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만 좋은 한국경제…현대硏 “K자형 양극화 심화”

성장률 1.7%·수출 53% 증가에도 소비·건설·청년고용 부진
“고용 없는 회복 우려…포스트 반도체 성장동력 확보해야”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1.7%를 기록하며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반도체 수출 호황에 가려진 내수 침체와 청년고용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성장률과 수출 등 총량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경제 주체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냉랭한 ‘K자형 경제(K-shaped Economy)’가 진행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8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2026년 2분기)’ 보고서를 통해 “성공적인 총량지표에 가려진 K자형 경제 심화를 경계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에 힘입어 경기 회복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7%를 기록하며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0.2%)에서 반등했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건설투자 등이 모두 증가한 가운데 수출이 전기 대비 5.1% 급증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하지만 경제 회복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연구원의 지적이다.

실제 4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3.6% 감소했고, 국내 승용차 판매 감소 등의 영향으로 내구재 소비 증가율도 3월 15.2%에서 4월 1.6%로 급격히 둔화됐다. 고유가 충격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가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경기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건설기성액은 지난해 5월 이후 24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다만 건설수주액은 6개월 연속 증가하며 향후 경기 반등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5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3.2% 증가했고, 반도체 수출은 169.4% 급증했다. 미국(59.1%)과 중국(80.9%) 수출도 크게 늘었다. 연구원은 총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1년 전 약 24%에서 최근 42% 수준까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경기 회복의 지속 가능성도 반도체 업황에 좌우된다는 점이다. 연구원은 “현재 경기 회복을 선도하는 부문이 수출이고, 수출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 업황 호조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라며 “글로벌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예상보다 빨리 종료될 경우 현재의 경기 회복세도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용시장도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4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7만4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제조업 취업자는 5만5000명, 건설업 취업자는 8000명 각각 감소했다. 특히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4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연구원은 이를 두고 “고용 없는 회복(Jobless Recovery)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가 역시 불안 요인으로 꼽혔다.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 영향으로 4월 수입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0.2% 상승했고,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6.9%를 기록했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1%로 26개월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향후 경제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고유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 고착화 ▷추가경정예산의 내수 진작 효과 ▷반도체 시장의 수급 불확실성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성공적인 총량지표에 가려진 K자형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추경의 경기 안정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반도체 중심의 경기 회복에 안주하지 말고 포스트 반도체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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