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사과가 실종된 교실…아이들은 ‘학폭 소송 기계’가 됐다[생존게임이 된 학폭①]

생존게임이 된 학폭①-프롤로그

[기획 의도]
학교폭력 엄벌주의가 교실을 비정한 ‘생존 게임’으로 밀어 넣었다. 사소한 다툼도 무조건 학폭위로 던져지면서 심의는 폭증했지만 정작 ‘학교폭력 아님’ 처분만 쏟아지며 교실의 자정 기능은 마비됐다. 입시 감점을 피하려는 어른들의 소송 대리전 속에서 아이들은 사과와 화해 대신 약점을 수집했다. 피해자 보호라는 본질을 잃고 사법화의 늪에 빠진 학폭 제도의 구조적 모순을 학부모·변호사·교사·학생 4개의 엇갈린 시각으로 입체적으로 조명 한다.

학교폭력제도에 힘들어하는 학생의 모습. [챗GPT로 제작]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친구끼리 화해하려 해도 부모님이 변호사부터 불러요. 당하기만 하면 손해라 무조건 맞신고부터 해야 한대요.”

대한민국 교실에서 ‘미안해’라는 말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변호사의 명함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라는 절차다. 학교폭력을 뿌리 뽑겠다며 도입된 엄벌주의와 입시 페널티 강화가 역설적으로 교실을 각자도생의 ‘생존게임’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이 2026년 교실의 현실이다.

현장의 지표는 이같은 현실을 보여준다. 정성국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4년간 학교폭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학교급별 학교폭력 사안접수는 2021년 4만4444건에서 2024년 5만8502건으로 폭증했다.

특히 2024년 학교폭력심의위원회 전체 심의 건수 3만667건 가운데 “나도 당했다”며 맞대응한 ‘쌍방 심의 건수’만 5464건(17.8%)에 달한다.

무분별한 소모전이 펼쳐지면서 심의에 올라가고도 정작 ‘학교폭력 아님’으로 결론 난 사건은 2021년 1669건에서 2024년 5246건으로 3배 이상 뛰었다.

서류 더미 속에서 행정력이 낭비되는 사이 정작 보호받아야 할 ‘진짜 피해자’들은 아무런 구제도 받지 못한 채 방치(미조치 8444건)되고 있다.

학교폭력 주요 지표 추이

문제는 제도가 낳은 맹점이 어른들의 욕망과 결합해 거대한 ‘학폭 비즈니스’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대입 정시·수시에서 학폭 기록이 감점으로 작용하자 학부모들은 내 아이의 생기부(생활기록부)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수백만원~수천만원을 들여 로펌을 찾는다.

변호사들은 처분 취소와 시간 끌기를 위한 맞학폭을 표준 매뉴얼로 제안한다. 아동학대 피소와 악성 민원에 지친 교사들은 사실관계 중재를 포기한 채 기계적으로 사건을 교육청으로 전하는 절차 안내자로 전락했다.

이같은 소송 대리전 속에서 교우 관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증거 수집의 전쟁터로 변했다. 아이들은 잘못을 반성하는 대신 법망을 피하는 법을 배우고 화해하는 법 대신 서로의 약점을 수집하는 괴물이 됐다.

헤럴드경제는 교육적 해결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사법화의 늪에 빠진 현행 학교폭력 대응 체계의 구조적 모순을 학부모·변호사·교사·학생이라는 4개의 엇갈린 시선을 교차 분석해 붕괴된 교실의 민낯을 관찰하고 징벌을 넘어선 진정한 관계 회복의 길은 어디에 있는지 모색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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