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협상대표단 암살 계획”…미국이 이스라엘 말렸다

NYT, 미·중동 전현직 당국자 인용 보도
이란 갈리바프 의장·아라그치 외무장관 표적
미국이 중재국 통해 이란측에 정보 전달·이스라엘에 자제 요청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9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을 갖고,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둘은 이번 이란 공습에서 이란의 핵 개발 저지를 명분으로 내세웠다.[AP]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이스라엘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이란 협상 대표단 암살을 추진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미국은 협상 결렬과 확전 가능성을 우려해 이스라엘에 자제를 요청하고, 중재국을 통해 이란 측에도 경고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중동 지역 전·현직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지난 4월 이란 협상 대표단 핵심 인사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을 암살 대상으로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갈리바프 의장과 아라그치 장관은 미국과의 종전 협상을 이끄는 핵심 대표단이다. 두 사람은 그동안 이스라엘의 연이은 암살 작전에서도 살아남은 이란 최고위급 인사로 꼽힌다.

미국은 특히 종전 협상이 본격화한 상황에서 협상 대표단이 공격받을 경우 협상이 즉각 중단되고 군사 충돌이 다시 격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은 당시 중동 내 우방국들에 이스라엘의 암살 시도 가능성을 이란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은 이미 전쟁이 격화하던 시기부터 갈리바프 의장과 아라그치 장관이 이스라엘의 암살 대상 명단에 포함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협상 국면에 들어선 이후에는 이들에 대한 공격을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은 NYT의 관련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NYT에 “양측 대표단은 계속 접촉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평화 절차가 지속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3월 이스라엘이 갈리바프 의장과 아라그치 장관을 암살 명단에 올렸지만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시작되면서 잠정적으로 제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소한 갈리바프 의장이 이스라엘의 표적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으며, 이스라엘 측에 자제를 요청했다고 미국과 중동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란도 협상 대표단 보호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 4월 갈리바프 의장이 중재국인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하기에 앞서 이란은 미국이 파키스탄과 카타르를 통해 이스라엘이 협상 대표단을 겨냥한 비밀 작전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 공군은 갈리바프 의장 등을 포함한 이란 대표단 약 70명을 태운 항공기를 국경부터 이슬라마바드까지 전투기로 호위했고, 귀국길에도 동일한 호위 작전을 실시했다.

그러나 귀국 도중에는 긴급 상황이 발생했다.

이란군은 갈리바프 의장이 탄 항공기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격 계획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며, 이스라엘 전투기 2대가 이라크를 거쳐 이란 영공으로 진입했다는 정보를 대표단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란 대표단을 태운 항공기는 수도 테헤란까지 비행하지 못하고 이란 동북부 마슈하드 공항에 긴급 착륙했다. 이후 대표단은 약 8시간에 걸쳐 육로로 테헤란에 복귀했다고 NYT는 전했다.

갈리바프 의장과 아라그치 장관은 이후에도 미국과의 협상을 계속 이어갔으며, 지난 6월에는 스위스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 등이 참석한 미 대표단과 두 번째 대면 회담을 갖고 종전 양해각서(MOU) 후속 협상을 진행했다.

Print Friendly