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2261조…글로벌 자금 쏠림현상 가속화
IPO기업 실적 부진시 세계 증시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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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12일(현지시간) 기업공개(IPO) 이후 단숨에 글로벌 시가총액 5위로 뛰어올랐다. 주당 135달러로 시작된 공모가는 상장일 이후 3거래일 만에 약 60% 급등하며 장중 220달러를 넘기도 했다.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서학개미)도 스페이스X 열풍에 뛰어들었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서학개미가 순매수한 스페이스X 주식은 11억4280만달러(1조7422억원)로 10억달러를 넘었다. 서학개미들은 상장 첫날 1조원 이상의 주식을 사들인 데 이어 둘째 날에도 5000억원 이상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스페이스X를 시작으로 오픈AI·앤트로픽 등 초대형 인공지능(AI) 기업이 줄줄이 상장을 예고하면서 ‘메가 IPO’가 글로벌 유동성 블랙홀이 될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스페이스X·오픈AI·앤트로픽이 조달할 자금 규모만 합쳐도 2021년 역대 최대 IPO 자금조달액인 1560억달러(약 237조6660억원)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3개사의 IPO만으로 미국 거래소에 약 4조달러(약 6237조원)의 시가총액이 새로 유입되는 셈이다. 그러나 상장후 이들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미국 증시 전반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잭팟’ 터뜨린 스페이스X…시총, 한때 아마존·MS 넘어 세계 4위=스페이스X는 상장 첫날 SPCX라는 종목명을 달고 조달 금액과 기업 가치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스페이스X는 이날 클래스A 보통주(구주) 약 5억5000만주를 주당 135달러에 매각해 750억달러(약 114조원)를 조달했다. 상장 시점 기업 가치는 1조7700억달러(약 2691조원)로 평가받았다. 이는 2019년 294억달러를 공모해 1조7000억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를 뛰어넘은 기록이다. 이번 공모에는 목표액의 네 배인 2500억달러의 투자 수요가 몰리기도 했다.
주가도 상장 이후 3거래일 연속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가다 17일 하락 전환했다. 스페이스X의 주가는 16일 장중 220달러를 넘기며 공모가였던 135달러 대비 62% 이상 뛰어오른 가격에서 거래됐다. 이는 아마존이 5년에 걸쳐 이뤄낸 상승률인 45%를 훌쩍 넘기는 수치다. 다만 17일 뉴욕증시에선 상장 이후 처음으로 4.95%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스페이스X의 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시총은 2조9400억달러(약 4435조원)까지 불어났다. 장중 한때는 아마존(2조6700억달러)과 마이크로소프트(2조9200억달러)를 제치며 시총 4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스페이스X가 뉴욕증시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하면서 신규자금 조달액도 증가했다. 스페이스X의 IPO 공동주관사들이 추가 물량 배정 옵션(그린슈)을 행사, 이번 상장을 통한 신규자금 조달액이 총 857억달러(약 130조원)로 늘었다. 그린슈 옵션이라고도 불리는 추가 배정 옵션은 미국에서 대규모 기업 상장 시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제도다. 이 옵션은 거래 시작 후 주가의 급격한 변동을 억제하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앞서 스페이스X는 상장 당시 공모가를 주당 135달러로 최종 확정하고 보통주(A주) 5억5556만주를 매각해 750억달러(약 113조원)를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후 상장 주관사들이 추가 배정 옵션을 행사하면서 최종 발행주식 수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6억3889만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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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적자였던 스페이스X…미래가치에 투자자 몰려=스페이스X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매출 186억7000만달러(약 25조원) 수준을 기록했다. 영업손실 25억9000만달러(약 4조원), 순손실 49억4000만달러(약 7조6000억원)로 적자를 봤다.
