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적당히들 하입시다”…BTS 공연 앞두고 시험대 오른 부산관광 [트래블ON]

최근 얌체 숙박업소 사기죄 조사
수치로 증명된 막대한 경제 효과
폭리 숙박업소 등이 지역관광 발목
BTS 멤버들도 숙박비 폭리 우려
“민간 주체 자율 정화 노력 절실”

부산 광안대교 야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헤럴드경제=김명상 기자] 부산이 6월 방탄소년단(BTS) 공연이라는 초대형 관광 특수를 앞두고 ‘기회와 신뢰’ 사이의 시험대에 올랐다. 폭발적인 수요가 ‘BTS노믹스’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일부 숙박업소가 얌체 영업 행위로 부산의 도시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있어서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밀려들고 있는 부산의 관광 경쟁력이 중요한 분수령에 놓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BTS 공연을 앞두고 벌어진 일부 업주의 부적절한 폭리 행위는 결국 수사선상에 올랐다. 지난 2일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BTS 부산 공연을 앞두고 기존 예약을 취소한 뒤 높은 가격에 객실을 다시 판매한 의혹이 있는 숙박업소 1곳을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업소는 지난 1월 9만 원대에 예약된 객실을 지난달 ‘오버부킹(중복 예약)’을 이유로 돌연 취소한 뒤, 동일한 객실의 가격을 약 70만 원으로 올려 재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예약 취소 사유가 허위로 드러날 경우 사기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광화문 공연에 모인 인파 [연합뉴스 제공]

이 같은 논란은 BTS의 인기에 따른 글로벌 방한 수요가 폭발하면서 촉발됐다. 오는 6월 12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BTS의 ‘월드투어 아리랑 인 부산’ 콘서트는 발표 직후부터 시장을 뒤흔들었다.

호텔스닷컴 조사에 따르면, 투어 계획 발표 후 48시간 동안 해외에서 서울로 향하는 여행 검색량은 전주 대비 155% 증가한 반면, 부산 검색량은 2375% 급증했다. 일본발 부산 숙소 검색량 역시 전주 대비 100배 이상 폭증했다.

수요 폭발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 이른바 ‘BTS노믹스’는 이미 앞선 사례들을 통해 수치로 입증됐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광화문 컴백 라이브 공연을 찾은 외국인은 평균 8.7일을 체류하며 1인당 353만 원을 소비했다. 이는 올해 1분기 방한 외국인의 평균 체류일(6.1일)보다 43%, 평균 지출액(245만 원)보다 44% 많은 수치다. 지난 4월 고양 공연 기간에도 3일간 일산 대화동 일대의 외국인 방문객 수는 35배, 카드 소비액은 38배가 늘었다.

용두산공원 조형물 [한국관광공사 제공]

부산 역시 이 같은 유무형의 성과를 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그러나 일부 숙박업소의 단기적인 폭리 행태는 막대한 경제적 기회는 물론 도시 이미지마저 갉아먹고 있다.

지난 2월 부산시와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부 업소는 공연 주간 객실 요금을 평소보다 평균 2.4배, 최대 7.5배까지 올렸다. 심지어 공연 일정이 확정된 뒤 30만 원에 확정한 기존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같은 객실을 150만 원에 다시 내놓은 사례도 나왔다.

방탄소년단(BTS)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공연하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논란이 커지자 최근 BTS 멤버들도 숙박비 급등 문제를 언급하며 우려했다. 리더 RM은 지난달 26일 위버스 라이브 방송에서 “부산 숙박 문제로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좀 적당히들 하입시다. 진짜로”라며 부산 숙박업소 관계자들을 향해 목소리를 냈다.

단기 수익을 노린 시장 왜곡은 즉각적인 역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팬덤 사이에서는 숙박을 포기하고 공연 직후 이동하는 ‘무박 챌린지’가 확산되고 있으며, 부산 내 소비를 줄이자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대규모 관광 수요가 지역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고 이탈하는 ‘역효과’가 현실화되는 양상이며, 이는 지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최 준비 현황 보고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정부와 지자체는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준비현황 보고회에서 “부산이 이번에 방탄소년단 공연과 관련한 숙박비 바가지 때문에 이미지가 많이 안 좋아지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며 부당한 예약 취소 및 재판매 행위에 대해 강력한 제재 조치를 주문했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9일 관계 기관과 함께 숙박업소의 불법·과다요금 예방을 위한 1차 특별 현장 점검을 벌여 가격표시제 이행 여부를 집중 단속했다. 이어 6월 8일과 9일에는 2·3차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한국관광공사 역시 오는 8일 부산 서면 일대에서 공정 가격 정착을 위한 합동 캠페인을 열 예정이다.

지자체의 공급 확대 노력도 이어졌다. 부산시는 유스호스텔 등을 활용해 840명 규모의 저가 숙박 시설을 확보했고, 불교문화사업단은 범어사와 통도사 등 사찰 템플스테이를 개방했다.

해운대블루라인파크 [한국관광공사 제공]

다만 이것만으로 폭증한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한정된 단속 인력을 감안할 때 원천적인 해결이 어렵다며, 민간 영역의 자율적인 정화와 인식 변화가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단속과 행정 규제보다 시장 주체들의 장기적인 신뢰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BTS의 부산 공연은 외래 관광객 유입을 늘리고 부산의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형성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정부 기관은 법에 근거할 수밖에 없어 단속 시 움직임과 속도가 떨어지므로 지역 관광협회, 상인협회 등 민간 주체들이 스스로 협력하고 정화 노력을 해야만 메가 이벤트의 효과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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