 스타디움(SoFi Stadium),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Wembley Stadium), 프랑스 스타드 드 프랑스를 거쳐 2026년 1월 26일 홍콩 카이탁 스타디움까지 전 세계 33곳의 핵심 랜드마크 스타디움을 6개월 만에 정복했다.
전문가들은 블랙핑크가 데뷔 초기 국내 대중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후 글로벌 팬덤의 화력을 결합해 해외 시장을 동시 공략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가장 완벽하게 수행해 낸 아티스트’라고 입을 모은다.
김진우 데이터저널리스트는 “블랙핑크가 글로벌 음악 시장의 주요 아티스트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기반은, 2020년 이전 국내 시장에서 이미 견고하게 다져진 성과에 기반한 것”이라며 “블랙핑크는 국내외 차트의 경계를 무너뜨린 ‘글로벌 K-팝’의 표준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블랙핑크의 기록은 이들의 영향을 받아 데뷔한 기존 걸그룹과 향후 등장할 차세대 K-팝 그룹들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이자 하나의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