그럼에도 스페이스X 상장이 세기의 관심을 받는 배경에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있다. 아직 괄목할 수준의 매출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향후 스페이스X가 진행하는 사업이 ‘잭팟’을 터뜨릴 것이라는 전망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주력 로켓 팰컨9을 165회 쏴 올리는 등 로켓발사 시장에선 각종 최초 타이틀을 보유하며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는 글로벌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운용 위성은 약 9600기로 전 세계 기동 가능한 위성의 75%를 차지하며 164개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가입자는 2024년 440만 명에서 올해 1분기 말 1030만 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머스크는 AI 연산용 칩을 실은 위성 최대 100만기를 띄워 궤도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내놓았다. 우주 궤도 AI 데이터센터의 위성을 상시 태양광으로 구동하며 연간 100기가와트(GW)의 AI 연산 용량을 더하겠다는 구상이다.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량을 지구에서 충당한다는 기존 관념을 뛰어넘은 발상인 셈이다.
이에 따라 스페이스X는 IPO를 앞두고 우주발사와 위성통신, 인공지능(AI)을 하나로 묶는 ‘수직통합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내세웠다. 우주발사가 스타링크를 떠받치고 스타링크가 회사 전체를 먹여 살리며 AI가 미래 성장을 노리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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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이스X 상장으로 글로벌 자금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가운데 오픈AI와 앤트로픽이 메가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미국 텍사스주 스타베이스에 위치한 스페이스X 로켓 공장. [로이터] |
▶스페이스X IPO ‘머스크 제국’의 서막=특히 이번 스페이스X의 IPO는 ‘머스크 제국’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스타트업 xAI와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CEO인 머스크가 스페이스X의 성공적인 IPO를 발판으로 자신이 이끄는 기업들을 하나의 사업 생태계로 묶을 수 있을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시점이다.
현재 머스크가 이끄는 기업들은 ▷스페이스X ▷테슬라 ▷xAI ▷엑스(X·옛 트위터) ▷뉴럴링크 ▷보링컴퍼니로 총 6개다. 이들 기업의 시총은 3조달러를 넘는 수준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에 근접할 정도다.
실제로 머스크는 2월 2일 스페이스X가 xAI를 인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기업가치 약 1조2500억달러(약 1820조원)에 달하는 거대 기업이 탄생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 시장에선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합병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야후파이낸스는 머스크가 최근 두 회사의 합병 방안을 논의했으며, 테슬라 내부에서도 장기적으로 두 회사 간 합병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머스크가 자신의 기업들을 한데 묶는 작업에 돌입하는 배경에는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합병 구조를 설계하려는데 있다. 미 CNBC방송은 스페이스X와 xAI가 합병한데에는 xAI의 자금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했다. 총 기업가치가 약 1800조원에 달하는 두 회사를 묶어 AI 개발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란 의미다.
▶오픈AI, 비공개 IPO 신청…기업 상장 ‘박차’=스페이스X 뒤를 이어 IPO를 준비하는 거대 AI 기업으로는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있다.이미 스페이스X의 상장은 생성형 AI 기업의 시장 가치를 가늠하는 첫 기준이 됐다는 점에서 오픈AI와 앤트로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픈AI의 경우 2022년 챗GPT 출시로 ‘질문에 대답’하는 대화형 AI 챗봇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증시에 스페이스X 못지않은 거대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챗GPT의 사용자는 10억명을 육박하고 있다. 전 세계 인구가 80여억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8명 중 1명은 챗GPT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오픈AI는 3월 기업가치 8520억달러(약 1170조원)를 인정받아 투자자들로부터 1220억달러(약 167조원)를 조달했다. 회사는 2030년까지 AI 인프라에 약 6000억달러(약 824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또 경쟁사 앤트로픽 등에 대응하기 위해 챗GPT를 종합적인 슈퍼앱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대대적인 플랫폼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같은 변화가 수익성이 높은 기업 고객들을 확보하고 앤트로픽과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데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려는 개편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챗GPT가 전 세계적인 AI 열풍을 일으킨 주역인 만큼, 오픈AI의 상장이 미 증시에 불러일으킬 기대감도 크다. 앞서 오픈AI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오픈AI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와 이르면 올가을 상장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울트먼 최고경영자(CEO)이 오픈AI의 상장시기를 “다음해 안(within the next year)”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상장 시기에 대한 선택지를 조금 더 열어뒀다.
