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광주시립발레단 신임 예술감독에 조가영…“발레 문턱 낮출 것”

무용수로 입단해 예술감독까지
‘현장파 리더’이자 발레단 정통파


조가영 광주시립발레단 신임 예술감독 [광주시립발레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창단 50주년을 맞은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 겸 단장에 조가영(53) 부예술감독이 임명됐다. 임기는 2028년까지다.

17일 광주시립발레단과 무용계에 따르면, 조가영 예술감독이 최근 발레단의 제8대 예술감독으로 취임했다. 광주시립발레단은 지난 1월 박경숙 예술감독의 퇴임 이후 공석이었다.

조가영 신임 예술감독 겸 단장은 1991년 광주시립발레단에 입단, 무용수로 시작해 지도위원과 부예술감독을 거쳐 예술감독 자리에 올랐다. 외부 수혈이 아닌 단체 내부에서 한 단계씩 거쳐 수장 자리에 오른 이력은 광주시립발레단의 정통성이자, ‘현장파 리더’의 탄생을 의미한다. 무용수의 고충과 행정 실무를 두루 체득한 만큼, 조직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단원들과 깊은 정서적 교감을 바탕으로 유기적인 혁신을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다.

조 감독은 헤럴드경제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스무 살에 무용수로 입단한 광주시립발레단은 예술적 고향”이라며 “어깨가 무겁지만 단원들이 마음껏 즐겁게 춤출 수 있는 무대를 넓히는 데 일조하겠다”고 취임 소회를 들려줬다.

광주시립발레단 ‘해적’ [광주시립발레단 제공]


조 감독은 앞서 박경숙, 최태지 전 예술감독이 닦아놓은 클래식 발레의 명작 레퍼토리를 계승하면서도,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과 대중의 호흡에 맞춘 ‘동시대적 변주’를 예고했다.

그는 “최근 무대 올린 ‘해적’이나 ‘잠자는 숲속의 미녀’ 같은 전막 발레는 2시간 30분에 달해, 대중적인 문턱이 높다”며 “미디어 ‘쇼츠(Shorts) 시대’인 만큼, 오래 앉아 발레를 보기 힘들어하는 현대인의 취향에 맞춰 작품을 1시간 20분~2시간 내외로 밀도 높게 압축하고, 애니메이션과 해설을 결합(‘잠자는 숲속의 미녀’)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발레를 만들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신임 예술감독이 그리는 청사진은 극장의 경계를 넘어선다. 광주예술의전당 내 국악관현악단, 창극단 등 8개 예술단체와의 전방위적 융복합 협업을 통해 독창적인 신작을 기획하는 한편, 광주·전남 전역의 문화 소외 지역을 직접 찾아가 발레의 물꼬를 트겠다는 구상이다. 조 감독은 “정기공연 한두 편에 그치지 않고, 춤을 추고 싶어 광주까지 내려온 단원들에게 더 많은 무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시립발레단은 지역 극장으로서는 이례적인 ‘신화’를 쓰고 있는 단체다.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 1800석의 3회 차 공연이 매번 매진 행렬을 기록하며 탄탄한 발레 관객층을 만들어가고 있다. 겨울 시즌 ‘호두까기 인형’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마감됐고, 최근 대한민국 발레 축제에서 올린 ‘해적’은 축제 프로그램 중 가장 먼저 전석 매진을 기록한 공연이다.

조 감독은 “단원들의 실력과 진정성, 50년의 역사를 무기로 광주시립발레단만의 브랜드를 확고히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조 감독은 조선대학교를 졸업,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석사, 한양대 대학원에서 무용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스무 살이던 1991년 광주시립발레단에 무용수로 입단해 2003년까지 현장 경험을 쌓았으며, 결혼과 출산으로 잠시 발레단을 떠났다. 이후 광주여대 외래교수(2007~2022년)와 민간 그린발레단 대표 등을 거쳤다. 2022년 광주시립발레단으로 돌아와 약 4년간 최태지·박경숙 전임 감독 체제하에서 지도위원 및 부예술감독 실무를 총괄하며 발레단의 내실을 다져왔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