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자금 해제도 안먹혔다”…꿈쩍 안한 이란, 호르무즈 통행료 고수

미, 60억달러 우선 해제 카드 제시

이란 “호르무즈는 우리가 통제” 강경

오만, ‘자발적 기부금’ 절충안도 진전 없어

해협 통항량 일주일 새 75척→43척 급감

호르무즈 해협[AP]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이 이란에 해외 동결자금 일부를 먼저 풀어주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 방침을 고수하면서 종전 후속 협상이 교착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해상 물류 차질도 계속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이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한 간접 실무협상에서 미국이 이란의 통행료 계획 철회를 조건으로 동결자금 일부를 우선 해제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이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중재국을 통해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주장을 철회하고 통행료 부과 계획을 포기하면 해외에 동결된 자금 가운데 수십억달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제안을 전달했다.

미국은 앞서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전 세계에 동결된 이란 자금 약 1000억달러 가운데 카타르에 있는 60억달러를 인도주의 물품 구매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우선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계속 주장하면서 관련 논의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란은 공개적으로도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실무협상을 이끈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은 도하 회담을 마친 뒤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이 아니라 이란의 지휘 아래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군을 총괄하는 하탐 알 안비야 중앙사령부도 성명을 통해 “지정된 항로를 벗어나거나 항행 규정을 위반하는 선박은 즉각적이고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종전 MOU에 따라 현재 60일간은 통행료를 면제하지만 이후에는 해상 안전 서비스 명목의 이용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이란이 연간 최대 400억달러(약 55조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오만은 새로운 절충안도 제시했다.

오만은 해협을 이용하는 선박에 의무적으로 통행료를 부과하는 대신 석유회사와 해운회사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조성해 해상 안전 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란은 의무적인 수수료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 방안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런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북아프리카 국장은 “이란은 자신들의 조건에 맞춰 해협을 개방하려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확보한 협상력을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도 오만의 제안이 결과적으로는 이란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우회적인 통행료 체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교착은 해상 물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일 기준 하루 43척으로 일주일 전 75척에서 크게 줄었다. 전쟁 이전에는 하루 100척 이상이 이 해협을 이용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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