올트먼은 “그 기간 안에 여러 요인으로 인해 더 빨리 혹은 더 늦을 수 있지만 지금 상장 신청서를 제출함으로써 만일 우리가 상장을 앞당기고 싶을 때 선택권을 갖게 된다”며 “(AI가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개선될 수 있는) ‘재귀적 자기 개선(RSI·recursive self-improvement)’ 도달이 빨라질수록 기업공개(IPO)를 미루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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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 모습. [로이터] |
▶기업가치 상향·슈퍼앱 출시…오픈AI·앤트로픽, IPO 선점 경쟁=오픈AI가 AI 붐을 촉발한 주역으로 평가받지만, 최근 앤트로픽의 급성장과 해당 기업의 AI 모델 클로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오픈AI가 AI 경쟁에서 추격당하는 입장에 놓였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앞서 앤트로픽은 지난달 650억달러 규모 신규 투자를 유치해 기업가치 9650억달러(약 1460조원)를 인정받았다. 지난 3월 8520억달러로 평가된 오픈AI를 앞지른 것이다. 이는 앤트로픽의 전매특허 AI 모델인 ‘클로드’가 챗GPT에 압도하는 성능을 지녀 호평을 받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앤트로픽은 이에 그치치 않고 그간 공개를 미뤄왔던 최상위급 ‘미토스’ 수준의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 페이블5’와 보안 특화 모델 ‘클로드 미토스5’를 출시했다. 사실상 같은 모델이지만, 페이블5는 악용 위험이 큰 분야에 안전 장치를 건 것이 특징이다.
특히 해당 모델들은 두 달 전 공개했던 ‘미토스 미리보기’보다도 더 뛰어난 성능지표(벤치마크)를 기록했다. 사이버보안 관련 능력을 측정하는 ‘익스플로잇벤치’ 평가에서 미토스5는 78%의 점수를 받아 34%에 머무른 오픈AI의 GPT-5.5나 40% 수준인 자사 오퍼스4.8은 물론 미토스 미리보기(69%)보다도 높은 성능을 내보였다.
특히 앤트로픽은 오픈AI가 IPO 비공개 신청서를 제출하기 일주일 전인 지난 1일 SEC에 상장 신청서를 비공개로 제출했다. 업계에선 오픈AI와 앤트로픽이 회사가 서로를 의식한 듯 투자자 대상 정보 공개를 서두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상장 시기가 뒤로 밀릴 경우 투자 자금 유치에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자본이 고갈되기 전에 상장하고자 양사가 경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픈AI가 최근 플랫폼 개편을 추진하는 것 역시 앤트로픽이 오픈AI를 능가하는 기업가치 평가를 받은 데 이어 미국 상장 절차 착수도 오픈AI보다 앞서나간 것이 영향을 미친다.
투자은행 D.A.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분석가는 “앤트로픽이 오픈AI보다 먼저 공개 시장에 진입하려는 다른 이유는 최첨단 AI 모델의 재무 보고 기준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함으로써 기준을 자사에 유리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거대 기업들이 올해 연달아 상장할 경우 투자자 자금의 대규모 재배치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 주식 시장은 20년 넘게 지속된 ‘주식 공급 부족’ 상태를 벗어날 전망이 나온다.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향후 2년 동안 IPO, 유상증자, 기타 주식 매각 등을 통해 미국 증시에 추가될 물량이 1조5000억달러(약 226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이 같은 거대 AI 기업들이 상장 이후 매출 부진을 겪는다면 미국 주요 지수인 나스닥100이나 S&P500지수 전체를 끌어내리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플로리다대 제이 리터 교수의 연구를 인용해 “매출의 40배 이상으로 평가된 상장사는 3년간 시장 대비 58%포인트 저조한 성과를 냈다”고 짚었다. 김영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